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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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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1월 17일 12시 28분 등록
언젠가 새벽이었다. 서울 신사동의 한 극장에서 ‘꽃 피는 봄이 오면’을 보았다. 영화를 보고 나와 이제는 기억이 가물한 그녀와 함께 길을 걸었다. 우리 위에는 커다란 보름달이 떠 있었다. 그런 달을 언제 마지막으로 보았는지 기억이 없지만, 참 오랜 만에 본 것이었다. 그 달을 보며 우린 많이 걸었다.

나에게 좋은 영화였다. 감독의 역량이 조금 부족한 감도 들었지만, 최민식의 연기와 시나리오만으로도 좋은 영화였다. 적어도 내게는 말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구체적인 공감에 사로 잡혔다. 최민식의 연기가 내게는 연기가 아니었다. 최민식의 연기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는 이미 연기를 넘어 섰다. 프로라는 말이나 대가라는 경지는 적절한 표현이 아니다. 그가 곧 연기고 연기가 곧 그일 뿐이다. 그는 떠나고 연기가 남아 그것으로 말한다.”


‘꽃피는 봄이 오면’에는 이현우라는 이름을 가진 꿈은 있지만 이루지 못하고 사랑이 떠나는 것을 소주로 달래는 먹고 살기에 급급한 생활인이 나온다. 그리고 광업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과 그들의 자식이 다니는 도계 중학교가 나온다. 그 학교에는 인원이 겨우 맞는 밴드부가 있다. 존폐의 위기에 처 한 밴드부에 이현우라는 지도교사가 온다. 어려운 생활인과 밴드부의 만남이다.

밴드부는 우여곡절과 남다른 노력의 결과로 전국대회에 출전하게 된다. 전국대회에 참가함으로써 밴드부는 해체를 면하게 되고 아이들은 음악을 계속 할 수 있게 된다. 이현우는 음악과 생활의 의미를 다시금 새기면서 엄마와 사랑이 있는 서울로 올라오게 된다.

꽃피는 봄에 생긴 일이다.


나는 단거리 육상선수가 1초에 100m를 완주하는 것이 기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불치병에 걸린 환자가 어느 날 완쾌되는 것이 기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기적이 불가능을 이루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불가능은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말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도계 중학교 밴드부가 전국대회에 참가하여 연주하는 것을 나는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컨설턴트가 꿈인 젊은이가 지방대를 나와 열심히 노력하여 컨설턴트가 되는 것이 내게는 기적이다. 못 쓸 병에 걸린 아버지가 자식의 지극 적성으로 3년 더 살고 있다면 그것이 기적이다. 삶을 내던지기로 결심한 엄마의 마음을 변화시키는 예쁜 아이들이 기적이다.

불가능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니라 감동 없는 기적이야말로 내게는 아무것도 아니다. 기적은 불가능이 아무것도 아님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꿈을 향한 도전과 여정에서 스스로 느끼고 때로는 다른 사람들도 알아볼 수 있는 그런 것이다.

내 안에도 봄이 올 것이고 꽃은 필 것이다, 언젠가는.
IP *.120.9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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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놈
2005.11.17 14:24:14 *.206.250.9
글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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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영
2005.11.17 16:03:02 *.239.124.121
승완씨..살짝 감동 먹었어여..글 좋다..차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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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기원
2005.11.18 00:33:35 *.190.243.150
이미 봄은 활짝피어있습니다.
기적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늘 좋은날 되시기를 기원_()_

봄이 오면 결혼하시려나?
그녀는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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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곤
2005.11.18 01:53:16 *.51.66.190
'꽃피는 봄이 오면 내곁으로 온다고 말했지 노래하는 제비처럼'이런 가사로 시작되는 노래가 있었지요.
그 노래가 맨 처음 생각나다가 후반부에는 아줌마와 총각의 2차 만남을 보는듯한 착각이 들면서 다시 대략 꽃이 피는군요.
‘참으로 이 세상에서 부족한 것은 기적이 아니라 감탄이다.’라는 체스터턴의 말이 떠오르는군요.
우리 곁에서 기쁨은 늘 활동하고 있어요.
그렇지만 나는 기적보다 그녀가 더 관심이 많다.
어서 그녀를 만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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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진
2005.11.19 09:37:17 *.118.67.206
멀리서 찾으면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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