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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병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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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7월 27일 23시 46분 등록
신사업은 기업의 영원한 숙제이다. 기업은 달리는 자전거와 같아서 멈추는 순간 쓰러지기 때문에 신사업 발굴에 적극적일 수 밖에 없다. 가용 자원을 충분히 활용하여 더 큰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 것은 자본과 기업의 생존법칙이다. 휴대폰의 대명사인 우량기업 노키아가 지난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고무, 케이블, 펄프 등을 생산하는 회사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반도체와 휴대폰을 중심으로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은 설탕을 만드는 제일제당이 그 모체이다. 현재 이들의 위치는 첫번째 비즈니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신한 결과이다. 기업의 변신은 무죄이다.

내가 속해 있는 IT 분야의 변신도 가속화되고 있다. 모든 것이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유비쿼터스 환경을 염두에 둔 사업 모델과 제품 출시가 골드 러시를 이루고 있다. IT 회사의 기본 위상도 백오피스를 지원하는 노동집약적인 단순 SI업에서, 해당 기업의 경쟁력인 상품에 직접 초점을 두고 IT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토털 IT 서비스 사업, U크리에이터, EO(엔지니어링 아웃소싱), 복합선제안형 사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기업이 신사업 추진에 매진하는 직접적인 이유는 비즈니스 환경의 변화에 따라 기존 사업의 매출이 답보 상태에 있거나 수익이 줄어드는 것에 있을 것이다. 따라서 경쟁사와의 치열한 생존경쟁을 통해 성장이 정체된 레드오션에서 벗어나 푸른 바다라는 경쟁이 없는 미개척 시장을 발굴하여 지속적인 성장을 도모하자는 것이다. 더욱이 컨버전스로 대표되는 디지털 경제의 특징은 산업간의 경계선을 허물뿐 아니라 기존 사업의 연속성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 방심하는 순간 뒤처진다’ 라는 말처럼 기업은 필연적으로 회사의 ‘미래’를 만드는 일에 촌음을 다투지 않을 수 없다.

신사업의 중요성이 이렇게 클지언대 실제 비즈니스 현장에서 성공사례가 그리 많지 않은 것은 왜일까? 물론 신사업이란 낯선 곳으로의 여행이며 따라서 리스크가 필연적으로 존재하기 마련이다.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사업환경은 시시각각으로 변하며 유동적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 같은 요인은 동일하게 주어지는 것이다. 신사업 추진 실패 기업의 대부분은 사업을 단지 기획력, 창의력의 소산으로 여기며 실제 중요한 사업 추진 원칙이 없기 때문이다.

신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몇가지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첫째 잘되는 사업이 아니라 새로운 사업을 선택해야 한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누가 봐도 돈이 될 것 같은 사업분야는 기존 시장의 강자가 뛰어들게 마련이다. 질 수 밖에 없는 게임의 법칙이다. 신사업이란 기본적으로 감춰진 시장을 발굴하는 것이다. 블루오션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여 선발자의 이점(First Mover Advantage)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유행이나 남들의 주목, CEO 개인적 취향과 감(感)에 의존하여 추진한 기업치고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다. 합판 제조회사인 이건산업의 경우 건축자재 중 가장 낙후한 것이 ‘창’이라는 점에 착안하여 ‘시스템 창호’라는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여 히트를 만들어냈다. 기회는 기술이 아니라 시장에서 찾아야 한다.

둘째 신사업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기존 사업 경험이 새로운 사업 분야에 대한 이해의 선입견으로 작용하여 실패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기존 사업과 접목된 시너지를 기대하는 것은 좋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결과이어야 하며 사업 추진의 전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시너지 확보가 목적이 아니라 신사업 추진이 목적이며 따라서 신사업 고유의 비즈니스 모델을 철저히 이해하여야 한다. 1990년대 마쯔시타, 산요 등 일본 전자산업 기업들의 게임 사업 진출은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실패했다. 실패의 결정적 이유는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지 않고 그대로 게임산업에 적용했다는 점이다. 피터드러커는 ‘새로운 기회는 어떤 산업이 통상적으로 시장을 다루어온 방식에는 좀처럼 적합하지 않다’고 신사업의 차별성을 간파한 바 있다. 신사업은 그 자신 고유의 비즈니스로 이해되어야 한다.

셋째 전략을 먼저 수립하기 보다는 사람을 먼저 확보해야 한다.
신사업을 추진하는 기업들이 실수를 많이 저지르는 것 중의 하나이다. 무엇보다 사람을 먼저 찾고 그 사람을 통해서 비즈니스 전략을 세워야 성공할 수 있다. 새로운 사업 패러다임에 적합한 인력과 조직을 먼저 구성해서 역량을 확보해야 성공할 수 있다. People First, Strategy Last!
덧붙여 신사업 추진 역량은 기업의 성장을 위해 추가적으로 보유해야 하는 그 무엇이 아니다. 신사업 추진을 위한 역량 확보는 기존 사업을 유지하고, 나아가 기업의 생존을 위해 기업의 핵심요인으로 체화되어야 하는 필수적인 요구 역량이다. 신사업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대부분 시장 상황이 아니라 내부역량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넷째 실패에 대해 격려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실패를 받아 들이고 격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사업에 진출하여 한번에 성공한 사례도 그리 많지 않다. 만도기계의 일개 사업부에서 자동차 공조부품을 만들다 95년 국내 최초로 김치 냉장고 ‘딤채’를 개발하여 새로운 시장을 성공적으로 개척한 위니아만도는 ‘딤채’를 만들기 전 보일러, 온풍기, 자판기 등 각종 제품에서 번번히 실패했다. 성공은 실패의 미래 버전이다.

끝으로 장미빛 전망을 경계해야 한다.
국내에도 신사업이라는 ‘신기루’를 쫓다 수렁에 빠진 기업의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매월 1천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세계 최대의 증류수 회사 진로는 법정관리를 거쳐 최근 하이트에 매각되었다. IT 붐에 편승하여 이동통신분야에 진출했던 한솔제지는 아직도 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의 실패가 시사하는 점은 단순히 규모의 확대에만 초점을 두었고, 신사업 분야의 비즈니스의 본질을 깨닫지 못하고 장미빛 전망을 그대로 믿고 추진하면 안 된다는 점이다. 신사업을 장미빛 환상으로 받아 들인다면 우리는 추진과정에서 윤항기의 ‘장미빛 스카프’의 가사를 가슴 절절하게 음미하게 될 것이다. “차라리 그 사업(사람)을 만나지 않았던들, 이 고통 이 괴로움 나에겐 없을걸”

신사업은 기업의 필수불가결한 DNA이다. 신사업 발굴이 CEO나 몇몇 기획인력의 업무에 의해 추진되어서는 안 된다. 전사적인 차원에서 추진이 되어야 하며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조직이 갖춰져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신사업 추진 활동은 일상적인 활동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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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진
2005.07.28 14:43:33 *.247.50.133
차라리 그 사업을 만나지 않았던들 이 고통 이 괴로움 나에겐 없을걸...
가만히 지난날을 되돌아 보면 참으로 많은 일들이 떠오르네요.
그래도 그러지 않았던들 지금이 있을 수 없었건만, 우리는 항상 지나간 사업이나 행위를 아쉬워 하지요.
[People First, Strategy Last!]
오늘의 명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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