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요한
- 조회 수 2110
- 댓글 수 1
- 추천 수 0
<변화학 칼럼 19>
불청객의 침입
집에서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밀렸는데 ‘똑똑!’하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나가 보았더니 처음 보는 사람이다. 자신의 이름은 ‘슬럼프’라고 하는데 미리 방문하겠다는 연락을 하고 찾아왔단다. 난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없다. 황당할 뿐이다. 속으로 ‘바빠 죽겠는데.... 왕재수!’라는 생각에 바로 “됐어요”하고 문을 쾅 닫아버렸다. 그런데 웬걸! 포기하지 않고 계속 문을 두드린다. 그것도 더 세게. ‘쾅! 쾅!’ 꼭 좀 할 얘기가 있단다. 저러다 말겠지 했지만 갈수록 도를 더해 간다. 어쭈! 나도 한 성질 하는 것을 보여주지. 문을 열고 엄청 화난 표정을 지으며 “됐거든!”하고 싸늘하게 쏘아 붙였다. 아뿔사! 방심했다. 녀석은 기다렸다는 듯이 열린 문 틈으로 발을 끼워 넣었다. 환영하지 않는 남의 집에 들어오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이방인의 침입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대문을 닫으려고 힘껐 밀었다. 녀석의 힘도 보통이 아니다. 그 역시 기를 쓰고 들어오려고 밀어댄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힘으로 맞선 지 한참의 시간이 흘렀다. 온 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다. 결국 지고 말았다. 녀석은 완강한 기세로 밀고 들어와 기어코 안방을 접수하고 말았다. 한껏 성났는지 할 말도 안 하고 잠만 자고 있다. 울고만 싶다. 도대체 ‘넌 누구냐?’
제자리 걸음
우리는 목표를 향해 열심히 나아가다가 어느 시기에 ‘제 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는 느낌에 빠진다. 계속 올라가야 하는데 교착상태에 빠져 같은 곳만을 맴돌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 우리는 이를 ‘슬럼프’라고 한다. 괜한 일을 하는 것 같은 회의가 들고, 나에게 그런 능력이 있을까라는 의심이 일어나고, 몸과 마음은 물먹은 솜처럼 무겁게 느껴져 주저앉고 싶은 시간들이다. 한편으로는 하는 일이 시시해 보이고 무언가 근사한 일이 어딘가에 나를 애타게 기다리는 것 같은 착각이 일어나 현재의 일을 방기한다. 더 늦기 전에 이 낯선 길에서 벗어나 원래의 길로 돌아가거나 다른 길로 바꿔 타는 것이 어떨까 하는 고민이 쉴 새 없이 일어난다. 진도는 안 나가고, 매출과 실적은 줄고, 성적은 떨어지고, 팬들은 하나 둘씩 떠나고, 신경은 곤두선다.
삶이라는 만화영화
나는 만화영화를 보며 인생은 어쩌면 셀 애니메이션과 비슷한지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한 컷 한 컷 정지된 그림들이 두껍게 쌓이고 그 그림들이 시간 속에서 ‘촤르르’ 펼쳐질 때 한 편의 부드러운 애니매이션이 탄생하듯 우리의 인생도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좋은 애니매이션이란 일관성 있는 주제의식을 가지고 조금씩 변화된 정지된 동작의 그림들이 많아 자연스럽게 보이는 것이다. 늘 비슷한 삶의 단면인 것 같지만 좋은 줄거리를 가지고 하루하루 미세한 변화가 층층이 쌓여나갈 때 우리는 그것을 인생이라고 부른다. 막힘 없고 멈춤 없는 인생이란 없다. 오늘 나의 몸짓 자체가 완벽하게 자유로울 수 없다. 나라는 인생 애니매이션은 한컷 한컷 사진(정지화면)으로 뜯어보고 다른 사람의 인생 애니매이션은 동영상으로 보고나서 그 자연스러움을 비교한다면 불공평한 것 아니겠는가!
삶이란 매일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멈추어 서 있는 것이다. 나처럼 다른 이들도 늘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순간 순간 멈추어 있다.
슬럼프는 내 마음의 메신저
슬럼프는 예고 없이 찾아오는 것 같다. 하지만 정말 예고가 없었을까? 돌이켜보면 그 전조(前兆)는 여러 가지 모습으로 있었다. ‘슬럼프란 나에게 있을 수 없어!’ 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그의 존재는 정말 불청객일 것이다. 하지만 어떤 삶에서도 슬럼프는 찾아올 손님이다. 오히려 더 큰 성장과 발전을 위한 디딤돌이다. 그는 내게 중요한 메시지를 들고 오는 내 마음의 전령(傳令, 메신저)이다. 비전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새롭게 에너지를 충전하고, 똑같은 방식과 기술을 바꿔보라는 마음 속 변화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그런 손님을 쫓아 보내지 못해 안달이 나서는 발전이란 없다. 환하게 웃으며 문을 열어주자. 안방으로 안내하여 방석을 내어주고 차라도 한잔 대접하자. 그가 숨을 돌리고 나면 ‘나에게 해줄 말이 뭐지?’라며 묻고 그의 대답에 귀 기울여 보자.
