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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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늘 꿈을 향해 걸어왔다고 자부했다. 적어도 그러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숨이 가쁘고 걸음은 느려지기 시작했다. 마음이 심란해질 때가 많았다. 조금 쉬면 나아질 것이라 생각했다.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무언가 더 해야 할 것이 있는지를 찾았다. 이것도 아니었다. 고민 끝에 겨우 실마리를 찾아낼 수 있었다. 그것은 매일 좀 더 걸어야 한다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쓸데없는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내게 절실한 것은 ‘절제’였다. 그러나 절제는 늘 내게 어려운 것이었다.
절제하기 위해서는 줄이고 비울 줄 알아야 한다. 버리고 그만둘 줄 알아야 한다. 해야 할 것을 하기에 앞서 하지 말아야 할 것부터 정리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을 심승헌은 ‘파페포포 투게더’에서 이렇게 표현했다.
『가벼워져야 한다
날고 싶다면 깃털처럼 가벼워져야 한다
바람에 맞서지 말고,
거부하지도 말고,
내 몸을 자연스레 맡겨야 한다
무겁다고 생각하면
버려야 한다
버렸다고 생각한 것보다 한참 더 버려야 한다
내 안은 항상 많이 버렸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버린 게 아닌 잠시 놓아둔 것
정말로 날고 싶다면 버리는 연습을 하자
이내 늙어 하늘로 날 때
맘 편히 갈 수 있도록
일상 속에서 하나씩 둘씩
내 것을 버리는 연습을 하자
원래 그것은 내 것이 아니었으므로...』
가슴에 와 닿는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절제를 배울 수 있을까? 다시 고민이 시작됐다. 절실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질문을 잘 품었기 때문인지 모르지만 머리 속에 하나의 방법이 떠올랐다. 나는 이 방법을 ‘그릇 비우기’라고 부른다. 그 방법을 소개하면 이렇다.
버리고 싶은 것(생각, 감정, 행위, 욕심 등)이 생기면 나는 마음 속에 빈 그릇 하나를 상상한다. 내가 만든 그릇은 국그릇처럼 생겼고 표면은 거칠다. 빈 그릇이 하나 생기면 그릇 안에 버리고 싶은 것을 차곡차곡 채운다. 버릴 것은 한 종류여야 한다. 여러 종류이면 초점이 맞지 않고 집중하기도 어렵다. 하나만 정한다. 그릇의 크기에 신경 쓰지 말고 채우고 싶은 만큼 채운다(그릇의 크기를 결정하는 것은 자신이기 때문에 버릴 것이 많아도 다 채울 수 있다). 다 채웠으면 이제 그릇을 스윽 한번 본다. 자신이 버리고 싶은 것들이 맞는지 확인해보는 것이다. 확인이 끝나면, 이제 그릇을 비우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조금씩 덜어낸다. 그릇에서 덜어낸 내용물들은 공중에서 사라진다. 점점 더 많이 사라진다. 다 비울 때까지, 그릇이 처음처럼 빈 그릇이 될 때까지 계속한다.
이 방법이 떠오르자마자, 그리고 익숙해지기도 전에 나는 하루에 몇 번씩이나 그릇을 비워야 했다. 빈 그릇에 채워지는 것은 다양했다. 가질 수 없는 돈이 채워진 적도 있었고, 어떤 때는 부질없는 욕망이 채워지기도 했다. 파괴적인 시기와 질투로 채울 때도 있었다. 남들에게 보여줄 수 없는 내 속의 치졸함도 있었다. 대부분 작은 것들이었기 때문인지 조금은 쉽게 비울 수 있었다. 이 방법은 효과가 있었다. 적어도 내게는 확실히 그랬다. 이 방법을 활용하면 마음이 진정됐다. 사악함은 줄어들고 차분해졌다. 착해졌고 마음이 밝아졌다. 점점 더 큰 것들, 진짜 버려야 할 것들(이를테면 담배)에도 이 방법이 효과적인지는 아직 모른다. 계속 하다보면 자연히 알 게 될 것이다.
IP *.147.17.49
절제하기 위해서는 줄이고 비울 줄 알아야 한다. 버리고 그만둘 줄 알아야 한다. 해야 할 것을 하기에 앞서 하지 말아야 할 것부터 정리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을 심승헌은 ‘파페포포 투게더’에서 이렇게 표현했다.
『가벼워져야 한다
날고 싶다면 깃털처럼 가벼워져야 한다
바람에 맞서지 말고,
거부하지도 말고,
내 몸을 자연스레 맡겨야 한다
무겁다고 생각하면
버려야 한다
버렸다고 생각한 것보다 한참 더 버려야 한다
내 안은 항상 많이 버렸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버린 게 아닌 잠시 놓아둔 것
정말로 날고 싶다면 버리는 연습을 하자
이내 늙어 하늘로 날 때
맘 편히 갈 수 있도록
일상 속에서 하나씩 둘씩
내 것을 버리는 연습을 하자
원래 그것은 내 것이 아니었으므로...』
가슴에 와 닿는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절제를 배울 수 있을까? 다시 고민이 시작됐다. 절실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질문을 잘 품었기 때문인지 모르지만 머리 속에 하나의 방법이 떠올랐다. 나는 이 방법을 ‘그릇 비우기’라고 부른다. 그 방법을 소개하면 이렇다.
버리고 싶은 것(생각, 감정, 행위, 욕심 등)이 생기면 나는 마음 속에 빈 그릇 하나를 상상한다. 내가 만든 그릇은 국그릇처럼 생겼고 표면은 거칠다. 빈 그릇이 하나 생기면 그릇 안에 버리고 싶은 것을 차곡차곡 채운다. 버릴 것은 한 종류여야 한다. 여러 종류이면 초점이 맞지 않고 집중하기도 어렵다. 하나만 정한다. 그릇의 크기에 신경 쓰지 말고 채우고 싶은 만큼 채운다(그릇의 크기를 결정하는 것은 자신이기 때문에 버릴 것이 많아도 다 채울 수 있다). 다 채웠으면 이제 그릇을 스윽 한번 본다. 자신이 버리고 싶은 것들이 맞는지 확인해보는 것이다. 확인이 끝나면, 이제 그릇을 비우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조금씩 덜어낸다. 그릇에서 덜어낸 내용물들은 공중에서 사라진다. 점점 더 많이 사라진다. 다 비울 때까지, 그릇이 처음처럼 빈 그릇이 될 때까지 계속한다.
이 방법이 떠오르자마자, 그리고 익숙해지기도 전에 나는 하루에 몇 번씩이나 그릇을 비워야 했다. 빈 그릇에 채워지는 것은 다양했다. 가질 수 없는 돈이 채워진 적도 있었고, 어떤 때는 부질없는 욕망이 채워지기도 했다. 파괴적인 시기와 질투로 채울 때도 있었다. 남들에게 보여줄 수 없는 내 속의 치졸함도 있었다. 대부분 작은 것들이었기 때문인지 조금은 쉽게 비울 수 있었다. 이 방법은 효과가 있었다. 적어도 내게는 확실히 그랬다. 이 방법을 활용하면 마음이 진정됐다. 사악함은 줄어들고 차분해졌다. 착해졌고 마음이 밝아졌다. 점점 더 큰 것들, 진짜 버려야 할 것들(이를테면 담배)에도 이 방법이 효과적인지는 아직 모른다. 계속 하다보면 자연히 알 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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