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경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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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오후에 결혼식엘 다녀왔다. 주변에 찾아가봐야 할 결혼식이 많다는 것은 나이가 가득 찼다는 얘기다. 나이가 찼다는 것은 넘치기 직전이라는 얘기고 넘친다라는 것은 곧 다급해지기 시작한다는 얘기다. 그러니 다급해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면 모르되, 그렇지 않다면 찼을 때 가야 한다. 모자랄 때 가거나…
대다수의 유부남들이 들으면 혀를 찰 일이지만 나는 오래 전부터 결혼을 하고 싶어 했다. ‘마음 맞는 아내와 한 집에서 지지고 볶고 하루를 보낸다는 것이 얼마나 인간적으로 보이는가?’ 라는 생각을 하며 때가 되고 여건이 되면 미루지 않고 갈 생각을 하고 있다. 이 점에 대해서는 부모님께 먼저 용서를 빌어야 한다. 언제부터인지 기억은 나지 않으나, 결혼에 대한 얘기가 나왔을 때 그저 부끄러운 마음에 “저는 혼자 살 거예요” 라며 독심자론(우리집에선 독신자가 아니라 독심자로 통한다. 독하게 마음을 먹어야 할 수 있는 일이므로…)을 내세웠는데, 세월이 지날수록 나의 그런 얘기에 당황하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며 더욱 거짓말에 박차를 가하며 내심 즐겼던 점에 대해 용서를 빌고 싶다. OTL
나는 결혼을 잘 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중요한 맥을 잘 짚어야 한다. (해보지 않은 결혼에 대해 몇 번 해본 듯이 단정지어 말한다고 토달지 말라. ‘~같다’라는 말을 자꾸 써보니 글의 氣가 새어 나가는 느낌이라 나도 어쩔 수 없다) 일단 가장 먼저 짚어야 하는 맥은 배우자를 고르는 일이다. 사람과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일단 상대방을 잘 골라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 하지만 이 부분은 슬쩍 빼고 넘어가고자 한다. 배우자를 고르는 일은 개인적으로 할 일이고 사람마다 기준이 다를 뿐더러, 그런 것 쯤은 얘기하지 않아도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 일 테니 굳이 말을 꺼내어 화근을 만들 이유가 없다. 입口은 화禍를 부르는 문門이라고 했던가? 그래도 아쉽다면 한마디 정도 할 수 있겠다. ‘때가 되면 눈에 들어 온다’고 하더라…
그 다음으로 행해야 할 것은 결혼식을 잘 치루는 일이다. 결혼식은 나와 내 배우자가 가정을 꾸리기로 약속하는 신성한 날이다. 나와 내 배우자가 주인공이고 부모님을 비롯한 나를 아는 많은 사람들에게 그 결심을 보여주는 날이기도 하다. 그러한 것을 잘 드러내기 위해서 일단 결혼식도 나와 내 배우자를 닮아 있었으면 좋겠다. 찾아온 친구들이 “자기하고 똑 닮은 결혼식을 하는구만” 하고 얘기 해줄 정도로 주인공의 모습이 묻어 나오는 예식이라면 더할 나위 없겠다. 찾아온 사람들이 밥도 먹고 박수만 쳐주는 것에서 임무를 다하지 않고, 거기에 조금 더 보태어, 우리가 보낸 지난 날을 되짚어 볼 수 있고 앞으로 어떻게 살지 그려볼 수 있을 정도로 친절한 결혼식이면 더 좋겠다. 시작이 되는 날에 남다른 의미를 불어 넣고 싶다.
사실 가장 중요한 맥은 여기서 부터다. 결혼을 잘 하고 싶다라는 것은 결국 잘 살고 싶다라는 얘기다. 한 공간에서 두 사람이 같이 살기 시작한다는 것은 아마 지금의 내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험난하고 복잡한 생활이라는 짐작 정도는 간다. 아마 생활이란 다 그런 것 일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 생활을 동경하는 이유는 그것이 다름아닌 삶 자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소중한 한 사람에 대해 본격적으로 알아가는 긴 여정의 시작일 것이고 그로 인해 나를 더 깊게 알 수 있게 되는 계기도 될 것이다. 언젠가 구 선생님께서 ‘부부는 전우애로 뭉친 사이’ 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전우애가 생기려면 최소 백여 차례의 크고 작은 전투 정도는 치뤄야 하겠지만 나는 그 말이 마음에 든다. 거기에 우리의 2세가 등장하기 시작한다면 그건 조금 더 스펙타클한 경험이 될 것이다. 작게 보면 한 가정의 역사일 것이고 크게 보면 인간의 일생에 대한 놀라운 발견과 경험이 될 것이다. 그러한 것들을 경험하지 않고서 어찌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나를 바라보며 한번 웃어주는 내 아이의 얼굴을 보지 않고서 어찌 인생 별거 있겠냐고 애기할 수 있겠는가? 그러한 것들에 대한 기대가 많은 유부남들의 만류를 뿌리칠 수 있는 힘이 되어 주고 있다.
‘결혼은 현실’이라는 얘기는 주로 부정적으로 쓰이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결혼은 현실이기에 좋다. 보왕삼매경에 이르길, ‘세상살이에 곤란 없기를 바라지 말라’고 했다. 삶은 어려움이 종종 생기기 때문에 살 맛나는 것이라 여기고 싶다.
