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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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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0월 25일 06시 59분 등록
인재를 만드는 하루 2시간 - 나의 한 해

벌써 10월이 중순을 넘어서고 있다. 아침저녁으론 싸늘한 날씨가 이젠 완연한 가을임을 느끼게 하고, 설악을 찾는 많은 단풍객들을 TV 뉴스를 보노라면 곧 대청봉엔 얼음이 얼겠구나 하는 생각을 감출 수 없는 올 한해 둘러가는 시간이다. 자연이 이렇게 화려한 가을 패션쇼를 하는 것이 추운 겨울을 보내고 다시 내년을 준비하는 것일까? 아니면 때 이른 겨울을 기다리는 조바심일까? 우리네 삶도 이처럼 매년 결실과 도전이라는 과정을 거친다. 매년 초가 되면 올해에는 이것만은 꼭 이루고 말거야. 금연, 금주, 영어, 여행, 재테크 등 많은 약속들을 스스로 혹은 가족이나 주위에 공개하고 1년을 준비한다. 다들 한 해가 지나면 연초에 했던 그 다짐들을 이루어 냈을까? 아쉬움과 회한 또는 성취감과 의욕이 교차하지 않을까? 지금의 시기가 다들 연초에 다짐했을 각오들을 중간점검하기에 알맞은 때가 아닐까? 이제 남은 기간은 약 2달하고도 보름정도. 길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그리 짧은 기간은 절대 아니다. 아직 못 다한 다짐들이 있다면 남은 기간 동안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면 이룰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연말이 되고 흰 눈 내리는 날 내 년의 새로운 계획도 즐겁게 짜보면 어떨까? 나는 어떤가? 그런 꿈이 있었고 그런 노력을 하였던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보며 중간점검을 해 보고 싶다.

사실 올 해 이루고 싶은 꿈을 정하지 못했다. 아니 그런 꿈조차 가지지 못했고 그저 올 한해 열심히 살고 싶었고, 단지 몇 가지 하고 싶은 일들이 이루어지길 바랬던 정도였다. 그랬던 것이 1월 말 ‘내 꿈의 첫 페이지’라는 미래여행을 다녀와서는 10년 후 만들어진 나의 10대 풍광을 그려보곤 하였다. 그나마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고 간신히 달을 채울 때마다 꿈을 이루어 가려고 안간힘을 쓰는 내가 안쓰러울 따름이었다. 그러는 과정이 하루 이틀, 한 달 두 달 지나가면서 내 꿈이 무엇인가 사색하는 시간이 많아지기 시작하였다. 아마 8월경이었던 것 같다. 추사고택을 갔다 온 이후 많이 바뀌었다. 이미 반년을 지난 시점에서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반문했지만 미래여행이 내겐 큰 삶의 흐름을 바꾸어 놓았기에 결실이 없는 한 해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정리해 보고 싶었고, 이미 이룬 것, 해야 할 것 등을 적어놓았다. 이번 시간에 중간점검을 해보면 이루지 못한 나머지 풍광들도 이루어낼 수 있을 것 같다.

평생의 스승을 만난 일이다.

옛날 선비들은 좋은 스승을 만나게 해달라고 백일기도를 드렸다고 한다. 평생을 스승을 찾다가 한 생을 마감하는 이도 있었다 하니 나는 그리 어렵지 않게 만난 셈이다. 지난 몇 년간 이러저러한 일로 마음고생도 많았고, 경제적으로도 그리 넉넉하게 지내지 못했다. 외부의 문제로 그리된 것이 아니라 나의 욕심으로 인하여 그리되었던 것인데 돌이켜 보면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발버둥치는 과정에서 그렇게 된 것 같았다. 절실한 만큼 바라는 것이 있었는데 우연히 바람처럼 찾아간 ‘내 꿈의 첫 페이지’에서 스승을 만나게 되었다. 지금도 그 때의 간절함과 절실함은 잊혀 지지 않는다. 세 계절을 보내는 동안 스승의 가르침을 받으면서 많은 변화가 생겼고, 배움 역시 적지 않았다. 언제나 모시고 살면서 본받고 싶다.

매일 조금씩 읽고 조금씩 쓴다.

