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커뮤니티

살다

여러분이

  • 오병곤
  • 조회 수 2906
  • 댓글 수 1
  • 추천 수 0
2005년 9월 2일 09시 42분 등록
강산이 한번 변한다는 기간만큼 프로젝트 생활을 한 후, 작년부터 본사에서 근무하며 회사의 굵직한(?) 일들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게 되면서 나는 몇 가지 안타깝고 아쉬운 일들을 목격하였다. 해마다 똑같이 이벤트 형태로 반복되는 일이 적지 않다는 점이 첫째고, 매번 전략을 세우지만 보고서 수준에 머물러 있어서, 전략회의를 마치고 나오면 ‘과연 그 전략을 달성하기 위해 어떤 조직의 모습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실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점이 두 번째이다. 또한 서류상으로 나무랄 데 없는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들이 역량면접을 통해 입사하지만 여전히 각 부서에서는 인력난을 호소한다. 비전, 핵심역량, 전략이 수립되어 있어도 실제 성과로 이어지기는 참 힘들다.

이 모든 현상의 원인을 나는 실행력(Execution)의 부재라고 진단한다. 그 동안 실행은 단순히 전술이나 의지의 문제로 인식되었고 부하직원에게 위임될 수 있는 것으로 취급되었다. 승진을 하고 리더가 될 수록 청사진을 그리는 일에 자주 관여하게 되다 보니 실제 현장의 움직임에는 둔감하게 된다. 그러나 ‘실행에 집중하라’의 저자 래리 보시디와 램 차란은 ‘실행력이 없는 비전은 비극이다’라고 단언한다. 실행력은 성과를 만들어내는 힘이며 추진력이다. 실행이란 우리가 바라는 것과 결과 사이의 연결고리이며 전략의 일부분이다.

그렇다면 실행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하게 생각하면 무엇을 해야 할 지 몰라서 못하는 경우가 하나 있고, 다른 하나는 알면서도 실행에 옮기지 않는 경우가 있다. 무엇을 해야 할 지 모르는 경우는 동기부여에 힘쓰고 교육을 통해 가르쳐주면 되므로 오히려 쉽다. 정작 문제는 알면서도 실행이 따르지 않는 경우가 답답하고 난감하다.

이런 경우의 대부분의 원인은 조직문화와 관련이 있다. 성과를 내지 못해도, 그저 대충해도 버틸 수 있다는 안일함과 보신주의가 지배한다. 관리자는 권한 이양에 인색하여 통제의 관점에서 일을 하다 보니, 부하직원들은 그저 시키는 일만 하게 된다. 전략은 현장과 유리되어 그저 스텝부서의 일만으로 간주되고, 급기야 스텝과 현장 조직이 분리되어 서로를 믿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우울증은 가정주부에게만 흔히 발생하는 병이 아니다. 기업도 우울증에 걸려 의기소침해진다. 우울증을 신속하게 치료하려고 하면 조급증에 빠지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실행력을 높이려면 먼저 전략에 대해 명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전략은 보고서가 아니다. 전략은 조직과 행동지침(Ways), 그리고 운영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비즈니스 전략이 수립되면 이를 앞장서서 실행할 조직이 정렬(Alignment)되어야 하며, 행동의 주체들이 무엇을 구체적으로 해야 하는 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어야 한다. 전략은 어머니 뒤에 숨어 있는 꼬마의 희미한 그림자가 아니라 민첩하게 행동하게 만드는 비아그라 같은 것이다.

둘째 성과 지향적으로 일이 진행되어야 하며 이에 대한 철저한 평가,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 성과 지향적으로 일을 한다는 말은 공헌할 목표에 초점을 맞추어서 일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과연 내가 회사에 공헌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만든 결과물이 누구에게 쓰일 것이며, 어떻게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인가?’ 의 관점에서 늘 일에 몰두하는 것이다. 이런 사람이 바로 전문가다. 전문가는 라이센스가 아니다. 반면에 어리석은 사람은 노력 그 자체에만 의미를 둔다.

셋째 현장 중심으로 비즈니스가 전개되어야 한다. 현장은 고객과의 접점이며 비즈니스가 살아 숨쉬는 곳이다. 현장에서 유리된다는 것은 머리로만 비즈니스를 한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언변에 의해 비즈니스가 좌우될 수도 있다. 많은 업무 시간이 현장 활동에 투입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설령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합리적인 실패에 대해서는 이를 용인할 수 있는 문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대부분 알면서도 움직이지 않는 이유는 바로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넷째 실행력 있는 인재를 적극 선발, 발굴, 육성해야 한다. ‘과연 그 사람이 성과를 만들어 낼 만한 역량을 갖고 있는가?’라는 관점에서 인재를 찾아야 한다. 실행력이 담보되지 않는 리더는 형식적이고 이벤트적인 달콤한 말을 자주 한다.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으로 얼버무리며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 준다. 구성원들은 이를 담박에 알아차리게 되며 이때부터 신뢰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논어에는 ‘"군자욕눌어언, 이민어행(君子欲訥於言, 而敏於行)’이라는 공자의 말이 나온다. 즉 "군자는 말에는 더디나, 행동에는 민첩해야 한다”는 말이다. 요즘같이 속도가 덕목으로 강조되는 시대에 군자는 스피드 있는 행동을 보여 준다는 공자의 혜안에 감탄할 뿐이다.

피터드러커는 ‘성과를 올리는 모든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것은 자신의 능력과 존재를 성과로 연결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실행 능력뿐이다.’라고 말하면서 ‘실행능력은 하나의 습관이다’라고 단언한다. 실행력은 선천적인 것이 아니라 몸에 진득하게 배어야 가능한 것이다. 이제 아는 것이 힘이 아니라 실행하는 것이 힘인 시대가 되었다. 실행이 없는 비전은 한낱 일장춘몽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 절 바커(Jeol Barker)의 단순한 이 한마디가 명쾌하게 나의 가슴을 후비고 지나갔다. ‘비전이 있는 행동이야말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
IP *.248.117.5

프로필 이미지
통찰맨
2005.09.02 22:07:09 *.55.118.189
경영은 명사 이지만, 엄밀히 따지면 동사인 것 같습니다.
사람마다 각자의 삶의 모습이 있듯이, 기업도 나름대로의 모습으로 생명을 유지 합니다. 그 중에서 실행력이 강한 기업의 모습이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님의 글을 잘 읽고 갑니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