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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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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1월 24일 10시 25분 등록
먹는 행위는 기본적으로 혼자하는 행위다. 누가 옆에 있고 없고 간에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자기 혼자서 해결한다.

그러고 보니 먹는 것으로 푼다는 표현을 쓴 것은 무슨 일을 혼자서 해결하려 한다는 것을 무의식중에 그렇게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 아닌가 싶다. 굳이 다른 사람을 통해 풀고 싶지 않다는 의지가 나도 모르게 작용한 것이 아닐까 싶다.

다른 이의 도움을 받는 것은 왠지 빚을 진다는 생각을 강박관념처럼 지녔던 때가 있다. 누군가에게 물적이든 심적이든 도움을 받는다는 것은 내가 그만큼 나약하다는 증거이며 추후에 그에 상응하는 무언가를 그 사람에게 되돌려줘야 한다는 압박을 스스로에게 가하곤 했다. 그러한 정신적 압박을 받지 않으려다 보니 어떤 문제가 발생할 경우 되도록이면 스스로 해결하려 했고 해결책을 찾지 못할 경우에는 온종일 그 문제 하나만 생각하며 자신을 학대했던 경험도 갑작스레 새록새록 솟아난다.

일찌감치 시집을 가 있는 대학 동창이 하나 있다. 어림잡아 결혼한지 10년은 족히 넘었다. 아이 잘 낳지 않는 풍토와 상관없이 아이 셋 낳아서 키우며, 가끔은 투정 부릴 법도 하겠건만 매사에 그냥 털털하게 넘어 간다. 한번 누군가를 미워하면 끝까지 미워하는 모습이 조금 부담스러운.. 그런 친구다. 시집 간 이후로는 1년에 한번 볼까말까다. 아예 1년 중 한번도 보지 못했던 경우가 더 많다. 그럼에도 어쩌다 한번 모임에서 만나게 되면 옛모습 그대로이니 별러 낯선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계속 미루다 미루다 더 미루면 안되겠다는 책임감(?)이 발동하여 전화로 결혼 소식을 알렸다. 수화기에서 들리는 목소리가 환희에 차 있다. 정말 축하할 일이라며, 이런 표현이 어울릴지 모르지만 '방방 뛰었다'. 상대방이 그리 나오니 나도 덩달아 '업'된다. 피곤함에 눌려 있던 기운이 불쑥 솟아 오른다. 그리고 내가 자연스레 웃고 있음을 의식한다.

올해 내내 계속 침울해 있었는데 막판에 기쁜 소식을 전해 줬단다. 의무감에 밀려 수동적으로 건낸 전화 한통. 그 전화 한통이 서울과 천안에 각각 머물러 있는 두 사람의 분위기를 확실하게 '업'해줬다.
IP *.106.17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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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진
2005.11.24 10:33:17 *.118.67.206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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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기원
2005.11.24 12:35:29 *.190.172.133
아하!
저도 이제 재동님 마음안에 있는 큰 호수를 본 것같아요?
재동님 누군로부터 도움받고 자학하는 것 지금은 아니겠지요?

세상태어나서 살고있는 지금까지 도움받지 않고 사는 사람이 어디있겠습니까? 생각을 좀 바꿔보면 어떨까요? 도움주면 기꺼이 받는 것입니다.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있고 그 도움을 돌려줄 수있도록 하거나 돌려주지 못한다면 다른 누군가에게 돌려주면 좀더 세상이 좋아 지고 내자신도 더 좋아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모든 것을 혼자 다하려는 자립심 필요합니다.
자수성가했다고 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잘 생각 해보면 혼자 자립한다는 것은 혼자만의 것으로 되기보다는 주위의 여러분의 도움주고 받는 관계를 잘 했기에 가능했을 것입니다.

말없이 늘 좋은 마음 내시는 재동님
결혼준비 잘하시고 사업번창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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