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커뮤니티

살다

여러분이

  • 문요한
  • 조회 수 2112
  • 댓글 수 2
  • 추천 수 0
2005년 7월 15일 14시 17분 등록
<변화를 위한 우화>

아기박쥐의 첫비행2


문 요한 (변화경영 연구소 연구원, 정신과 전문의)



박쥐가 날게된 이유
할머니는 엄마박쥐에게 과일을 건네주며 말을 이어갔다.
“이제는 오래된 옛날이야기가 되어 버렸구나. 우리가 원래 살았던 곳은 넓은 강 옆에 있는 습지였지. 믿지 못하겠지만 그때 우리는 날지 못했어. 그래도 빠른 발이 있었고 워낙 다양한 벌레들이 많이 살고 있어서 입맛에 따라 골라먹을 수는 있었단다. 그렇게 좋은 시절이 계속되는 것 같더니 결국 큰 위기가 닥쳤지.”
엄마박쥐는 날지 못했다는 옛날이야기가 믿겨지지 않았지만 어느덧 할머니의 이야기에 깊이 빠져들었다.

“그 위기는 예고편도 없이 찾아왔지.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것처럼 큰 비가 쏟아져 우리가 살던 지역의 강이 넘친 거야. 그러면서 지형과 생태계가 완전히 바뀌어 버렸어. 많은 토사물들이 밀려와 땅을 뒤덮어 습지는 줄어들고 모래땅이 되어 버렸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가뭄까지 들면서 더욱 더 습지는 모자라게 되었어. 숨이 턱턱 막히고 수풀이 없어져 벌레들도 더 이상 살기 힘들었지. 그때 마을의 절반 이상의 박쥐가 굶주림과 가뭄에 쓰러졌어. 아무런 걱정 없이 살다가 그때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마을에 비상회의가 소집되었지. 잠을 자지 않고 몇날 며칠동안 그 회의는 계속되었어.”

어느덧 할머니의 목소리도 흥분되어 있었다.
“토론은 끝이 없었어. 크게 세 부류로 의견이 나뉘었지. 한 부류는 촌장을 중심으로 시간이 지나면 기후가 다시 원래대로 바뀔 것이니까 호들갑을 떨지 말라고 했지. 지금은 괴롭지만 언젠가는 좋아지니까 참고 기다리자는 것이었어. 처음에는 큰 세력을 형성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도 좋아질 기미가 없자 이들은 뿔뿔이 흩어졌지. 두 번째 부류는 다른 땅으로 집단이주를 하자고 주장했지. 하지만 문제는 우리들의 시력이 안 좋아 방향감각이 떨어진다는 것과 건조한 날씨 속에 과연 어디까지 움직일 수 있을지 장담을 못하는 상황이었어. 결정적으로 문제는 살기 좋은 땅이 어디에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었지. 그래도 앉아서 죽기는 그러니까 뭐라도 해보자는 것이었지. 그들 중에 선발대가 먼저 떠났지. 선발대조차 자신들이 가야할 곳을 몰랐기 때문에 확신을 못하고 불안한 모습으로 떠났지. 결국 기다려도 아무도 돌아오지 않았어. 참담한 실패였지.”

엄마박쥐의 마음 한끝이 아려왔다.
“세 번째 부류는 황당하게도 ‘날자!’라고 주장했어. 날아서 강 가운데 있는 우거진 숲으로 터전을 옮기자는 것이었어. 물론 그 섬이 살기 좋고 먹을 것이 풍부한 파라다이스라는 것은 모두 알고 있었지. 그런데 누구 하나 감히 그 강을 건넌다는 상상을 못했던 거야. 지금이야 식은 죽 먹기이지만 말이야. 아무튼 그들은 앞발의 발가락 사이에 있는 얇은 막을 있는 힘껏 펼치면 새들처럼 날개로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동료 박쥐들을 설득했어. 그동안 무슨 용도인지도 모르고 거추장스럽게만 생각했던 피부막을 그들은 ‘그것은 우리의 날개’라고 새로 정의를 내린 거야. 처음에는 ‘드디어 미쳤구나!’라는 비난만 받았던 그들이었지만 나는 연습을 줄기차게 하는 것을 보고 다른 박쥐들의 관심이 모아졌어.”

이야기는 점점 재미를 더해갔다. 태어날 아기만큼이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그런데 날자는 박쥐들도 그 방법을 두고 다시 두 부류로 나뉘었어. 한쪽은 지금처럼 달리기도 잘하는데다가 나는 방법도 새로 익힌다면 무서울 것이 없다고 생각했지. 그래서 땅에서 열심히 달려 날개를 펼쳐 도약하는 연습을 무수히 반복했지. 하지만 무거운 몸이 늘 문제였어. 얼마 날지 못하고 이내 고꾸라지고 말았지. 비행거리는 늘지 않았어. 그에 비해 다른 한쪽은 두 가지를 모두 잘 하려는 것은 욕심일 뿐이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달리기는 포기하고 나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지. 그리고 날개에 비해 몸이 무거운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다른 방법으로 연습을 시도했던 거야. 땅위에서 하늘로 올라가는 도약을 연습하지 않고 나무 위에 올라가서 아래로 낙하하며 날아가는 연습을 한거야. 그들은 처음부터 다른 박쥐들보다 훨씬 많은 거리를 날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날개의 힘은 점점 강해졌지. 다리는 점점 쓰지 않게 되자 더욱 가늘어지고 몸무게는 더욱 가벼워졌어. 제법 오래 날수 있게 되었지. 하지만 그들은 다리가 너무 가늘어져 나중에는 똑바로 서있기조차 힘들어서 강한 발톱으로 거꾸로 매달려 살게 되었지. 얻는 것이 있다면 잃는 것도 있는 것이 세상살이이니까. 그리고 그들은 강을 건너면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해 서로 신호를 발생해서 교환하는 초음파 송수신 능력을 개발하게 되면서 남아있는 박쥐들을 열광시켰지. 모든 준비가 끝났지.”

