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요한
- 조회 수 2067
- 댓글 수 3
- 추천 수 0
<변화를 위한 우화 4>
어느 숲속 전나무에 호랑거미들이 촌락을 이루어 살고 있었습니다. 그 전나무는 벌레들이 좋아하는 향을 풍기고 있어 유난히 먹잇감들이 잘 잡히는 천혜의 요소였지요. 그래서 지금 살고 있는 젊은 호랑거미들은 어린 시절부터 아주 풍족한 환경에서 자라났답니다. 배가 고프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모를 정도니까요. 그런데 젊은 거미들은 집짓는 방법도 서툴렀습니다. 아무래도 그럴 수밖에요. 몇 년 전부터 전문적으로 집을 지어주는 건축가 거미가 등장했기 때문이지요. 옆 마을에 사는 거미들이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하여 대신 집을 지어주고 먹을 것을 얻어갔습니다. 그러자 점차 마을의 거미들은 집을 짓지 않고 다 지어진 집을 샀습니다. 세상 살기가 참 편해진 것이지요.
옆 마을의 건축가 거미들은 경쟁적으로 최신의 공법을 연구하여 옛날과는 다른 멋진 기하학적 디자인과 화려한 집들을 선보였습니다. 심지어는 거미줄에 물을 들여 빨간 줄, 파란 줄, 무지개 거미줄 등 형형색색으로 치장한 다양한 집들이 등장했습니다. 벌레들은 잘 잡히지 않았지만 그런 집들이 잘 팔려나갔습니다. 게다가 나무 꼭대기 근처의 집들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먹을 것이 풍족하니까 경치 좋은 곳에 살고 싶었던 것이죠. 지형조건과 날씨나 안전문제 등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습니다. 동네 어귀에 모델하우스도 여러 개 등장했죠. 집이 멀쩡했지만 마을의 거미들은 앞을 다투어 나무 꼭대기에 위치한 새집으로 옮겼습니다.
그 마을에는 ‘지음’이라는 젊은 거미도 살고 있었습니다. 지음이는 마을 젊은 거미들과는 달랐습니다. 지음이는 매일 똑같이 늦잠을 자고 일어나 포식하고 더 큰 집으로 옮겨 가기만 궁리하는 다른 거미들과는 그 목표가 달랐습니다. 더 크고 높은 집이 아니라 비바람에도 잘 견디고 자신의 역사가 담긴 터전을 자신의 힘으로 짓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 집이 다 지어지면 사랑하는 애인 ‘드림’이에게 정식으로 프러포즈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지음이는 프러포즈할 날을 생각하며 몇 주 전부터 밤잠을 설쳐가며 열심히 집을 지어왔습니다. 다른 거미들은 그런 지음이를 이상하게 생각했습니다. ‘중증 일중독’으로 저런 경우에는 약도 없다며 수군거렸죠. 하지만 지음이는 그런 소리에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집을 지어왔습니다.
오늘은 드디어 대공사가 끝나는 날입니다. “♬거미가 줄을 타고 올라갑니다. ♬거미가 줄을 타고 내려옵니다.” 지음이의 입에서는 절로 노래가 흘러나옵니다. 배고픔도 잊은 채 흥에 겨워 8개의 다리가 들썩거립니다. 그동안 운동으로 잘 발달시켜온 실젖에서 끈적거리는 줄을 쑥쑥 뽑아냅니다. 은빛 철사 같은 줄이 따라 나옵니다. 마무리를 하고 나니 드디어 오랜 공사가 끝났습니다. 내일 아침 이곳에서 프러포즈를 하고 기념으로 함께 번지점프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쿵쾅거립니다.
하지만 이게 무슨 일입니까? 오후부터 숲 전체에 큰 비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했습니다. “웅-웅” 소리를 내며 미친 듯이 불어대는 큰 바람에 마을은 쑥대밭이 되었습니다. 높은 쪽에 있던 집들은 물론 많은 거미들이 자취도 없이 날아가 버렸습니다. 바람을 피할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지음이도 밤새 마음이 놓이질 않습니다. 나무 틈에 몸을 숨기고 있었지만 애써 만든 집이 날아가지 않았을까 걱정이 태산입니다. 하지만 너무 밤낮없이 일해서일까요? 천근같은 눈꺼풀을 어찌하지 못하고 깜박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날 새소리에 눈을 떴습니다.
