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미영
- 조회 수 2181
- 댓글 수 8
- 추천 수 0
나는 아직도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해 아는 것 같지 않다.
남편에게 향했던 안테나를 나 자신에게 옮겨놓은 이후, 내 삶은 어느 정도의 안정을 찾아가는 듯 했다.
사랑도 공부해야 했지만 열심히 나를 사랑해주려 노력했고 그 과정에서 자신감을 갖기도 했다.
모성은 본능이 아닐 거라는 부정적인 생각들도 걷혀졌고 아이들을 예뻐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막무가내로 덮치는 우울 앞에서는 여전히 속수무책이다.
화낼 줄 모르고, 싸울 줄 모르는, 그래서 피하고 도망치는 내 초라함엔 눈물도 아깝다.
내 안에는 구석에 처박혀서 웅크리고 큰 눈만 껌뻑이며 떨고 있는 꼬맹이가 하나 있다.
가끔 이 녀석을 만나면 불쌍하고 안쓰러운 맘에 안아주곤 하는데 첨엔 같이 부둥켜안고 울기만 하더니 어느 날부턴가 괴물로 변해서는 나를 잡아먹을 듯 달려들었다.
놀란 나는 피했고 그래서 우울했다.
공부하고 노력한 사랑도 나에게 온전히 전할 수 없는 화를 만만한 아이들에게 풀었고, 잠든 아이들 옆에서 눈물로 후회하곤 했다.
내 부모에 대한 분노를 아이들에게 투사하면서 그렇게 미쳐가나 보다 했다.
큰소리가 들리면 나는 여전히 긴장한다. 가끔 식은땀도 솟는다.
어릴 때는 정신을 놔 버렸지만 성인이 된 이후로는 그냥 외면하곤 했다.
당연히 화는 속으로 삭이고 싸움은 피했다. 그게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었다.
그래서인지 내 속엔 차갑고 단단한 덩어리가 조금 있다.
제대로 싸울 줄 알면 화해하는 법도 알련만, 모르는 것도 셋트다.
어쨌거나 깨뜨리긴 너무 딱딱해서 녹여볼까 하는데 아직까지 난 그렇게 뜨겁지 않은가보다.
팔팔 끓여서 수증기로 날려버리고 싶은데, 그렇게 떠나보내고 싶은데, 아직 내겐 그럴 열정이 모자라나보다.
그래서일까?
감기가 심해서 등교를 못한 막내와 병원에 다녀오며 나를 돌아봤다.
날 찾아온 건강한 아이들에게 불구의 사랑밖에 표현할 줄 모르는 나쁜 엄마.
준비 없이 엄마가 되어 내 아이들에게 같은 상처를 주고 있는 건 아닌지, 이미 생긴 흉터도 외면하고 있는 건 아닌지, 아이들이 아플 때면 반성하는 미련한 것.
먼저 나를 사랑해야 한다고 느끼면서도 정작 내 안의 꼬맹이 녀석도 다 품지 못하는 나는 오늘도 문득 우울하다. 이 지겨운 우울.
괴물로 돌변하는 그 녀석도 안아줘야 할텐데.
도망치거나 피하지 말아야 할텐데.
그렇게 나를 온전히 사랑해야 할텐데.
그래야 아이들에게 건강한 사랑을 줄텐데.
그게 바로 좋은 엄마 일텐데.
내가 찾는 나 일텐데.
그나저나 요즘엔 왜 자꾸 잠이 쏟아지는지 모르겠다.
왜 자꾸 뭐가 먹고 싶은지 모르겠다.
셋째가 생긴 건 아닐텐데 말이다.
IP *.226.27.205
남편에게 향했던 안테나를 나 자신에게 옮겨놓은 이후, 내 삶은 어느 정도의 안정을 찾아가는 듯 했다.
사랑도 공부해야 했지만 열심히 나를 사랑해주려 노력했고 그 과정에서 자신감을 갖기도 했다.
모성은 본능이 아닐 거라는 부정적인 생각들도 걷혀졌고 아이들을 예뻐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막무가내로 덮치는 우울 앞에서는 여전히 속수무책이다.
화낼 줄 모르고, 싸울 줄 모르는, 그래서 피하고 도망치는 내 초라함엔 눈물도 아깝다.
내 안에는 구석에 처박혀서 웅크리고 큰 눈만 껌뻑이며 떨고 있는 꼬맹이가 하나 있다.
가끔 이 녀석을 만나면 불쌍하고 안쓰러운 맘에 안아주곤 하는데 첨엔 같이 부둥켜안고 울기만 하더니 어느 날부턴가 괴물로 변해서는 나를 잡아먹을 듯 달려들었다.