할머니는 스스로 자신의 이야기에 취해 자신도 모르게 날개를 펼쳤다. 멋진 날개였다.
“드디어 선발대가 강을 건너 섬으로 날아가기로 한 D-day가 찾아왔지. 보름달이 환히 떠오르는 으스름한 저녁 무렵 선발대 박쥐들은 나무 꼭대기에 위풍당당하게 앉아 있었어. 제일 나이 많은 박쥐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고 어린 나를 포함해서 마을의 모든 박쥐들은 가슴을 조이며 그들만을 바라보고 있었어. ‘10, 9, 8 ...... 1, 0! 출발!’ 역사적인 출발이었지. 그들은 그동안 배운 비행기술을 마음껏 뽐내며 서로 교신을 통해 위치를 확인하고 멋진 편대를 이루어 날아올랐지. 정말 내 인생에서 그렇게 멋있는 장면은 처음이었어. 그들의 얇은 날개는 보름달에 비추어 금빛으로 빛났어. 그리고 결국 그들은 해냈어. 우리는 그들을 따라 새로운 신천지로 이동을 했지. 하지만 비행기술을 따라 배우지 않은 일부 박쥐들은 옛 고향과 함께 사라져 버렸지. 모래언덕 속으로! 참 안타까운 일이었지....”

할머니의 이야기가 끝을 향하고 있었다. 할머니는 다시 그 현장에 서 있는 것처럼 감동에 젖어 더 말을 잊지 못했다. 할머니의 눈이 젖어 있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엄마박쥐의 마음에도 무어라 말할 수 없는 뜨거운 기운이 솟아났다. 자신의 족속이 시련 속에 멸종되지 않고 창조적으로 시련을 극복해냈다는 것이 너무 자랑스러웠다. 박쥐로 태어나서 한없이 원망만을 일삼았던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다.

아기박쥐, 드디어 세상으로 첫 비행하다
얼마 후 엄마 박쥐에게 기다리던 산통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진통 끝에 배에 힘껏 힘을 준 순간 아기박쥐가 세상 밖으로 솟구쳤다. 그 순간 작은 날개가 펼쳐졌다. 그것을 본 엄마박쥐는 눈물이 흘렀다. 그리고 아기박쥐에게 외쳤다.

“아가야! 너는 포유류 중에서 유일하게 하늘을 날수 있는 박쥐로 태어났단다. 나는 네가 태어나기 전부터 너를 사랑했어!”

날개를 펼치고 떨어지는 아기박쥐 밑으로 저 아래 촘촘한 그물 같은 것이 펼쳐져 있었다. 그것은 아기박쥐의 탄생을 축하하고 미숙한 비행을 도와주기 위해 동네박쥐들이 모두 모여 날개를 펼쳐 만든 박쥐그물이었다. 아기박쥐는 그 위에 살포시 떨어졌다. 이어 헹가래가 이어졌다. “너의 세상 첫 비행을 진심으로 축하해.” 마을 박쥐들의 축하소리가 동굴안을 메아리쳤다.
IP *.253.83.137

프로필 이미지
숲기원
2005.07.15 17:08:28 *.7.28.51
내안의 날개를 생각해보게하는 글입니다. 글 넘 잘읽었습니다. 언제나 행복하시고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다음글도 기대하겠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김미영
2005.07.16 12:32:34 *.224.55.112
‘드디어 미쳤구나!’..ㅎㅎㅎ
미쳐야 미친다는 말이 생각나네요..
미치고 싶어지는 걸요..
잘 읽었습니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09 '꿈'이라는 자양분 키우기 [1] 신재동 2005.07.22 2112
508 &lt;변화학 칼럼15&gt; 그 산에 내가 있었네 [2] 문요한 2005.07.21 2272
507 고승덕 변호사의 글 [2] 김미영 2005.07.16 2587
506 You've got to find what you love [1] 달봉이 1 2005.07.16 2503
505 여름날 [1] 구본형 2005.07.15 1964
» &lt;변화를 위한 우화&gt;아기박쥐의 첫비행2 [2] 문요한 2005.07.15 2112
503 &lt;변화를 위한 우화&gt; 아기박쥐의 첫비행1 문요한 2005.07.15 2053
502 주간칼럼 14 - 마흔에 좋아하게 된 사람들 [2] 박노진 2005.07.14 2076
501 유한킴벌리 연구-CEO의 말 2 박노진 2005.07.12 2160
500 생명공학과 국가발전-황우석교수강의(동영상) [1] 박노성 2005.07.12 2242
499 자신감을 얻기 위한 노력 [3] 신재동 2005.07.12 2125
498 유한킴벌리 연구 - CEO의 말 1 박노진 2005.07.11 1971
497 드림팀을 꿈꾸며 [4] 오병곤 2005.07.10 2103
496 어려운 이야기는 안 한다. [3] 김성렬 2005.07.09 2124
495 &lt;변화칼럼14&gt; 내 안에 더 큰 나를 만나다 [3] 문요한 2005.07.07 2158
494 언어 폭력 없는 온라인 공간 만들기는 불가능한 것일까 신재동 2005.07.05 2076
493 그렇게 살면서 깨달아 지는 겁니다. [1] 오옥균 2005.07.04 2246
492 선조와 이영남 박노진 2005.07.04 2511
491 중요한 사실.. 김미영 2005.07.04 2104
490 돈(Money)에대한 思 [1] 숲기원 2005.07.04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