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홍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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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싶었더니, 물이 새기 시작했습니다. 모르긴 해도 배수구가 얼었구나 짐작이 갔습니다. 옥상에서 삐죽 얼굴을 내밀고 있는 짧은 배수구 파이프에 어마어마하게 큰 고드름이 매달려 있는 것을 보았거든요.
다른 때 같으면 짜증이 치밀었겠지만, 요즘 ‘일상의 황홀’에서 세례를 받고 있는 터라 가벼운 발걸음으로 옥상으로 올라갔습니다. 어쨌든 내가 해결해야 할 일이니까요.
옥상에는 전체적으로 3센티미터 정도의 얼음이 깔려 있었습니다. 초겨울에 보름을 두고 내린 눈이 얼었다가 요즘 푸근한 날씨에 녹기 시작해서인지 그렇게 단단해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배수구로 통하는 지점을 어림잡아 망치로 부수기 시작했습니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 때문에 몸이 젖기 시작했지만, 그런대로 바탕얼음은 부술만했고 곧바로 배수구로 통하는 구멍을 찾았습니다. 당연히 구멍도 얼음으로 꽉 차 있었는데, 비스듬하게 휘어있어 망치 뒤로 가격하기에도 여의치가 않았습니다. 뜨거운 물을 길어다 부으며 힘을 가하다가, 출근 준비도 해야겠고, 슬슬 포기하고 싶은 생각도 들어서, 결국 비는 그치게 마련 아닌가 생각하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딱 한 번만 더 해보자! 그리고 거짓말처럼 그 한 번의 망치질에 물이 빠져나가기 시작했습니다. “한 번 더”의 마술이었습니다.
강사 둘, 기사, 맞벌이가정에서 식사를 부탁한 초등학생 여섯 명의 점심식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전에는 유치부가 있어서 조리사가 있었던 8년간 살림에서 손을 놓았었기 때문에 미리 겁부터 먹었는데, 의외로 아주 재미있습니다.
일주일에 두번정도 닭찜이나 탕수육정도로 강조를 주고, 나머지는 전적으로 절약모드로 갑니다. 얼마나 적은 비용으로 식사를 준비했느냐가 성패의 관건입니다. 구색맞추어 식단을 짜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세상에 국수를 삶아본 것이 10년도 넘은 것같습니다. 오늘의 샌드위치는 생각보다 경비가 더 지출되었습니다.
몸을 움직이는 것이 위안이 되는구나 처음 알았습니다. 워낙 가사노동을 싫어하는 성격이라 오죽하면 친정어머니께서 이제 치울 때도 되었다고 하시겠어요,
오후가 되면서 빗발이 주춤한 대신 안개가 쫙 깔렸습니다. 짙은 안개 속에 서 있는 겨울나무들이 아주 운치있었습니다. 풍경을 즐기는 마음에도 분명 여유가 생겼습니다. 아무런 애정도 당위도 없이 그저 견디던 일상을 변화시키고 싶다는 생각으로 부글거립니다.
내가 있는 이 자리에서 가장 나다운 방법으로 일어서기, 소장님은 다시 한 번 성공하신 것같습니다. 아무래도 이 홈피의 일원이 될 것같은데, 얼굴없는 조회수에 갇혀 있느니 살짝 얼굴을 내밀어 봅니다. 이미 모래시계가 많이 떨어졌지만, 소장님을 비롯하여 여러분의 도움 속에 “ 내 인생은 내가 원하는대로 되었다. ” 고 말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습니다.
이 홈을 찾는 모든 분들, 좋은 주말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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