슬럼프는 성장의 동력이자 상징이다. 어쩌면 대나무의 마디마디처럼 우리 삶의 마디마디에 슬럼프가 자리 잡아 우리의 성장을 표시해 주고 있는지 모른다. 우리가 할 일은 슬럼프를 쫓아내는 것이 아니라 그를 만나 한 단계 질적 성장을 하는 것이다. 슬럼프는 손님으로 왔지만 억지로 떼어버리려고 할 때 안방을 차지하고 마는 장기투숙자로 변신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가다 못가면 쉬었다 가자! 아픈 다리 서로 기대며!
IP *.253.83.220
당신! 누구야?
-슬럼프에서 벗어나는 법 I -
문 요한 (변화경영 연구소 연구원, 정신과 전문의)
불청객의 침입
집에서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밀렸는데 ‘똑똑!’하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나가 보았더니 처음 보는 사람이다. 자신의 이름은 ‘슬럼프’라고 하는데 미리 방문하겠다는 연락을 하고 찾아왔단다. 난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없다. 황당할 뿐이다. 속으로 ‘바빠 죽겠는데.... 왕재수!’라는 생각에 바로 “됐어요”하고 문을 쾅 닫아버렸다. 그런데 웬걸! 포기하지 않고 계속 문을 두드린다. 그것도 더 세게. ‘쾅! 쾅!’ 꼭 좀 할 얘기가 있단다. 저러다 말겠지 했지만 갈수록 도를 더해 간다. 어쭈! 나도 한 성질 하는 것을 보여주지. 문을 열고 엄청 화난 표정을 지으며 “됐거든!”하고 싸늘하게 쏘아 붙였다. 아뿔사! 방심했다. 녀석은 기다렸다는 듯이 열린 문 틈으로 발을 끼워 넣었다. 환영하지 않는 남의 집에 들어오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이방인의 침입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대문을 닫으려고 힘껐 밀었다. 녀석의 힘도 보통이 아니다. 그 역시 기를 쓰고 들어오려고 밀어댄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힘으로 맞선 지 한참의 시간이 흘렀다. 온 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다. 결국 지고 말았다. 녀석은 완강한 기세로 밀고 들어와 기어코 안방을 접수하고 말았다. 한껏 성났는지 할 말도 안 하고 잠만 자고 있다. 울고만 싶다. 도대체 ‘넌 누구냐?’
제자리 걸음
우리는 목표를 향해 열심히 나아가다가 어느 시기에 ‘제 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는 느낌에 빠진다. 계속 올라가야 하는데 교착상태에 빠져 같은 곳만을 맴돌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 우리는 이를 ‘슬럼프’라고 한다. 괜한 일을 하는 것 같은 회의가 들고, 나에게 그런 능력이 있을까라는 의심이 일어나고, 몸과 마음은 물먹은 솜처럼 무겁게 느껴져 주저앉고 싶은 시간들이다. 한편으로는 하는 일이 시시해 보이고 무언가 근사한 일이 어딘가에 나를 애타게 기다리는 것 같은 착각이 일어나 현재의 일을 방기한다. 더 늦기 전에 이 낯선 길에서 벗어나 원래의 길로 돌아가거나 다른 길로 바꿔 타는 것이 어떨까 하는 고민이 쉴 새 없이 일어난다. 진도는 안 나가고, 매출과 실적은 줄고, 성적은 떨어지고, 팬들은 하나 둘씩 떠나고, 신경은 곤두선다.
삶이라는 만화영화
나는 만화영화를 보며 인생은 어쩌면 셀 애니메이션과 비슷한지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한 컷 한 컷 정지된 그림들이 두껍게 쌓이고 그 그림들이 시간 속에서 ‘촤르르’ 펼쳐질 때 한 편의 부드러운 애니매이션이 탄생하듯 우리의 인생도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좋은 애니매이션이란 일관성 있는 주제의식을 가지고 조금씩 변화된 정지된 동작의 그림들이 많아 자연스럽게 보이는 것이다. 늘 비슷한 삶의 단면인 것 같지만 좋은 줄거리를 가지고 하루하루 미세한 변화가 층층이 쌓여나갈 때 우리는 그것을 인생이라고 부른다. 막힘 없고 멈춤 없는 인생이란 없다. 오늘 나의 몸짓 자체가 완벽하게 자유로울 수 없다. 나라는 인생 애니매이션은 한컷 한컷 사진(정지화면)으로 뜯어보고 다른 사람의 인생 애니매이션은 동영상으로 보고나서 그 자연스러움을 비교한다면 불공평한 것 아니겠는가!
