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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미영
  • 조회 수 2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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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8월 22일 15시 04분 등록
지난 주에..
조그맣던 우리 차가 조금 큰 차로 바뀌었다..
남편이 사고 친다기에..알아서 하라고 했더니..
이틀만에 가능함을 보여줬다..
나는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게다가..
문자 전송이 상습적으로 장애를 일으키고..골동품같던 조용하기만 한 내 폰이 남편의 은혜를 받아 새 것으로 탄생했다..
차 바꾼 기념으로 손전화를 바꾸다니..
나는 드디어 정신적 공황상태를 맞이했다..

그 상태로 주말내내 돌아다녔다..
평내에 사는 남편친구의 신혼집에 가서 놀다가..
포천에 계신 시집 큰아버님의 생신에 갔다가..
다시 평내로 와서는 신혼부부를 태워 남양주 골짜기 어딘가로 가서 오리주물럭을 먹었다..

내 공황상태의 절정은 귀가길이었다..
새 차에 신난 남편이 술을 마시기로 하고 나에게 운전을 맡긴 이후..

비까지 오락가락했던 어젯밤..
차가 아예 많던가 아예 없었다면..어쩜 일찍 귀가 했으리라..
북부간선도로..내부순환로..동부간선도로..강북강변로..경인고속도로..
남편은 술이 깨어갔고..난 울고만 싶었다..
쭉 직진하래서 하다보면 어딘가로 빠져나와 있었다..
3차선으로 가다가 좌회전 하라면 나에겐 가지 말란 소리였다..
우려했던 음주단속..여러 번 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운전학원에 등록했던 나는..청심환을 까먹어가며 세 번만에 주행에 합격했고..매일 운전하는 꿈을 꾸면서 차를 갖고 싶어했다..
내가 젤로 무서워했던 아빠의 반대만 아니었다면..레이싱 걸이 되어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나의 면허증은..너무도 조용히 녹색면허가 됐고..10년 무사고라며 1종으로 바뀌어갔다..

작년에 난..마음을 굳게 먹고 운전을 시작했었다..
아주 오래 전..대천가는 도로에서 파출소 앞 바리게이트를 넘어뜨린 이후로 첨이었다..
사촌동생 친구들과 다 늦은 시간에 대천해수욕장에 갔던 그때는 꽉 찬 차에 면허증을 가진 사람이 나밖에 없었다..
내 조용한 면허는 파출소를 앞에 두고 부각이 되었고..제 발 저린 면허정지 운전자가 내게 파출소만 지나가달라고 했다..
나는 지나갔고..바리게이트는 넘어졌고..우리들 모두는 파출소에 들어갔다 와야했다..

그리고 작년..나는 드디어 운전을 다시 시작했다..
온식구를 태우고 남편의 길 안내에 따라서 광명에서 성북동까지 가서 점심을 먹고 돌아오는 길..
아이들을 위해서 부천에 있다는 놀이공원에 들렸다가 가기로 하고 목동에서 부천으로 향하고 있었다..
거의 다 도착했고 좌회전 차선에서 깜박이를 켜고 신호대기를 하고 있는데..
순식간에 차가 흔들렸다..
남편은 봤다는데 나는 몰랐고..돌진하던 차에 받혀서 사고가 나 있었던 거다..
멍한 정신에 내려서보니 트렁크는 타이어에 달라붙어 있었고 구급차가 삐요삐요 달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온 식구가 병원 침대에 한참을 누워있어야 했다..

나는 내가 운전대를 잡으면 파출소나 병원에 가 있다는게 참 싫었다..
그래서 큰 맘 먹은 어제..
정말이지 아주 오랫동안 운전을 해야 했다..
다행이 인천까지 다녀오진 않았지만 강북과 강남을 실컷 돌아다녔고..올림픽도로를 제외하곤 거의 다 들락거리면서 돌아다녔다..
그 비오는 밤에..

집 앞 주차장에 도착한 나는 자고 있던 아이들을 깨워 주섬주섬 짐을 챙겨 내렸고 사색이 된 남편은 쭈욱 말이 없었다..

오늘 아침..
남편은 조용히 출근을 했고..아이들은 학원에 갔고..나는 밤새 못 잔 잠을 잤다..
계속 멍~한 내 머릿 속..
아~ 나는 정말 운전 잘 하는 사람들이 부럽다..


IP *.224.55.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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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진
2005.08.24 12:15:38 *.247.50.120
하루종일 다니신 1종 면허 운전 지도가 그려져 미소짓게 하는군요.
아니 또 그렇게 운전함 누가 뭐랍니까?
내차 내 맘대로 운전하겠다는데 그죠?
그래도 참 좋아 보입니다.

저의 집사람은요, 우회전 사거리에서 우회전 신호받으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뒷차가 하도 빵빵 거리길래 속으로 그랬답니다.
"별 미친 놈이 다 있네. 바쁘면 니나 신호 위반해서 가든지 임마. 나는 신호 지켜 갈란다."
드디어 신호가 바뀌어 차를 몰고 가는데 뒷차 운전자가 추월하면서 한마디 하더랍니다.
"아줌마! 우회전에서 깜빡이 신호 기다리는 사람이 어딨어요? "
우리 집사람 한동안 그말이 무슨 말인지 모르고 있다가 집에 와서 혼자 배를 잡고 웃었답니다.

미영님은 우리 집사람보다 낫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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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곤
2005.08.24 13:09:44 *.248.117.5
차, 휴대폰 업그레이드에 미영님이 먼저 공황을 경험하고
미영님의 멋진 운전솜씨에 남편분도 패닉상태를 맞이했으니
전문가이신 요한님의 상담과 치료가 필요할 듯...ㅋㅋ

그러면서 길을 배우는 겁니다.
내년 이맘때쯤은 분명 우회전 사거리에서 우회전 깜빡이 신호 기다리는 사람한테 한마디 해줄겁니다.
그 사람은 노진님 사모님은 분명 아닐꺼구요.

일단 솥뚜껑 운전 잘하면 되고..ㅋㅋ
저희 와이프는 몇번 시도는 했지만 실패도 했고 운전하면 심장마비 걸릴까봐 안합니다.
와이프 운전하는 집이 얼마나 부러운지..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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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완
2005.08.24 17:49:22 *.120.97.46
운전면허 없는 나는 울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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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영
2005.08.25 21:14:42 *.226.27.248
핸폰에 mp3 기능이 있어서..다운받는데..3일 걸렸어요..
쉽게 생각했다가 조금 전에야 끝냈죠..
시간 잡아먹는 귀신에 홀려서 정신 놓고 지내고 있는 요즘입니다..
찬바람 맞으면서 슬슬 정신 챙겨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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