스승께서 말씀하시기를 공부의 성취는 머리가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누가 끈질기게 오래 앉아 연구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궁둥이살로 결정된다고 하셨다. 내가 살아가고자 하는 평생의 업이 스승의 모습처럼 되는 것이라면 응당 필요한 것은 배움과 학습 그리고 연구일 것이다. 스스로 변화경영의 고수가 되어야 하고 매일 조금씩 읽고 써야 한다고 하셨다. 음주가무는 매일 즐길 수 있었지만 매일 학습은 쉽지 않았다. 지난 10여 년 동안의 무절제한 생활습관이 하루아침에 바뀔리도 없겠지만 스승의 말씀을 몸으로 알아듣는 것이 더 힘들었다. 그러기를 여러 달이 지날 때쯤 어느 한순간 그것만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란 느낌이 들었다. 몸이 그렇게 하라고 시키고 있는 것을 느끼면서부터 매일 조금씩 읽고 써는 일이 아득히 먼 옛날부터 내가 해오던 일처럼 아주 편하게 느껴졌다.

가정의 행복, 이보다 우선하는 일은 없다.

지난 10여 년 동안 자랑스럽게 그리고 거만하게 떠벌리고 다닌 구절이 하나 있었다. 일과 가정은 양립할 수 없다. 당연히 돈 버는 일이 중심이었고 그러자면 있는 핑계 없는 핑계를 대가면서 저녁 일찍 집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이유들을 만들어 냈고, 음주가무를 당연히 즐겼으며, 하늘같은 가장이 큰일을 하는데 사소한 집안일로 귀찮게 하지 말라고 하였다. 그러기를 십여 년, 돌이켜보면 그 긴 시간을 묵묵히 인내해 준 아내와 가족들이 너무나 고맙고 마음의 빛을 많이 졌다. 修身齊家 라고 했던가 내 몸을 스승에게 맡기고 나니 나를 기다리고 믿고 있는 가족이 눈에 들어왔다. 스승께서는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일과 가정이 하나로 만나고, 직업과 삶이 하나로 되고, 하루가 인생의 전 길이로 확장될 수 있도록 배움과 수련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가족보다 우선하는 일은 없다. 가족이 나를 원할 때는 언제고 어디서고 그들의 손과 발이 되어야 하고 기꺼이 다리가 되어 주리라. 그 이후 우리 가정은 행복을 되찾았으며 생활도 윤택해지기 시작하였다. 행복, 나는 이것이 행복이라고 말한다.

담배를 끊지 못했고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내 꿈의 첫 페이지’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후 금연을 약속하였다. 6개월 정도 지난 어느 시점에 다시 담배를 물게 되었다. 그 이후 조금씩 다시 피우고 있다. 특히 술을 먹는 시간은 정도가 심하다. 혼자 있으면 피우지 않는데 주로 술자리 때 절제하지 못한다. 아쉽지만 실천하지 못했다. 지금 생각은 아주 조금씩 가끔 피우고 싶은 생각이 간절할 때가 있어 당분간 아주 끊지는 못할 것 같다. 줄여 나가도록 노력해야겠다.
올해 마라톤을 시작하였다. 그러기를 벌써 7개월이 지났고 두 번의 완주를 하였다. 적지 않은 시간을 훈련하였고 몸도 많이 건강해 졌다. 그런데 살이 빠지지 않는다. 많이 먹는 것이 원인이 아닌가 싶다. 20대 초반 군대 갈 때 훈련은 무섭지 않은데 밥 적게 주면 어떡하냐고 한걱정 한 적이 있을 정도로 난 유달리 먹는 것에 애착이 있다. 그래서인지 지난 10여 년 동안 먹는장사를 해왔는지도 모른다. 식탐이다. 많이 먹고 많이 운동할거냐, 적게 먹고 적절한 운동할 것인가 내게 남은 숙제다.
이러저러한 업들을 정리하면서 내 욕심들을 버리지 못하고 있음을 느낀다. 뭐든지 잘할 것 같고 잘할 수 있다는 자만심이 그토록 힘들었던 경험을 겪게 했는데도 아직도 그런 꿈을 꾸는 자신을 보면 답답하기도 하고 두렵다. 스승께서는 ‘평범한 사람들의 성공은 늘 한 길로 간 사람들의 것이다. ··· 나는 그저 내 일만 해도 저녁에 이미 탈진한다.’고 하셨다. 이젠 욕심을 버리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싶다. 그리고 매일을 그렇게 마치고 싶다.

