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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병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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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1월 4일 02시 16분 등록

하루는 인생의 축소판

하루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는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축약된 질문이다. 왜냐하면 인생은 하루가 차곡차곡 쌓여 모인 것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어진 인생에 순응하며 살아간다. 인생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행복하게 살기 위한 방법에 대한 고민은 그리 많지 않다. 한발 더 나아가 거시적인 인생의 관점이 아니라 하루를 어떻게 하면 잘 보낼 것인가에 대한 성찰은 더욱 그러하다.

내가 꿈꾸는 미래와 현실을 매개하는 것은 바로 일상, 하루다. 거꾸로 말하자면 나의 오늘 하루에는 미래의 꿈이 내재화 되어 있다. 하루는 미래를 현실화하는 씨앗을 잉태하고 있다. 따라서 하루를 소중하게 잘 보내지 못하면 미래의 꿈은 차츰 멀어지게 되고 결국 소멸될 수 있다. 반면에 날마다 행복하게 사는 사람은 평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다.


하루를 잘 보내는 것이 목적

대학시절 나는 내가 믿고 있는 종교에 대해 적잖은 고민에 사로잡혔었다. 나는 이른 바 386 세대이다. 그 시대를 보낸 사람들 대부분이 그렇듯이 나는 격변하는 역사의 중심에 서 있었고, 6월 항쟁 당시 시청 앞 분수대를 또렷하게 기억한다. 암울한 시대적 상황 속에서 내가 믿고 있던 종교가 현실과의 단절과 배타성, 자족적인 공동체, 현실에 대한 무기력의 모습을 보여 주면서 나 자신의 아이덴티티에 대한 심한 회의감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내일 일은 난 몰라요. 하루하루 살아요.’ 라는 복음송을 부르며, 술잔을 기울이며 방황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고, 어느 순간 나는 기독교의 핵심 내용인 종말론적 세계관을 어렴풋이 이해하게 되었다. 지구 심판의 날, 아마겟돈이 다가오니까 세상을 버리고 하루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를 마지막 날처럼 소중하게 사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종말론적 세계관임을 깨달은 것이다. 하루는 다가올 미래를 위한 희생과 십자가가 아니라 천국이 되어야 한다.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오늘 이 땅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정말 하루를 잘 보내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다.


행복한 하루를 보내기 위한 세가지 방법

하루는 24시간이며 소소한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하루는 일어나고, 밥 먹고, 일하고, 사람들을 만나 부대끼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웃고, 지치고, 잠자고 그 밖의 많은 일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런 하루가 오늘 우리에게는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가? 하루는 그저 다람쥐 쳇바퀴처럼 반복되고 지루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오늘도 내일도 어제와 같은 것은 아닌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저 그런 하루를 증오하면서도 그 하루를 막상 탈출하기를 두려워하는 모순 속에서 살고 있다. 그렇다면 하루 그 자체가 매너리즘이 아닌 변화와 다이나믹한 것으로 가득하다면 어떨까? 아마 그 하루는 흥분과 설렘으로 맞이하게 될 것이다. 행복한 하루를 보내기 위해서는 다음의 세가지 방법을 실천해야 한다.

첫째 일상의 소소한 것에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많아야 한다. 이런 느낌은 저절로 일어나지 않는다. 어느덧 거북이 등껍질처럼 무감각해진 우리의 촉수와 감각기관을 깨우는 것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가슴을 활짝 열고 주위의 모든 것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마치 『금빛 기쁨의 기억』에서 표현되는 한국인의 미의식에 눈을 뜨는 과정과 비슷하다. ‘그것을 조용히 바라보되, 그로부터 적어도 몇 걸음이나 몇 마장 떨어진 자리에서, 육체의 눈을 가늘게 뜬 대신 영혼의 눈을 크게 뜨고, 근경(近景)의 미학이 아닌 원경(遠景)의 미학으로 바라보라.’

지난 주에 회사 워크샵을 가서 용문산에 올라갔었다. 이전 같으면 구시렁거리며 마음의 문을 닫고 올랐을 고행의 등산길이 가슴을 쫙 펴자 전혀 다른 느낌이 들었다. 은빛억새풀이 가을바람에 살랑이는 모습은 어떤 시련에도 굴하지 않는 굳센 억새가 되라고 호소하는 듯했다. 길섶의 노란 산국(山菊)이 하늘거릴 때면 나도 모르게 잔잔한 미소가 번져나갔다.
아~ 그 산마루에는 그렇게 가을이 익어가고 있었다.

