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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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마음 편치 않던 한 때를 회상하며 글을 쓰려니 쉽지 않다. 그것도 한번으로 끝나는 글이 아니고 왠 연재.. 예전에도 그런 적이 있었는데 중간에 그만두고 싶은 마음 들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해를 넘기고 나니 더하다.
◎더 이상 추락할 일은 없겠지
IMF를 맞기 이전부터 심적 갈등을 겪고 있던 바. 별탈 없이 가동되던 생산라인에서 사고가 발생하기 시작했고, 계속되는 격무로 인해 몸은 지쳐갔다. 거기에 상사와 구두로만 약속했던 개인적인 요구 사항들은 지켜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대안이 없었다. 그곳의 일은 아무리 오래 해도 경력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그렇게 2년이 흘러 버렸다. 어느 덧 나이는 28세. 이미 직장을 한번 그만둔 경력도 있고 그나마 지금 하고 있는 일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으니 직장을 옮긴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였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을까. 나를 무능하다고 여기는 사람들 사이에서 오직 한달에 한번 있는 '기쁜 날'을 위하여 갖가지 수모를 감수하며 몸을 망가뜨려 가며 계속 일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러서도 전혀 다른 선택권이 없는 이 상황.. 어쩌다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되었을까..
직장생황이라는게 다 그렇다면.. 이 세상의 모든 직장인들은 다 불행한 걸까? 그러면 독립해서 사업을 해야 행복해지나? 아니면 자기 하고 싶은 거 하면서 하는 예술가들이 행복한 사람들일까? 아니면 공무원들이 행복할까?
그런 밑도 끝도 없는 물음을 계속 하고 있는 와중에 외환위기는 왔고 회사 경영상태는 안좋아졌고 그리하여 편법 감원은 시작되었고 그 편법에 걸려 나가 떨어지고야 만다. 비열한 행위를 한 회사. 그러나 그 회사에 대한 미움보다 그러한 꼼수에 걸려들어 옴짝달싹 못하는 한심한 자신을 느껴야 했던 상황.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정말 이 세상이 나 한 사람 없애 버리려 별짓을 다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패자는 말이 없어야 할까. 그 회사에 계속 살아 남은 사람들은 승자일까.. 지금 이 마당에 그런 생각이나 하고 있고.. 아직도 정신 못차리고 있나보다..
당장 닥친 현실은 그대가 다시 실업자라는 것. 앞으로 사회로부터 멸시를 받을 것이라는 것.
아.... 모르겠다. 실패는 인정하지만... 뭔가 억울해.. 패자라고 낙인 찍겠다면.. 그래.. 못버티고 나왔으니 그건 그렇다고 치자구.. 그럼 뭐가 부족해서 그리 된거냐구.. 내가 꾀를 피우고 농땡이를 부렸다면 그냥 인정해 버릴텐데.. 그건 아니었거든..
그래도....
나의 그러한 감정 동요와는 상관 없이 아침이면 여전히 해는 떴고 시간은 여느 때와 다름 없이 계속 흘러가고 있었다. 그래도 일말의 자존심은 있었는지 언제까지 그렇게 자신을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슬쩍 들었다. 내심 떼 쓰고 어리광 좀 부리면 누군가가 나 좀 바라 봐주지 않을까 했지만 그럴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길 가다 넘어져서 울고불고 하면 누가 와서 좀 일으켜 주지 않을까 싶었는데 아무도 그러질 않았다. 그런데 그 자리에 계속 앉아 있으니 엉덩이만 차가와질 뿐이었다. 그러니 쬐금 억울하지만 다시 일어서서 걸을 수밖에.. 흑~ ㅠㅠ
언젠가는 잘릴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낄 때부터 대체 난 무엇을 잘하는가 하고 곰곰이 되뇌어 보기 시작했다. 어릴 때 수학 잘했으니 논리적인 사고는 좀 하지 않을까.. 뭐든 한번 파고들기 시작하면 또래들한테 그 분야에 대해 얘기하며 잘난 척 좀 했고 같은 부서 내에서 그래도 컴퓨터는 좀 다뤘고 여전히 컴퓨터 만지는 일은 신난다 등등.. 사소한 것이라 할지라도 꼼꼼하게 되뇌었다.
