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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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까말까 망설였다.
취업준비생 또는 이직을 희망하는 분들과 경험을 나눈다는 차원에서 쓰기로 한다.
◎사회입문
전공 축산학. 4년간 그와 관련한 수업을 듣고 공부를 하다보니 내가 그 분야에 흥미를 가지고 있는 건지 내 적성에 맞는 분야인지 고민해 볼 겨를도 없었고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 경험해 본 건 아니지만 회사라는 곳도 결국 사람이 모인 곳이고 그동안 해왔던 대로 내 일만 열심히 하면 될 것이다라고 생각하며 사회에 입문했다.
첫 입사일. 1993년 1월 4일로 기억된다.
학생에서 사회인으로 신분이 변하던 순간. 아침 일찍 버스를 타고 경기도 원당이라는 곳으로 가고 있었다. 글 쓰다 보니 기억나는 것이 가던 중간에 버스에 잡상인이 올라 탔다. 출소한지 얼마 안되니 도와 달라며 물건을 팔았는데 내 무릎 위에 물건을 올려 놓으며 도와 달라고 한 마디 했는데 꼭 협박하는 것 같았다. 특수한 상황에서 두려운 마음이 배가 되어 별 생각 없이 물건을 샀다. 무슨 물건인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원당 시내에서 전화를 걸었고 몇분 뒤 쥐색 프라이드 승용차가 내 앞에 섰다. 덮수룩한 수염을 가진 곱슬머리 남자. 인상은 좋아 보이는데 표정은 굳어 있다. 그 차를 타고 10분 정도 뒤에 회사에 도착. 똥냄새가 조금씩 풍겨 나온다.
회색 작업복을 하나 받고 내가 기거할 방으로 안내 되었다. 그곳에서 옷을 갈아 입고 새로운 상사의 안내를 받으며 각 豚舍를 돌아 다니며 인사를 나눴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사람들이 한결같이 뭐 보듯한다.
신참내기 사무직원. 학사모는 썼다 하고 새파랗게 어린 놈이 직책상으로는 그곳에서 5년, 10년 일한 현장 직원들보다 상사다. 그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었을까. 적어도 몇몇 사람은 아니꼽게 보았던 것이 확실하다. 물론 당시에는 그러한 분위기를 전혀 파악하지 못했지만....
사무직원이었지만 현장 업무를 경험해 보는 차원에서 豚舍 하나를 맡게 되었다. 비육사라 하여 도축장으로 내보낼 돼지에게 사료를 듬뿍 먹여 살을 찌우는 곳이었다. 9개동의 비육사가 있었는데 현장직원 네 사람이 2개동씩 맡고, 나는 1개 동을 맡은 것이다. 거기서의 일이라는 것이 돼지들이 먹고 싼 것을 삽으로 떠서 리어카에 담아 버리는 것이었다. 한개의 동에서 작업을 하면 리어카 한대가 대략 찼다. 그것을 끌고 분뇨 처리장에 가져다 버리는 것까지가 기본적인 일이다.
삽질도 거의 해본 적이 없었고 리어카라는 것도 시골에서 동생들 태우고 천천히 움직인 것이 고작이었다. 그것들을 일로 하려니 미숙함이 바로 튀어 나온다. 삽질은 더디고 리어카를 끌고 가며 분뇨를 길에 흘리는 일도 허다하다. 그나마 한 개 동만 맡았기에 다른 사람들보다는 일이 빨리 끝났는데 그 모습을 ㅗ보는 그곳의 최고참 현장직원이 은근 슬쩍 시비를 건다. 당시 그 사람 나이가 50대 초반으로 기억되는데 그곳에서 근무한지 14년 정도 되었고 그 곳에서 일을 제일 잘하는 사람으로 인정받고 있는 사람이었다.
이전에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일에 치여 정신을 못차리고 있는 상황에서 주변 사람들은 나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고. 하지만 그런 것 고민한 겨를도 없이 매일 아침이면 일어나 삽자루 들고 돼지똥을 치워다 나르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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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준비생 또는 이직을 희망하는 분들과 경험을 나눈다는 차원에서 쓰기로 한다.
