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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1월 2일 23시 05분 등록
예전에 인생의 목적이 무엇인가를 묻던 시절이 있었다.
답을 찾아 헤매었으나 결국 답을 찾지 못했다.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며칠 전에 문득 깨달았다.
애초에 잘못 제기된 질문이었던 것이다.
잘못된 질문을 지나치게 심각하게 생각했던 것이다.
객관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것을
존재한다는 전제 하에 찾아다녔던 것이다.

객관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면
인생의 목적이란 누구에게 물어야 할 질문이 아니라
나 스스로 세워야할 가치일 따름이다.
그러므로 괜시리 뭔가를 찾아보겠다고
갠지즈 강가나 히말라야 기슭을 헤매이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다.
나또한 바보처럼 룸비니 동산을 찾아가 기웃거려 보기도 했지만
그곳 역시 마음의 허허벌판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것을 발견했을 따름이다.

비트겐슈타인의 명언이 있다.
"인생의 문제는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해소되는 것이다."
그렇다, 내가 몇 년간 이 문제를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은
문제상황 자체가 해소됨으로써 더 이상 문제가 문제로서 성립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해소되면 그게 끝인가?
문제가 해소된 이 허허벌판에서 뒹굴뎅굴뒝굴 거리기만 하면 되는 것인가?
아무래도 비트겐슈타인은 한 걸음을 더 나갔어야 했다.

문제가 해소된 허허벌판...
여기가 앞으로 내가 죽을 곳이고
내가 죽을 곳을 찾았으니 비로소 나의 삶이 시작될 수 있는 것이다.
죽을 곳에서 삶의 뿌리를 내리는 저 나무들처럼 말이다.

그러면 무엇을 할 것인가?
으음...그건...
내 맘이다.

다시!
인생의 목적이란 애초에 없는 것이었다.
누군가는 "그러므로 허무다"라고 하는데,
그건 아니다.

허허벌판에 주인이 없다는 얘긴데 허무는 웬 허무?
내가 줄긋고 말뚝을 박으면 내 땅이 된다는 얘긴데 웬 허무냔 말이다.
오히려 신이 있다면, 신이 부여한 바의 목적이 있다면 그것이 허무다.
내가 할 일이 없는 거니까.
나의 일이 아닌 거니까.
도대체 신이 존재한다면, 내가 신이 아니라는 사실을 어떻게 견딜 수 있단 말인가?

또 하나,
짧은 생이므로 허무다?
이것도 말이 안된다.
영원이란 찰라들의 무한집합일 뿐인데,
찰라가 허무라면
영원히 살아본들 영원한 허무에 불과할 것으므로...

결론:
대부분의 문제는 문제 자체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그러므로 잘못된 문제를 지나치게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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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진
2005.11.03 07:28:30 *.118.67.206
신허무주의인가요?
[문제가 해소된 허허벌판]
누구나 꿈꾸는 세상이죠.
그렇지만 그 자리에 도달하면 또 다른 문제가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요?
없어도 만들어 내는 것이 사람이잖아요.
없는 신을 있다고 만들어 내는 것이나, 있는 신을 없다고 말하는 것이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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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2005.11.03 09:19:09 *.244.218.8
항상 고민하는 문제라..히말라야 가서 도닦을까 생각도 했었는데--;;...그런가요...모르겠습니다. 고민하지 않고 즐겁게 살면.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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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기원
2005.11.04 22:35:56 *.190.84.248
인생의 목적 => 잘 죽는 것 이다.
어떻게 하면 잘 죽을 수있을까?
잘 살고나면 될 것이다.
잘 살려면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야한다.
그래서 자신을 찾아서 자신처럼 살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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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2005.11.17 14:21:23 *.253.124.44
잘 찾아보면..허무도 있고 .. 문제같지않은 문제도 있고..
문제같은 문제도 있을테고..하지만..잘 찾아보면..무언가 있을법한것이
삶이 아닐런지요..잘 찾아보고 받아드릴 마음이 넉넉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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