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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7월 15일 17시 50분 등록


경기도 광주에 있는 어떤 음식점에 가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커다란 한옥을 제대로 지어 운치가 있고 특유의 높은 지붕과 소재가 주는 실내의 시원함이 몸에 느껴졌습니다. 음식 맛도 좋았습니다. 돈 많은 상인이 제대로 된 안목을 갖추고 경영하는 곳처럼 여겨졌습니다. 늦은 시간이라 손님은 우리밖에 없었습니다. 그 조용함이 더욱 괜찮았습니다.

커다란 창밖으로 포도를 줄 맞추어 심어 올린 특이함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 포도잎 시원한 잎새 사이로 조촐한 정원이 보이고, 작은 샘물이 흐르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참새처럼 작지만 더 날씬하고 꼬리 끝에 주황색 깃털을 섞어 넣은 듯한 작은 새가 두 마리 물마시고 목욕을 하고 있었습니다. 얕은 곳에서 주둥이와 얼굴을 물속에 쳐 넣고 흔들어 대고 물속에 살짝 몸을 담근 채로 날개를 재빨리 움직여 물방울 들을 털어 내는 모습은 참 귀여웠습니다. 이윽고 네 마리가 되어 부산한 빨래터 같더니 다들 날아가고, 유난히 목욕을 즐기는 놈 하나만 남아있다 이윽고 산속으로 날아가 버렸습니다.

새가 사라지자 갑자기 천지가 조용해진 듯 했습니다. 내려쬐는 햇빛이 환해 아주 눈부신 적막 같았습니다.

새가 날아가자
샘물만 홀로 남았다

차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강물을 따라 하루가 흘러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집에 도착하여 산에 잠시 올랐습니다. 늘 가는 그 길로 더위가 한풀 물러간 저녁나절 바람골까지 올랐습니다. 산등성이를 타고 바람이 나뭇잎들을 가르며 달려오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곳에 가면 늘 바람이 있습니다.

저녁이 그윽해져갈 때 집 목련나무에 목련꽃 세 송이가 피어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봄꽃이 여름에 뜬금없이 피어 신기합니다. 이상하게 이 날은 전에 보지 못했던 것들이 잘 보이고 느껴지는 날입니다.

문득 공자의 말이 생각납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살게끔 하는 것이다 "

여름 어느 날이 이렇게 흘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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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기원
2005.07.16 03:05:32 *.190.172.126
새가 날자
샘물만 홀 남았다.
일상의 삶이 시처럼 보입니다.
언제나
바라만봐도,
생각만해도,
.....
미소가 가득해집니다.
덕분에 여유있는 삶의 지도, 길, 북두칠성, 해... 을 간직할 수있습니다.
언제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오늘 느낌"행복은 산과 하늘 바람 꽃 나무 별 달 태양 구름 흐르는물... 자연을 보고 느끼고 감상할 수있는 마음과 느낌을 갖는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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