삶이란 매일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멈추어 서 있는 것이다. 나처럼 다른 이들도 늘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순간 순간 멈추어 있다.
슬럼프는 내 마음의 메신저
슬럼프는 예고 없이 찾아오는 것 같다. 하지만 정말 예고가 없었을까? 돌이켜보면 그 전조(前兆)는 여러 가지 모습으로 있었다. ‘슬럼프란 나에게 있을 수 없어!’ 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그의 존재는 정말 불청객일 것이다. 하지만 어떤 삶에서도 슬럼프는 찾아올 손님이다. 오히려 더 큰 성장과 발전을 위한 디딤돌이다. 그는 내게 중요한 메시지를 들고 오는 내 마음의 전령(傳令, 메신저)이다. 비전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새롭게 에너지를 충전하고, 똑같은 방식과 기술을 바꿔보라는 마음 속 변화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그런 손님을 쫓아 보내지 못해 안달이 나서는 발전이란 없다. 환하게 웃으며 문을 열어주자. 안방으로 안내하여 방석을 내어주고 차라도 한잔 대접하자. 그가 숨을 돌리고 나면 ‘나에게 해줄 말이 뭐지?’라며 묻고 그의 대답에 귀 기울여 보자.
슬럼프는 성장의 동력이자 상징이다. 어쩌면 대나무의 마디마디처럼 우리 삶의 마디마디에 슬럼프가 자리 잡아 우리의 성장을 표시해 주고 있는지 모른다. 우리가 할 일은 슬럼프를 쫓아내는 것이 아니라 그를 만나 한 단계 질적 성장을 하는 것이다. 슬럼프는 손님으로 왔지만 억지로 떼어버리려고 할 때 안방을 차지하고 마는 장기투숙자로 변신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가다 못가면 쉬었다 가자! 아픈 다리 서로 기대며!
댓글
1 건
댓글 닫기
댓글 보기
VR Left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569 | 자기경영 [1] | 통찰맨 | 2005.09.14 | 2162 |
568 | 인재를 만드는 하루 2시간 [1] | 박노진 | 2005.09.11 | 2179 |
567 | 가끔은 포기하며 살련다 [1] | 신재동 | 2005.09.09 | 2007 |
566 | -->[re]행복의 공식 [1] | 통찰맨 | 2005.09.09 | 2076 |
565 | <변화학 칼럼 21> 슬럼프에서 벗어나는 법 [3] [1] | 문요한 | 2005.09.08 | 2398 |
564 | [15] 기대치와 기대관리 [1] | 홍승완 | 2005.09.07 | 2099 |
563 | <변화학 칼럼 20> 자기와 멀어지는 사람들 | 문요한 | 2005.09.06 | 2011 |
562 | 보왕삼매론 | 황명구 | 2005.09.06 | 2231 |
561 | 믿는만큼 보고 보는만큼 믿는다 | 김성렬 | 2005.09.06 | 2119 |
560 | 36년만에 남산에 갔다. ! [3] | 숲기원 | 2005.09.04 | 2088 |
559 | 어떤 부자 [1] | 구본형 | 2005.09.04 | 2455 |
558 | 본질을 알고 배우는 이유 | 통찰맨 | 2005.09.04 | 2166 |
557 | 실행력이 강한 기업을 위하여 [1] | 오병곤 | 2005.09.02 | 2907 |
» | <변화학 칼럼 19> 당신! 누구야? [1] | 문요한 | 2005.09.02 | 2110 |
555 | 제 얘기 좀 들어 주세요 [2] | 신재동 | 2005.08.31 | 2189 |
554 | -->[re]제 얘기 좀 들어 주세요 [1] | 숲기원 | 2005.08.31 | 2057 |
553 | 14년을 기다린 자유와 도전 [6] | 박노진 | 2005.08.30 | 2099 |
552 | [14] 제너럴리스트(generalist)의 두 가지 역할 | 홍승완 | 2005.08.30 | 3047 |
551 | 인터넷 [2] | 통찰맨 | 2005.08.30 | 2469 |
550 | 다름 인정하기의 중요성 | 신재동 | 2005.08.23 | 273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