아주 작은 실마리 하나라도 찾으려 했다. 그 와중에 실직을 했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하나. 이제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좀 해보자. 무시당하면서도 할 수 없이 다니는 곳이 아니라 정당하게 내가 일한 대가를 받는 곳에서 일하고 싶다. 그럴려면 내게 주어진 업무에 능숙해야 한다.
난 무엇에 능숙하지?
컴퓨터....
그거 만지는 일 할 때면 신이 난단 말야..
벌이는 적더라도 그것과 관련된 일을 할 수 있다면 참 좋겠어..
그런데 걸림돌이 많네.
전공을 한 것도 아니고 그 분야에 대한 경력은 전혀 없지.
그러니 지금 그 분야에 소질이 있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하나?
굳이 그쪽 일을 하고 싶다면.. 그래서 방법을 찾아 본다면..
나보다 모르는 사람들을 상대하면 되지 않을까?
내가 가진 것 이상을 요구하는 곳은 갈 수 없지만..
나보다 모르는 사람을 가르치는 일은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아.
그런데 내가 가르치는 일을 잘할까?
교육 쪽 일은 한번도 안해봤는데..
과거를 또 되돌아보니..
왠지 잘할 것 같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왠지 그럴 것 같아.
어린 애들 하고 비교적 대화를 잘 하는 편이니
지식을 전수하는 데에도 어느 정도 유리할꺼야.
이런 건 길게 생각하지 말자.
이런 게 직감인지.. 직관인지.. 그런 게 아닐까 싶어..
그래서.....
컴퓨터 교사가 되기로 결심하고.. 문을 두들겼고.... 문이 열렸다...
나중에 생각해보면 아무한테나 쉽게 열어준 경향이 있긴 하지만...
어쨌든 그 열린 문으로 ..
또 들어갔다.
(계속)....
IP *.142.141.28
◎더 이상 추락할 일은 없겠지
IMF를 맞기 이전부터 심적 갈등을 겪고 있던 바. 별탈 없이 가동되던 생산라인에서 사고가 발생하기 시작했고, 계속되는 격무로 인해 몸은 지쳐갔다. 거기에 상사와 구두로만 약속했던 개인적인 요구 사항들은 지켜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대안이 없었다. 그곳의 일은 아무리 오래 해도 경력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그렇게 2년이 흘러 버렸다. 어느 덧 나이는 28세. 이미 직장을 한번 그만둔 경력도 있고 그나마 지금 하고 있는 일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으니 직장을 옮긴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였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을까. 나를 무능하다고 여기는 사람들 사이에서 오직 한달에 한번 있는 '기쁜 날'을 위하여 갖가지 수모를 감수하며 몸을 망가뜨려 가며 계속 일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러서도 전혀 다른 선택권이 없는 이 상황.. 어쩌다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되었을까..
직장생황이라는게 다 그렇다면.. 이 세상의 모든 직장인들은 다 불행한 걸까? 그러면 독립해서 사업을 해야 행복해지나? 아니면 자기 하고 싶은 거 하면서 하는 예술가들이 행복한 사람들일까? 아니면 공무원들이 행복할까?
그런 밑도 끝도 없는 물음을 계속 하고 있는 와중에 외환위기는 왔고 회사 경영상태는 안좋아졌고 그리하여 편법 감원은 시작되었고 그 편법에 걸려 나가 떨어지고야 만다. 비열한 행위를 한 회사. 그러나 그 회사에 대한 미움보다 그러한 꼼수에 걸려들어 옴짝달싹 못하는 한심한 자신을 느껴야 했던 상황.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정말 이 세상이 나 한 사람 없애 버리려 별짓을 다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패자는 말이 없어야 할까. 그 회사에 계속 살아 남은 사람들은 승자일까.. 지금 이 마당에 그런 생각이나 하고 있고.. 아직도 정신 못차리고 있나보다..
