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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재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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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3월 20일 21시 52분 등록


얼마 전 전 국민을 감동과 짜릿함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토리노 동계올림픽. 그 경기 중 주목을 끄는 한 사람이 있었으니, 그의 이름은 바로 ‘토비존슨’.
이름만 봐서는 얼핏 노랑머리의 서양인으로 볼 수 있겠으나, 그의 얼굴은 여지없는 한국 농촌의 한 젊은이의 모습이었다. 그럼 그의 이름이 어찌하여 ‘김’이나 ‘박’과 같은 한국성이 아니라 ‘존슨’이라는 서양식 이름이 되었을까?

여기에 또 한가지 질문.

얼마 전 미국 수퍼볼 최우수 선수로 뽑힌 선수인 ‘하인스 워드’의 어머니로 밝혀진 사람은 어느 나라 사람이었을까?

두 가지 질문에 답을 하자면, 토비 존슨은 어렸을 때 미국으로 입양이 되었기 때문이고, 하인스 워드는 한국인 어머니가 흑인과 결혼해 미국에 정착한 케이스이다.

두 사람의 이야기가 한국 언론계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것은 둘 다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워드의 경우는 어머니의 헌신적인 뒷받침에 의해서 어린 시절 가난과 어려움을 극복했고, 토비 존슨의 경우는 입양아라는 핸디캡을 불굴의 의지로 극복한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었다는 점은 국민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그들이 과연 미국 사회 내에서 ‘한국인’이라고 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일까? 수퍼볼 영웅이 한국계 흑인계에서 탄생했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나라 국민이 부여하는 것 만큼의 사회적인 의미는 아닌 것 이다. 동계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한 토비 존슨이나 하인즈 워드의 얼굴과 피부에 나타나는 한민족의 특징을 무시하거나 외면하자는 말은 결코 아니다. 다만, 그들의 인종적 특징만을 부각시켜 우리나라의 자부심이나 우월감을 느끼게 하려는 것은 왠지 시대착오적인 자민족 중심주의가 작용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쳐버리기 힘들다

알베르빌 올림픽에서 일본계 미국인인 크리스틴 야마구치가 여자 피겨스케이팅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을 때, 일본 열도가 일본계라고 해서 일본 국민들이 이처럼 티를 냈을까? 태국인 어머니를 둔 타이거 우즈 조차도 태국 내에선 그렇게 노골적으로 드러내지는 않는다. 이처럼 노골적인 ‘핏줄’의 문제를 드러내는 것은 우리나라의 자부심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열등감의 표출이 아닐까?
최근 심심치 않게 드라마나 광고계에서 ‘백인계’혼혈인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으나, 절대 다수의 ‘다른 인종’의 피가 섞인 혼혈인들은 사회의 냉대와 차별에 그들의 인권마저 짓밟히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의 혼혈인들은 불법노동자들이나 홈리스들과 마찬가지로 고용과 교육 등에서 차별대우를 받고 사회적으로 소외되어있다.

우리나라는 단일민족이라는 이름아래 인종차별주의자라 되어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은가? 혹시 성장기의 혼혈아에게, 혹은 성장기의 외국인들에게 사소한 차별과 조롱으로 상처를 준 적은 없는가? 외국어 학원가에서 실력과 능력을 따지기에 앞서서 단순히 피부색으로 선생을 평가 한 적은 없는가?

세계화 시대에 히틀러 정권 시대의 유대인 학살과도 같은 민족혈통주의에 젖어 있거나 특정 인종에 대한 노골적인 거부는 시대착오적이고 부끄러운 일이 아닐런지.
하인즈 워드와 토비 존슨을 보면서 무엇이 우리나라의 정체성과 자존심을 드높이는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했으면 한다.

IP *.153.214.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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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기원
2006.03.21 00:13:27 *.190.172.111
재엽님의 단편이 아니라 전체를 보는 눈(觀)에 감사드려요.
좋은 생각을 할 수있게하고 내자신을 다시 돌아보게하는 글이기에 충분합니다.
하인즈워드와 토비 존슨 그리고 재엽님께 박수를 보냅니다...)(...
늘 좋은 생각이 함께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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