다행히 비바람이 그치고 해님이 떴습니다. 지음이는 드림이와 함께 자신의 집이 무사하기를 바라며 그 곳으로 향했습니다. 세상에! 세상에! 그곳에는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자신이 뽑아낸 거미줄 위로 물방울들이 촘촘히 맺혀 햇살을 받아 영롱하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아!' 두 거미의 입에서는 저절로 탄성이 새어 나왔습니다. 너무나도 근사한 궁전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물방울 하나하나마다 숲이 알알이 박혀 있고 그 가운데 두 거미의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지음이는 한 쪽의 거미줄을 잘라다가 목걸이와 발찌를 만들어 드림이의 목과 발에 걸어주었습니다. 그리고 그녀에게 나지막이 속삭였습니다.
‘드림아!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언어로 너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어. 있는 그대로의 너의 모습을 사랑해. 나랑 결혼해줄래!’
IP *.231.169.35
세상에서 가장 멋진 프러포즈
문 요한 (변화경영 연구소 연구원, 정신과 전문의)
어느 숲속 전나무에 호랑거미들이 촌락을 이루어 살고 있었습니다. 그 전나무는 벌레들이 좋아하는 향을 풍기고 있어 유난히 먹잇감들이 잘 잡히는 천혜의 요소였지요. 그래서 지금 살고 있는 젊은 호랑거미들은 어린 시절부터 아주 풍족한 환경에서 자라났답니다. 배가 고프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모를 정도니까요. 그런데 젊은 거미들은 집짓는 방법도 서툴렀습니다. 아무래도 그럴 수밖에요. 몇 년 전부터 전문적으로 집을 지어주는 건축가 거미가 등장했기 때문이지요. 옆 마을에 사는 거미들이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하여 대신 집을 지어주고 먹을 것을 얻어갔습니다. 그러자 점차 마을의 거미들은 집을 짓지 않고 다 지어진 집을 샀습니다. 세상 살기가 참 편해진 것이지요.
옆 마을의 건축가 거미들은 경쟁적으로 최신의 공법을 연구하여 옛날과는 다른 멋진 기하학적 디자인과 화려한 집들을 선보였습니다. 심지어는 거미줄에 물을 들여 빨간 줄, 파란 줄, 무지개 거미줄 등 형형색색으로 치장한 다양한 집들이 등장했습니다. 벌레들은 잘 잡히지 않았지만 그런 집들이 잘 팔려나갔습니다. 게다가 나무 꼭대기 근처의 집들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먹을 것이 풍족하니까 경치 좋은 곳에 살고 싶었던 것이죠. 지형조건과 날씨나 안전문제 등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습니다. 동네 어귀에 모델하우스도 여러 개 등장했죠. 집이 멀쩡했지만 마을의 거미들은 앞을 다투어 나무 꼭대기에 위치한 새집으로 옮겼습니다.
그 마을에는 ‘지음’이라는 젊은 거미도 살고 있었습니다. 지음이는 마을 젊은 거미들과는 달랐습니다. 지음이는 매일 똑같이 늦잠을 자고 일어나 포식하고 더 큰 집으로 옮겨 가기만 궁리하는 다른 거미들과는 그 목표가 달랐습니다. 더 크고 높은 집이 아니라 비바람에도 잘 견디고 자신의 역사가 담긴 터전을 자신의 힘으로 짓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 집이 다 지어지면 사랑하는 애인 ‘드림’이에게 정식으로 프러포즈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지음이는 프러포즈할 날을 생각하며 몇 주 전부터 밤잠을 설쳐가며 열심히 집을 지어왔습니다. 다른 거미들은 그런 지음이를 이상하게 생각했습니다. ‘중증 일중독’으로 저런 경우에는 약도 없다며 수군거렸죠. 하지만 지음이는 그런 소리에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집을 지어왔습니다.