남은 두 달 동안 해야 할 몇 가지 일들이 있다.

우선 시간을 분석하고 하루를 기록하기로 한 일이다. 처음 생각했을 때보다 여러 번 그 내용과 방식이 바뀌고 있고 지금은 하루를 30분 단위로 기록하는 것에 기초해서 하루에 독서, 글쓰기, 연구 활동, 운동으로 나눠 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를 기록하고 있다. 그런 나의 활동모습을 ‘인재를 만드는 하루 2시간’이란 주제로 칼럼을 쓰고 있다. 객관적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평가할 수 있도록 신경을 더 써야 하겠다.
또 하나는 내년 졸업 작품인 도서 출간을 준비하는 일이다. 대략적인 윤곽은 그려졌지만 아직도 세부내용은 잘 그려지지 않는다. 아마 올 해가 다 가도록 잡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하더라도 서두르고 싶지만은 않다. 큰 그림은 그렸으나 내용은 나의 능력이 될 때 채워질 것이다. 가능하다면 해가 넘어가기 전에 준비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리고, ‘내 꿈의 첫 페이지’ 프로그램 참가자들의 모임인 꿈 벗들의 모임을 잘 준비해야 한다. 11월 19~20일 치러질 행사를 차질 없이, 많은 꿈 벗들이 좋은 꿈들을 가지고 와서 서로 나누고 또 다른 새로운 꿈들을 가지고 갈 수 있도록 잘 준비해야 한다. 주관기수인 ‘줄탁동기’ 회원들과 차분하게 꼼꼼하게 해봐야겠다.
마지막으로 몸담고 있는 지역의 벤처협회의 가장 큰 사업인 ‘2005 충남 벤처인대회’를 잘 치르고 지난 4년 동안의 협회 활동을 마무리하는 일이다. 두 분의 회장을 모시고 여러 사업들을 대과없이 수행해 왔음을 큰 다행으로 여기고 있다. 고생했다는 말은 듣지 못하더라도 욕은 먹지 말아야 할 것 아닌가.

의학과 과학의 발달로 인간의 평균 수명이 이미 80이 넘어가고 있다고 한다. 아마 내가 삶을 마감하는 때쯤이면 건강하다면 100세 평균수명이 되지는 않을까. 그렇게까지 살고 싶은 생각은 없더라도 살고 있는 동안에는 최선을 다해 주어진 역할과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본다. 이제 내 인생도 마라톤에 비유하면 반환점을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마라톤은 30km 이전까지의 전반전과 그 이후의 후반전으로 전혀 다른 레이스가 펼쳐진다. 그렇다면 나는 아직도 전반전을 다 마치지 못한 경우일 것이다. 불꽃같은 삶은 아니라 할지라고 열정이 있는 삶을 살고 싶다. 아직 못다한 한 해의 일들을 잘 마무리하고 또 다른 내년의 꿈을 향해 조금씩 앞으로 나가고 싶다. 스승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고 나는 그렇게 살고 싶은 꿈이 있다.

“하루를 바꾸지 못하면 혁명도 없다. 자신만의 하루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자신의 세계를 가질 수 없다. 만일 하루를 춤추듯 보낼 수 있으면 자신의 행복을 찾은 것이다. 그것은 늘 자신을 행복하게 사는 새로운 방식을 찾아가는 끝없는 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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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용
2005.10.25 11:29:52 *.99.120.184
하루를 바꾸지 못하면 혁명도 없다. 시작이 없으면 과정도 결과도 없다. 완벽한 시작이 아니어도 아니한 것 보다 낫다. 지금까지 시작의 완벽함이라는 족쇄에 묶여 시작조차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시작은 초라하여도 끝은 위대하리라. 박노진님의 꿈여행을 보면서 새삼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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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곤
2005.10.25 11:43:59 *.248.117.3
노진님 글을 읽으니 벌써 송년회 분위기가 성큼 다가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소한 절반의 성공은 하신 것 같네요.
올해 연구원 활동과 말아톤이 큰 전기를 제공한 듯 느껴집니다.
일취월장 하리라 꼭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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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기원
2005.10.25 18:58:15 *.190.172.158
이루고자하는 꿈이있고,
그것을 향하여 한발한발 움직일수있는 것은
목적지까지 가고있는 여정의 어느 순간임을 알 수있습니다.
더 큰 분발을 내시어 담배까지 정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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