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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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광주에 있는 어떤 음식점에 가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커다란 한옥을 제대로 지어 운치가 있고 특유의 높은 지붕과 소재가 주는 실내의 시원함이 몸에 느껴졌습니다. 음식 맛도 좋았습니다. 돈 많은 상인이 제대로 된 안목을 갖추고 경영하는 곳처럼 여겨졌습니다. 늦은 시간이라 손님은 우리밖에 없었습니다. 그 조용함이 더욱 괜찮았습니다.
커다란 창밖으로 포도를 줄 맞추어 심어 올린 특이함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 포도잎 시원한 잎새 사이로 조촐한 정원이 보이고, 작은 샘물이 흐르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참새처럼 작지만 더 날씬하고 꼬리 끝에 주황색 깃털을 섞어 넣은 듯한 작은 새가 두 마리 물마시고 목욕을 하고 있었습니다. 얕은 곳에서 주둥이와 얼굴을 물속에 쳐 넣고 흔들어 대고 물속에 살짝 몸을 담근 채로 날개를 재빨리 움직여 물방울 들을 털어 내는 모습은 참 귀여웠습니다. 이윽고 네 마리가 되어 부산한 빨래터 같더니 다들 날아가고, 유난히 목욕을 즐기는 놈 하나만 남아있다 이윽고 산속으로 날아가 버렸습니다.
새가 사라지자 갑자기 천지가 조용해진 듯 했습니다. 내려쬐는 햇빛이 환해 아주 눈부신 적막 같았습니다.
새가 날아가자
샘물만 홀로 남았다
차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강물을 따라 하루가 흘러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집에 도착하여 산에 잠시 올랐습니다. 늘 가는 그 길로 더위가 한풀 물러간 저녁나절 바람골까지 올랐습니다. 산등성이를 타고 바람이 나뭇잎들을 가르며 달려오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곳에 가면 늘 바람이 있습니다.
저녁이 그윽해져갈 때 집 목련나무에 목련꽃 세 송이가 피어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봄꽃이 여름에 뜬금없이 피어 신기합니다. 이상하게 이 날은 전에 보지 못했던 것들이 잘 보이고 느껴지는 날입니다.
문득 공자의 말이 생각납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살게끔 하는 것이다 "
여름 어느 날이 이렇게 흘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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