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경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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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몸이 튼실하지를 못합니다. 누구나 딱 보면 압니다. 어렸을 때도 잔병치레가 많았고 커서도 신통 찮습니다. 그러다 보니 내 한 몸 챙기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일단 잠을 충분히 자 주지 않으면 맥을 못 추니 수면 시간을 충분히 확보해 주어야 합니다. 그러나 그게 어디 쉬운 일입니까? 직장 생활은 야근과 출장의 연속이고 여자친구나 친한 친구들, 지인들 얼굴도 보고 싶단 말입니다. 게다가 난 다섯 시에 일어나서 적어도 하루에 두 시간을 찾아 먹어야 배가 부르니 이게 어디 보통 일입니까? 그래서 전 평일에 왠만하면 11시에는 자려고 합니다. 술자리가 늦어지면 그냥 앉아서 자는 수 밖에 도리가 없습니다.
위장도 성능이 별롭니다. 밥을 급하게 먹거나 많이 먹으면 금새 표가 납니다. 입에선 고기를 달라고 아우성인데 막상 먹고 나면 소화가 잘 안됩니다. 아주 괘씸한 놈입니다. 술을 먹을 때는 더 가관입니다. 이 놈은 원 샷을 못합니다. 두어 번만 하면 막 성을 냅니다. 그래서 결국 소주 한잔 먹을 때에도 네 다섯 번씩 나눠 먹어야 합니다. 그러면 좋아라 합니다. 담배도 위장이 안 좋아서 끊었습니다. 연기가 위장으로 들어가는지 담배만 피면 꺽꺽 댑니다. 그래서 끊었습니다. 남들은 한방에 담배 끊었다고 독한 놈이라고 하지만 전 속 안좋은데도 계속 피워대는 사람이 더 독한 놈 같습니다.
피부도 참 약합니다. 걸핏하면 뭐가 납니다. 손에 땀이 많아서 곤욕인데 그 땀 때문에 주부습진도 걸립니다. 두피도 약해서 머리 빠질까봐 마사지 해줘야 하고 양치질도 조금만 세게 하면 피가 나기 일숩니다. 피곤할 때마다 잇몸병 나는 것은 기본이고 실내에 오래 있으면 눈이 피로해서 죽을 지경입니다. 고생이 이만 저만이 아닙니다.
뭘 피곤하게 그런 것 까지 다 신경 쓰고 사냐고들 합니다. 그거 무슨 배부른 말씀이신지? 저도 신경 안 써도 될 만큼 튼튼하다면 마구마구 굴리겠습니다. 변변찮다 보니 신경 쓰는 겁니다. 하루를 잘 보내고 내일도 평안하려면 세세하게 신경 써줘야 굴러가는 몸뚱아립니다. 애석하게도.
운동을 해서 체력을 기르라구요? 체력 기른답시고 합기도다 검도다 헬스다 해봤지만 오히려 그거 하다가 몸져 누운 적이 더 많습니다. 그나마 산에 다니는 건 해볼만 합니다. 엄살이 심하죠? 제가 오늘 감기에 걸려서 유난히 더 그렇습니다.
이렇게 삼십 년 살다 보니 사는 방법이 생겼습니다. 어쩌겠습니까, 그냥 어루고 달래서 삽니다. 하다 보면 나름대로 재미도 있습니다. 얼마나 먹어야 탈나는지 가끔 실험도 해봅니다. 내 몸뚱아리 하나 가지고 요리조리 가지고 노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덕분에 만용 부리는 일도 없습니다. 넘치면 쏟아 부어 볼 텐데 항상 모자라니 있는 거라도 흘리지 말아야죠.
피곤하겠다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전 이런 내가 좋습니다. 한해 한해 지날수록 내 몸에 대해 알아 가는 것도 좋습니다. 한창때는 다 쓸만한 듯 보여 어느 놈이 실한 놈인지 분간이 안 갔는데, 한 굽이 넘고 나니 니편 내편 갈리기 시작합니다. 쫓아내지 못할 바에는 다 데리고 살아야죠. 여기저기 비위 맞혀가면서 같이 오래오래 사이 좋게 지내야죠. 솔직히 삼십대에 할 얘기는 아닙니다만…
저는 이러고 삽니다. 머리 속에 있는 얘기만 하려니 지루해서요. 사실 몸이 먼저죠, 생각도 몸이 편해야 하는거란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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