당장 닥친 현실은 그대가 다시 실업자라는 것. 앞으로 사회로부터 멸시를 받을 것이라는 것.
아.... 모르겠다. 실패는 인정하지만... 뭔가 억울해.. 패자라고 낙인 찍겠다면.. 그래.. 못버티고 나왔으니 그건 그렇다고 치자구.. 그럼 뭐가 부족해서 그리 된거냐구.. 내가 꾀를 피우고 농땡이를 부렸다면 그냥 인정해 버릴텐데.. 그건 아니었거든..
그래도....
나의 그러한 감정 동요와는 상관 없이 아침이면 여전히 해는 떴고 시간은 여느 때와 다름 없이 계속 흘러가고 있었다. 그래도 일말의 자존심은 있었는지 언제까지 그렇게 자신을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슬쩍 들었다. 내심 떼 쓰고 어리광 좀 부리면 누군가가 나 좀 바라 봐주지 않을까 했지만 그럴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길 가다 넘어져서 울고불고 하면 누가 와서 좀 일으켜 주지 않을까 싶었는데 아무도 그러질 않았다. 그런데 그 자리에 계속 앉아 있으니 엉덩이만 차가와질 뿐이었다. 그러니 쬐금 억울하지만 다시 일어서서 걸을 수밖에.. 흑~ ㅠㅠ
언젠가는 잘릴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낄 때부터 대체 난 무엇을 잘하는가 하고 곰곰이 되뇌어 보기 시작했다. 어릴 때 수학 잘했으니 논리적인 사고는 좀 하지 않을까.. 뭐든 한번 파고들기 시작하면 또래들한테 그 분야에 대해 얘기하며 잘난 척 좀 했고 같은 부서 내에서 그래도 컴퓨터는 좀 다뤘고 여전히 컴퓨터 만지는 일은 신난다 등등.. 사소한 것이라 할지라도 꼼꼼하게 되뇌었다.
아주 작은 실마리 하나라도 찾으려 했다. 그 와중에 실직을 했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하나. 이제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좀 해보자. 무시당하면서도 할 수 없이 다니는 곳이 아니라 정당하게 내가 일한 대가를 받는 곳에서 일하고 싶다. 그럴려면 내게 주어진 업무에 능숙해야 한다.
난 무엇에 능숙하지?
컴퓨터....
그거 만지는 일 할 때면 신이 난단 말야..
벌이는 적더라도 그것과 관련된 일을 할 수 있다면 참 좋겠어..
그런데 걸림돌이 많네.
전공을 한 것도 아니고 그 분야에 대한 경력은 전혀 없지.
그러니 지금 그 분야에 소질이 있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하나?
굳이 그쪽 일을 하고 싶다면.. 그래서 방법을 찾아 본다면..
나보다 모르는 사람들을 상대하면 되지 않을까?
내가 가진 것 이상을 요구하는 곳은 갈 수 없지만..
나보다 모르는 사람을 가르치는 일은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아.
그런데 내가 가르치는 일을 잘할까?
교육 쪽 일은 한번도 안해봤는데..
과거를 또 되돌아보니..
왠지 잘할 것 같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왠지 그럴 것 같아.
어린 애들 하고 비교적 대화를 잘 하는 편이니
지식을 전수하는 데에도 어느 정도 유리할꺼야.
이런 건 길게 생각하지 말자.
이런 게 직감인지.. 직관인지.. 그런 게 아닐까 싶어..
그래서.....
컴퓨터 교사가 되기로 결심하고.. 문을 두들겼고.... 문이 열렸다...
나중에 생각해보면 아무한테나 쉽게 열어준 경향이 있긴 하지만...
어쨌든 그 열린 문으로 ..
또 들어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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