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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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는 아줌마다.
그녀는 이 '실체 없는' 말을 싫어하겠지만.
우리는 언젠가는 만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느닷없는 만남이었지만 꺼리낄 것은 없었다.
둘이 만나 오겹살에 소주를 마셨다.
나는 고기를, 그녀는 콩나물과 김치를 주로 먹었다.
우리는 소주 2병을 거진 마셨다.
그녀가 두 잔을 마시는 동안 나는 한 잔을 비웠다.
난 요즘 슬럼프다.
자신감이 떨어지고 생각은 많아졌다.
그녀도 나름의 고민이 있었다.
내용은 다르지만, 둘 다 뭔가 정리되지 않는 짐을 이고 있었다.
그럼에도,
우리가 나누는 대화는 술이 들어갈수록 명확했다.
다른 사람이 들으면 이상할 대화를 우리는 아주 편안하게 나눴다.
주제도 이리저리 바꿔가며 말했고 들었다.
술이 그렇게 만들어준 것일지도 모른다.
상관없다.
사연이 없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있다.
말할 수 없는 사연을 칼처럼 품고 산다.
아프고 슬프고 부끄럽기 때문에 그것을 표현하지 못한다.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그런 사연의 얼굴을 서로에게 슬쩍 슬쩍 보여주었다.
나는 조금은 덤덤했지만 그녀는 자주 눈물 지었다.
나는 그녀가 그런 사연을 이야기로 풀어내길 바란다.
나는 '풀려서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쓰다보면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혼자만 볼 수 있는 이야기책이 될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 함께 볼 수 있는 이야기책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그 마음대로 쓰길 바란다.
그녀에게는 두 아이가 있다.
그녀는 '아이들이 자신을 구했다'고 했다.
'아이들이 선물'이라고 했다.
그녀와 아이들은 서로에게 생명의 은인이고 축복이다.
나는 그녀를 잊지 못하겠지만 그 아이들은 잊게 될 것이다.
그녀는 아이들을 잊지 않을 것이고 아이들 역시 엄마를 잊지 않을 것이다.
아이들의 이름은 지수와 지원이다.
술자리가 막바지일 때,
아이들에게 전화가 왔다.
좋아 보였다.
좋은 엄마다.
나는 그만 나가자고 했다.
갈 길이 멀었다.
그녀가 계산하겠다 했다.
나는 말리지 않았다.
좋은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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