놀란 나는 피했고 그래서 우울했다.
공부하고 노력한 사랑도 나에게 온전히 전할 수 없는 화를 만만한 아이들에게 풀었고, 잠든 아이들 옆에서 눈물로 후회하곤 했다.
내 부모에 대한 분노를 아이들에게 투사하면서 그렇게 미쳐가나 보다 했다.
큰소리가 들리면 나는 여전히 긴장한다. 가끔 식은땀도 솟는다.
어릴 때는 정신을 놔 버렸지만 성인이 된 이후로는 그냥 외면하곤 했다.
당연히 화는 속으로 삭이고 싸움은 피했다. 그게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었다.
그래서인지 내 속엔 차갑고 단단한 덩어리가 조금 있다.
제대로 싸울 줄 알면 화해하는 법도 알련만, 모르는 것도 셋트다.
어쨌거나 깨뜨리긴 너무 딱딱해서 녹여볼까 하는데 아직까지 난 그렇게 뜨겁지 않은가보다.
팔팔 끓여서 수증기로 날려버리고 싶은데, 그렇게 떠나보내고 싶은데, 아직 내겐 그럴 열정이 모자라나보다.
그래서일까?
감기가 심해서 등교를 못한 막내와 병원에 다녀오며 나를 돌아봤다.
날 찾아온 건강한 아이들에게 불구의 사랑밖에 표현할 줄 모르는 나쁜 엄마.
준비 없이 엄마가 되어 내 아이들에게 같은 상처를 주고 있는 건 아닌지, 이미 생긴 흉터도 외면하고 있는 건 아닌지, 아이들이 아플 때면 반성하는 미련한 것.
먼저 나를 사랑해야 한다고 느끼면서도 정작 내 안의 꼬맹이 녀석도 다 품지 못하는 나는 오늘도 문득 우울하다. 이 지겨운 우울.
괴물로 돌변하는 그 녀석도 안아줘야 할텐데.
도망치거나 피하지 말아야 할텐데.
그렇게 나를 온전히 사랑해야 할텐데.
그래야 아이들에게 건강한 사랑을 줄텐데.
그게 바로 좋은 엄마 일텐데.
내가 찾는 나 일텐데.
그나저나 요즘엔 왜 자꾸 잠이 쏟아지는지 모르겠다.
왜 자꾸 뭐가 먹고 싶은지 모르겠다.
셋째가 생긴 건 아닐텐데 말이다.
댓글
8 건
댓글 닫기
댓글 보기
VR Left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3509 | 나 [3] | 오병곤 | 2005.10.22 | 2139 |
3508 |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있어서... [4] | 홍승완 | 2005.10.22 | 2100 |
3507 | 길 [3] | 구본형 | 2005.10.24 | 2183 |
3506 | 넓은 세상 넓은 마음으로 | 루비 | 2005.10.24 | 1994 |
3505 | 나의 독서와 글쓰기 [5] | 오병곤 | 2005.10.25 | 2825 |
3504 | 나의 한 해 [3] | 박노진 | 2005.10.25 | 2285 |
3503 | 두서없이 적는 글 - 홈페이지의 유용성과 주소에 대한 생각 [2] | 신재동 | 2005.10.27 | 2495 |
3502 | 사랑 한 가지 주제에 의한 변주곡 | 숲기원 | 2005.10.27 | 1837 |
3501 | 인격 [2] | 숲기원 | 2005.10.28 | 1973 |
3500 | <변화학 칼럼 24> I & Eye [3] | 문 요한 | 2005.10.28 | 2033 |
3499 | [18] 자연스러움의 미학 [2] | 홍승완 | 2005.10.29 | 2182 |
3498 | Love actually is all around [1] | 홍승완 | 2005.10.29 | 2081 |
3497 | 산다는 건.. [10] | 김미영 | 2005.10.29 | 2288 |
3496 | 주말에 홍성을 다녀왔답니다. [5] | 숲기원 | 2005.10.31 | 1959 |
3495 | 인재를 만드는 하루 2시간-10월 시간분석 [3] | 박노진 | 2005.11.02 | 2012 |
3494 | 小心男에 대하여 [2] | 정경빈 | 2005.11.02 | 1992 |
3493 | 인생의 목적 [4] | 황금빛모서리 | 2005.11.02 | 2607 |
3492 | 가을산에 들다. | 정상진 | 2005.11.03 | 2625 |
3491 | 하루 [1] | 오병곤 | 2005.11.04 | 1955 |
» | 아직도.. [8] | 김미영 | 2005.11.04 | 218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