나는 그저, 나고 자라고 만나고 합치고 낳고 기르고 죽고 싶을 뿐이다.
IP *.148.19.118
대다수의 유부남들이 들으면 혀를 찰 일이지만 나는 오래 전부터 결혼을 하고 싶어 했다. ‘마음 맞는 아내와 한 집에서 지지고 볶고 하루를 보낸다는 것이 얼마나 인간적으로 보이는가?’ 라는 생각을 하며 때가 되고 여건이 되면 미루지 않고 갈 생각을 하고 있다. 이 점에 대해서는 부모님께 먼저 용서를 빌어야 한다. 언제부터인지 기억은 나지 않으나, 결혼에 대한 얘기가 나왔을 때 그저 부끄러운 마음에 “저는 혼자 살 거예요” 라며 독심자론(우리집에선 독신자가 아니라 독심자로 통한다. 독하게 마음을 먹어야 할 수 있는 일이므로…)을 내세웠는데, 세월이 지날수록 나의 그런 얘기에 당황하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며 더욱 거짓말에 박차를 가하며 내심 즐겼던 점에 대해 용서를 빌고 싶다. OTL
나는 결혼을 잘 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중요한 맥을 잘 짚어야 한다. (해보지 않은 결혼에 대해 몇 번 해본 듯이 단정지어 말한다고 토달지 말라. ‘~같다’라는 말을 자꾸 써보니 글의 氣가 새어 나가는 느낌이라 나도 어쩔 수 없다) 일단 가장 먼저 짚어야 하는 맥은 배우자를 고르는 일이다. 사람과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일단 상대방을 잘 골라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 하지만 이 부분은 슬쩍 빼고 넘어가고자 한다. 배우자를 고르는 일은 개인적으로 할 일이고 사람마다 기준이 다를 뿐더러, 그런 것 쯤은 얘기하지 않아도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 일 테니 굳이 말을 꺼내어 화근을 만들 이유가 없다. 입口은 화禍를 부르는 문門이라고 했던가? 그래도 아쉽다면 한마디 정도 할 수 있겠다. ‘때가 되면 눈에 들어 온다’고 하더라…
그 다음으로 행해야 할 것은 결혼식을 잘 치루는 일이다. 결혼식은 나와 내 배우자가 가정을 꾸리기로 약속하는 신성한 날이다. 나와 내 배우자가 주인공이고 부모님을 비롯한 나를 아는 많은 사람들에게 그 결심을 보여주는 날이기도 하다. 그러한 것을 잘 드러내기 위해서 일단 결혼식도 나와 내 배우자를 닮아 있었으면 좋겠다. 찾아온 친구들이 “자기하고 똑 닮은 결혼식을 하는구만” 하고 얘기 해줄 정도로 주인공의 모습이 묻어 나오는 예식이라면 더할 나위 없겠다. 찾아온 사람들이 밥도 먹고 박수만 쳐주는 것에서 임무를 다하지 않고, 거기에 조금 더 보태어, 우리가 보낸 지난 날을 되짚어 볼 수 있고 앞으로 어떻게 살지 그려볼 수 있을 정도로 친절한 결혼식이면 더 좋겠다. 시작이 되는 날에 남다른 의미를 불어 넣고 싶다.
사실 가장 중요한 맥은 여기서 부터다. 결혼을 잘 하고 싶다라는 것은 결국 잘 살고 싶다라는 얘기다. 한 공간에서 두 사람이 같이 살기 시작한다는 것은 아마 지금의 내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험난하고 복잡한 생활이라는 짐작 정도는 간다. 아마 생활이란 다 그런 것 일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 생활을 동경하는 이유는 그것이 다름아닌 삶 자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소중한 한 사람에 대해 본격적으로 알아가는 긴 여정의 시작일 것이고 그로 인해 나를 더 깊게 알 수 있게 되는 계기도 될 것이다. 언젠가 구 선생님께서 ‘부부는 전우애로 뭉친 사이’ 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전우애가 생기려면 최소 백여 차례의 크고 작은 전투 정도는 치뤄야 하겠지만 나는 그 말이 마음에 든다. 거기에 우리의 2세가 등장하기 시작한다면 그건 조금 더 스펙타클한 경험이 될 것이다. 작게 보면 한 가정의 역사일 것이고 크게 보면 인간의 일생에 대한 놀라운 발견과 경험이 될 것이다. 그러한 것들을 경험하지 않고서 어찌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나를 바라보며 한번 웃어주는 내 아이의 얼굴을 보지 않고서 어찌 인생 별거 있겠냐고 애기할 수 있겠는가? 그러한 것들에 대한 기대가 많은 유부남들의 만류를 뿌리칠 수 있는 힘이 되어 주고 있다.
‘결혼은 현실’이라는 얘기는 주로 부정적으로 쓰이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결혼은 현실이기에 좋다. 보왕삼매경에 이르길, ‘세상살이에 곤란 없기를 바라지 말라’고 했다. 삶은 어려움이 종종 생기기 때문에 살 맛나는 것이라 여기고 싶다.
나는 그저, 나고 자라고 만나고 합치고 낳고 기르고 죽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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