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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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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3월 29일 08시 59분 등록

좋은 인용

글을 읽다보면, 적절한 곳에서 아주 적합한 인용이 빛을 발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구본형 소장님의 컬럼/기고문 코너 221번 글 ‘질서와 자유 - 그 어울림’ 편을 보자.
우선 지은이는 어떤 관계든 거기에는 문화적 긴장이 따르기 마련이라고 전제한다. 선배와 후배간에, 상사와 직원 간에, 스승과 제자간에 긴장이 따를 수 있다고 전제하여 읽는 이의 눈길을 붙잡는다. 우리 모두는 얼마간은 ‘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므로 어떤 대안을 주려나 주시하게 된다. 지은이는 모든 관계에는 예의가 기본이라는 입장을 갖고 있다. 그러나 만약에 지은이가 단순히 사회적 질서 때문에 예의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면, 그 글은 다분히 고리타분했을것이다.
자신의 주장에 설득력을 갖기 위해 저자가 인용한 메를로 퐁티의 말에서 나는 무릎을 쳤다.

“내가 누리고 있는 언어는 다른 사람들에게서 배운 것이다. 내가 쓰는 몸짓은 내가 창안한 것이 아니다. 내가 내세울 수 있는 능력, 기능, 재치등은 무엇이든 사회적 유산에 의해 길러진 것이다. 심지어 나의 꿈조차 내가 만들지 않은 세계, 내가 완벽하게 차지할 수없는 세계에 뿌리내리고 있다 ”

유아독존으로 의기양양하게 주장하는 그 어떤 것도, 단순히 내 힘으로 얻은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글, 그 이전에 글의 토대가 된 나의 생각, 나의 언어... 그 모든 것이 사회적 유산이므로 나는 모든 사회적 유산 앞에 예의를 갖출 의무가 있다!
적절한 인용으로 해서, 고전적 논리가 동시대적인 설득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함께 생각해 봐요’ 코너 363번 문요한님의 ‘당신이 오는 동안’을 한 편 더 보자. 황지우의 시 ‘너를 기다리는 동안’에 사랑과 변화를 오버랩시켜 쓴 아름다운 글이다. 이 글 역시 황지우의 시가 아니었다면 지은이가 말하고자 하는 ‘변화의 속성’과 ‘변화하고자 하는 이의 자세’를 이처럼 절절하게 전달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도 한 번 같은 패턴으로 글을 써봐야지 하는 생각에 어디 적당한 시가 없나, 눈을 크게 뜨게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변화학이나 심리학을 이론적으로 쓸 수 있는 저자는 많다. 일반독자는 ‘학문’을 선호하지 않는다. 시나 사진, 또는 우화에 접목하여 쉽게 풀어 쓴 ‘학문’이라면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내 철학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문요한님이 이런 패턴의 글을 많이 써주었으면 하고 바란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좋지 못한 인용에 대해서도 한 번 생각해 보야야 하리라.
너무 흔한 인용은 감동을 주지 못한다. 한 때를 풍미한 ‘어린 왕자와 장미’의 비유같은 것이다. 너무 아름답고 소중한 ‘길들이기’에 대한 비유임에도 불구하고 이제 많이 탈색되었다.
다분히 현학적인 인용도 역시 감동보다는 독자의 마음을 차갑게 한다. 그다음에는 중량감이 떨어지는 인용도 글의 격을 떨어뜨린다. 지은이는 나름대로 필이 와서 인용했겠지만, 독자의 공감을 끌어내지 못한 경우라고 하겠다. 인용의 남발 역시 글의 촛점을 흩어놓을 것이다. 인용에 참고가 될만한 경구 몇 가지로 이 글을 맺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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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문제에는 정답이 없듯이 속담도, 격언도 그 자체가 정답은 아니다. 나를 지배하는 것은 대대로 전해져 온 속담이나 격언이 아니다.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된다. 당신은 당신만이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는 당신만의 명제가 있어야 한다. 만들어야 한다. -강우현

혼자만의 재치 있고, 유머 넘치고, 고무적인 인용구들이 담긴 작은 노트를 만들어 보라. 우울하거나 기분이 처지는 날에는 그 인용구들을 읽으며 자신을 독려해라. -어니 J. 젤린스키

경구(驚句)는 옛 현인들의 경험과 성찰에서 나온 짤막한 문장이다. 그러나 그것이 적절히 인용되지 않을 때에는 단순한 헛소리가 될 수 있다. -세르반테스

어떤 것이든 자신이 경험할 때까지는 가슴에 와닿지 않는다. 심지어 속담이나 격언이라 해도 자신의 인생경험 속에서 그것이 확실하게 입증될 때까지는 속담이나 격언의 의미가 아예 존재치 않는 것이다. -존 킷츠

IP *.225.18.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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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명수
2006.03.31 13:30:08 *.57.36.18
한명석님 좋은 지적입니다.

대부분 글을 쓰려면 인용이 필수라는 생각입니다.
그것은 자신만의 생각보다는 선현이나 위대한 학자들이
남긴 생각이나 글을 표현해주는 것이 상대방에게
더 설득력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한달여 거친 언어상 만남이었지만
열심히 노력하시는 모습이 좋았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결실만이 옆에 있기를
바라면서....

좋은 하루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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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자식
2006.04.02 23:14:36 *.229.28.221
적절한 인용에...좋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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