◎사회입문
전공 축산학. 4년간 그와 관련한 수업을 듣고 공부를 하다보니 내가 그 분야에 흥미를 가지고 있는 건지 내 적성에 맞는 분야인지 고민해 볼 겨를도 없었고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 경험해 본 건 아니지만 회사라는 곳도 결국 사람이 모인 곳이고 그동안 해왔던 대로 내 일만 열심히 하면 될 것이다라고 생각하며 사회에 입문했다.
첫 입사일. 1993년 1월 4일로 기억된다.
학생에서 사회인으로 신분이 변하던 순간. 아침 일찍 버스를 타고 경기도 원당이라는 곳으로 가고 있었다. 글 쓰다 보니 기억나는 것이 가던 중간에 버스에 잡상인이 올라 탔다. 출소한지 얼마 안되니 도와 달라며 물건을 팔았는데 내 무릎 위에 물건을 올려 놓으며 도와 달라고 한 마디 했는데 꼭 협박하는 것 같았다. 특수한 상황에서 두려운 마음이 배가 되어 별 생각 없이 물건을 샀다. 무슨 물건인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원당 시내에서 전화를 걸었고 몇분 뒤 쥐색 프라이드 승용차가 내 앞에 섰다. 덮수룩한 수염을 가진 곱슬머리 남자. 인상은 좋아 보이는데 표정은 굳어 있다. 그 차를 타고 10분 정도 뒤에 회사에 도착. 똥냄새가 조금씩 풍겨 나온다.
회색 작업복을 하나 받고 내가 기거할 방으로 안내 되었다. 그곳에서 옷을 갈아 입고 새로운 상사의 안내를 받으며 각 豚舍를 돌아 다니며 인사를 나눴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사람들이 한결같이 뭐 보듯한다.
신참내기 사무직원. 학사모는 썼다 하고 새파랗게 어린 놈이 직책상으로는 그곳에서 5년, 10년 일한 현장 직원들보다 상사다. 그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었을까. 적어도 몇몇 사람은 아니꼽게 보았던 것이 확실하다. 물론 당시에는 그러한 분위기를 전혀 파악하지 못했지만....
사무직원이었지만 현장 업무를 경험해 보는 차원에서 豚舍 하나를 맡게 되었다. 비육사라 하여 도축장으로 내보낼 돼지에게 사료를 듬뿍 먹여 살을 찌우는 곳이었다. 9개동의 비육사가 있었는데 현장직원 네 사람이 2개동씩 맡고, 나는 1개 동을 맡은 것이다. 거기서의 일이라는 것이 돼지들이 먹고 싼 것을 삽으로 떠서 리어카에 담아 버리는 것이었다. 한개의 동에서 작업을 하면 리어카 한대가 대략 찼다. 그것을 끌고 분뇨 처리장에 가져다 버리는 것까지가 기본적인 일이다.
삽질도 거의 해본 적이 없었고 리어카라는 것도 시골에서 동생들 태우고 천천히 움직인 것이 고작이었다. 그것들을 일로 하려니 미숙함이 바로 튀어 나온다. 삽질은 더디고 리어카를 끌고 가며 분뇨를 길에 흘리는 일도 허다하다. 그나마 한 개 동만 맡았기에 다른 사람들보다는 일이 빨리 끝났는데 그 모습을 ㅗ보는 그곳의 최고참 현장직원이 은근 슬쩍 시비를 건다. 당시 그 사람 나이가 50대 초반으로 기억되는데 그곳에서 근무한지 14년 정도 되었고 그 곳에서 일을 제일 잘하는 사람으로 인정받고 있는 사람이었다.
이전에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일에 치여 정신을 못차리고 있는 상황에서 주변 사람들은 나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고. 하지만 그런 것 고민한 겨를도 없이 매일 아침이면 일어나 삽자루 들고 돼지똥을 치워다 나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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