일상의 작은 것에 행복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잠시 멈춰 설 수 있어야 한다. 왜 멈추어야 하는가? 우리는 한적한 산길을 따라 빨리 올라 갈 수도 있고, 길가에 핀 이름없고 주인없는 들꽃을 보기 위해 잠시 멈출 수도 있다. 만약 산길을 따라 빨리 걸어 올라가면 우리는 들꽃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다. 그렇지만 잠시 멈추어 서서 꽃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우리는 함빡 이슬을 머금고 있는 들꽃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게 된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도 이와 같다. 잠시 멈춰 섰을 때 우리는 그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눈을 뜨게 되고 그 깨달음이 주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유한준이 남긴 글이 적절한 표현이리라. ‘사랑하면 알게되고 알게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행복한 하루를 보내기 위한 두 번째 방법은 고정적인 나만의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직장인들의 생활은 타인을 위한 삶이다. 회사를 위해, 가족을 위해 당나귀처럼 열심히 일을 한다. 눈치챘겠지만 문제는 내가 빠졌다는 점이다. 오로지 내가 하고 싶어하고 잘하는 것들을 위한 시간을 지속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이것이 미래의 꿈을 달성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요, 정언명령이다.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하게 되면 행복하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잘할 수는 없다. 조금씩 계속해야 어떤 시점에 도달하면 질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셋째 일에 대한 관점을 세워야 하고 일하는 방식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사람들이 행복감을 느끼는 대표적인 경우는 일에 대한 의미를 느끼고 일을 통해 목적한 결과를 성취했을 때이다. 예를 들어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우리는 어제보다 아름다워지려는 사람을 돕습니다.’라는 비전을 갖고 있어야 한다. 내가 망치와 정을 가지고 있는 힘을 다해 돌을 두드리고 있는 이 작업은 등뼈가 휘어질 정도로 힘든 작업이 아니라 아름다운 성당을 짓고 있다는 희망과 동기부여의 철학이 있어야 한다. 과연 내가 하고 싶어하는 일은 어떤 것이며 또한 나는 왜 그 일을 하고자 하는가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있어야 한다.

일을 잘하는 사람들은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일에 대한 철학과 원칙이 확고하고 늘 멈춰 서서 일 자체에 대한 생각을 한다. 그리고 평생학습을 통해 부지런히 일의 내용을 익히고, 배운 내용을 실제 업무에 적용하고 실험하여 더 나은 방법을 모색한다. 덧붙여 내가 만난 일 잘하는 사람들은 에릭 번의 PDCA(Plan-Do-Check-Action) 사이클이 내재화되어 있었다. 모든 일에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며 점검하여 문제가 생기면 즉시 조치를 취한다.

놀이와 여가의 비중이 갈수록 늘어나지만 여전히 일은 우리 일상의 대부분의 시간을 차지한다. 따라서 매일 수행하는 일을 통해 행복을 모색할 수 없다면 우리와 행복과의 거리는 지구와 명왕성의 거리만큼 멀게 느껴질 것이다.


행복은 선택의 문제

『안네의 일기』로 유명한 안네 프랑크가 『폰더씨의 위대한 하루』에 등장한다.
나치 치하, 네덜란드의 비밀다락방으로 날아간 폰더는 해맑은 웃음이 인상적인 한 소녀(안네 프랑크)를 만난다. 안네는 전쟁이 끔찍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 상황이 언젠가는 끝날 것이라는 사실도 믿고 있는 소녀다. 그래서 안네는 웃으며 이렇게 말한다.

‘ 오늘 나는 행복한 사람이 될 것을 선택하겠다.
지금 이 순간부터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왜냐하면 나는 행복의 개념을 완벽하게 이해했기 때문이다. 행복은 하나의 선택이다. 행복은 어떤 생각과 행동, 내 신체 속에 화학적 반응을 일으키는 생각과 행동의 총합이다. 이 황홀한 느낌은 어떤 사람에게는 막연하게 느껴지겠지만 나는 이제 그것을 확실하게 통제한다.’

감수성이 묻어나는 사춘기의 뜨락에서 불안과 고뇌가 그녀의 생을 지배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초연하게 그리고 긍정적으로 대하는 모습에 전율하지 않을 수 없다.

행복은 선택의 문제다.
행복은 내가 켜고 싶을 때 켜고 끄고 싶을 때 끌 수 있는 텔레비전과 같은 것이다.

오늘 아침 나는 일어나서 무슨 생각을 하는가?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을 그저 무덤덤하게 받아들이며 터벅터벅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아침에 일어나서 하고 싶은 일을 해라. 그것이 눈부신 하루의 시작이며 행복의 선택이다.

오늘은 오늘의 길을 가라
지금 그대 앞에 놓인 길은
그대가 걸어야 할 오늘의 몫.
아직 내일의 길은 오지 않았다.
오늘의 끝에 가 닿아있는
내일 길은 내일의 몫.
그러므로 그대는 오늘 오직, 오늘의 길만 가라.
그리고 행복하라.
IP *.51.70.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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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진
2005.11.05 09:53:56 *.118.67.206
역쉬~
하루의 의미, 삶의 의미, 나의 의미로 만들어지는 오늘의 시작.
오늘 하루의 소비는 자신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트리는 것이고,
오늘 하루의 생산은 자신에 대한 자신감을 만드는 것이라 봅니다.
시간이 흐르고 나면 쌓여지는 신뢰.
이것이 하루를 보내는 믿음이고 나에 대한 투자이자 일상을 보내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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