오늘은 드디어 대공사가 끝나는 날입니다. “♬거미가 줄을 타고 올라갑니다. ♬거미가 줄을 타고 내려옵니다.” 지음이의 입에서는 절로 노래가 흘러나옵니다. 배고픔도 잊은 채 흥에 겨워 8개의 다리가 들썩거립니다. 그동안 운동으로 잘 발달시켜온 실젖에서 끈적거리는 줄을 쑥쑥 뽑아냅니다. 은빛 철사 같은 줄이 따라 나옵니다. 마무리를 하고 나니 드디어 오랜 공사가 끝났습니다. 내일 아침 이곳에서 프러포즈를 하고 기념으로 함께 번지점프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쿵쾅거립니다.
하지만 이게 무슨 일입니까? 오후부터 숲 전체에 큰 비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했습니다. “웅-웅” 소리를 내며 미친 듯이 불어대는 큰 바람에 마을은 쑥대밭이 되었습니다. 높은 쪽에 있던 집들은 물론 많은 거미들이 자취도 없이 날아가 버렸습니다. 바람을 피할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지음이도 밤새 마음이 놓이질 않습니다. 나무 틈에 몸을 숨기고 있었지만 애써 만든 집이 날아가지 않았을까 걱정이 태산입니다. 하지만 너무 밤낮없이 일해서일까요? 천근같은 눈꺼풀을 어찌하지 못하고 깜박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날 새소리에 눈을 떴습니다.
다행히 비바람이 그치고 해님이 떴습니다. 지음이는 드림이와 함께 자신의 집이 무사하기를 바라며 그 곳으로 향했습니다. 세상에! 세상에! 그곳에는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자신이 뽑아낸 거미줄 위로 물방울들이 촘촘히 맺혀 햇살을 받아 영롱하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아!' 두 거미의 입에서는 저절로 탄성이 새어 나왔습니다. 너무나도 근사한 궁전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물방울 하나하나마다 숲이 알알이 박혀 있고 그 가운데 두 거미의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지음이는 한 쪽의 거미줄을 잘라다가 목걸이와 발찌를 만들어 드림이의 목과 발에 걸어주었습니다. 그리고 그녀에게 나지막이 속삭였습니다.
‘드림아!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언어로 너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어. 있는 그대로의 너의 모습을 사랑해. 나랑 결혼해줄래!’
댓글
3 건
댓글 닫기
댓글 보기
VR Left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3529 | 나의 하루.. [5] | 김미영 | 2005.10.05 | 1989 |
3528 | 요구사항 개발 프리미엄 | 오병곤 | 2005.10.06 | 2252 |
3527 | 인재를 만드는 하루 2시간 - 2 [1] | 박노진 | 2005.10.06 | 2010 |
3526 | 꿈.. [5] | 김미영 | 2005.10.06 | 2088 |
3525 | 우리는 분명 해답을 알고 있다 | 통찰맨 | 2005.10.07 | 2016 |
3524 | 꿈 2.. | 김미영 | 2005.10.08 | 2000 |
3523 | 꿈 3.. | 김미영 | 2005.10.08 | 1886 |
3522 | 커뮤니케이션의 방황 [1] | 이은미 | 2005.10.11 | 2108 |
3521 | 인재를 만드는 하루 2시간 : 미래는 준비하는 자에게 손을 내민다 [1] | 박노진 | 2005.10.12 | 2259 |
3520 | 간이역 같은 홈페이지 [5] | 구본형 | 2005.10.13 | 2130 |
3519 | <변화칼럼 23> 세상에서 가장 큰 변화 [2] | 문요한 | 2005.10.14 | 2164 |
3518 | 나마스테! [4] | 문요한 | 2005.10.15 | 2533 |
3517 | 차인표의 편지를 읽으며 | 오병곤 | 2005.10.15 | 2551 |
3516 | 일단 짜보고 고치기 [1] | 오병곤 | 2005.10.17 | 2101 |
3515 | <우화 3> 눈을 똥그랗게 뜬 동글이 [1] | 문요한 | 2005.10.17 | 2092 |
3514 | 재능발견, 그 이후 [1] | 신재동 | 2005.10.18 | 1973 |
3513 | 선물과 뇌물의 차이 [1] | 홍승완 | 2005.10.18 | 2381 |
3512 | [16] 정신 [3] | 홍승완 | 2005.10.18 | 2093 |
» | <우화4> 세상에서 가장 멋진 프러포즈 [3] | 문요한 | 2005.10.19 | 2067 |
3510 | [17] 일주일 후에 죽는다면? [3] | 홍승완 | 2005.10.19 | 245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