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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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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2월 14일 23시 40분 등록
당시 사무직 사원들은 돌아가며 숙직을 섰다. 숙직 서는 날에는 사무실에서 잠을 잤는데 아마도 6월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내가 들어오면서 영업부로 발령을 받은 나의 전임자. 처음 들어와서 며칠 간 함께 일했고 영업부서로 옮긴 이후에도 가끔씩 찾아와 친근감을 표시했던 사람이다. 그런데 부서를 옮긴 이후로 아마 좌절감을 맛보았나보다. 그 무렵 계속 찾아와 괴로움을 표시하곤 했는데...

내가 숙직 서던 날 술에 쩔어 사무실로 왔다. 자야 할 시간인데 갈 생각을 않는다. 열이 오른다. 그런데 그 사람이 거기에 기름을 부어 버렸다. 돌이켜 보면 계속 참았어야 했지만... 그냥 일을 저질러 버렸다.

중학교 시절 이후로 처음 주먹을 휘둘렀는데.. 오른손에 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주먹을 쥘 수 없을 정도로 아팠다. 나보다 10cm는 족히 큰 그 사람도 열이 올라 나에게 마구 손찌검을 해댄다. 나는 최대한으로 방어해 본다. 가급적 그 사람에게 등을 돌리고 엄살을 떤다. 술이 많이 취했으니 때리다보면 지치겠지 하며 최대한 시간을 끌어 본다.

그 사람. 싸움을 멈추고 뭐라뭐라 소리지르더니 탁자 유리를 깨버린다. 그리고선 거기서 그냥 잔다. 나는 야근을 하고 있던 현장직원에게 가서 도움을 청하고 난 후 내 방(사택)에 들어가 잠을 청했다.

다음날 아침.

손에 통증이 여전하다. 농장장이 출근했고 전날의 흔적이 남아 있는 사무실로 나를 호출한다. 자초지종을 설명하는데 손이 많이 부어있다.
병원에 가보니 손등뼈가 부러졌다고 한다. 그래서 기브스를 했다. 그 모습으로 다시 사무실로 갔다. 그 몸으로는 그곳에서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휴직하란다.
휴직 기간 중 급여는 어떻게 될지 보장할 수 없단다.


뭐가 잘못된 것일까.
난 회사가 정해준 날짜에 숙직을 섰고 사무실에서 행패를 부리는 사람을 내보내려 하다가 그런 불상사를 당했는데...
당장 얼마동안은 한쪽 손을 쓸 수 없고 두달 정도는 쉬어야 한다.
뭐가 잘못된 것일까.

그러나.. 그런 혼란스런 나의 마음과는 상관없이 난 그곳을 떠나 한쪽 손에 기브스를 한 채로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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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완
2005.12.15 09:28:12 *.120.97.46
형, 나도 때리고 싶었던 적 몇 번 있지? ㅡㅡ+
소설처럼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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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진
2005.12.15 11:58:54 *.118.67.206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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