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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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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4월 4일 14시 00분 등록
어떤 사람이 부지런한 사람인지 아닌지를 가늠하는 방법으로 널리 애용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그 사람의 기상 시간을 따져 보는 것이다.
당연히 아침 일찍 일어나는 사람을 부지런하다고 평가한다.
학교나 직장에서는 지각을 자주 하는지 그렇지 않은지의 여부로 그러한 것을 판단한다. 어렵지 않으면서도 유용하며 별다른 논란꺼리가 없는 판단 방법이다.

소시적(학창시절)을 포함하여 나 자신이 부지런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본 기억이 별로 없다.
우선은 아침 잠이 많은 편이다. 먹는 것을 삶의 여러가지 즐거움 중 하나로 삼고 있지만 아침 식사시간에는 그러한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여 차라리 잠자는 시간을 늘려 잡고 있는 실정이다.

학창 시절.. 상습적이지는 않았지만 종종 등교시간에 늦곤 했다. 대부분 제 시간에 등교하는 다른 학생들과 달리 '불성실한 학생'으로 찍히는 순간의 불편한 감정은 아무리 긴 시간이 흘러도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그래도 중간중간 매우 시간을 잘 지켰던 때도 떠오른다.
대학 1학년 재학 시절..
서울에서 천안까지 통학버스를 이용했다. 첫 강의가 오전 9시에 시작되었고 집에서 학교까지 넉넉히 3시간은 걸리는 거리를 오가야 했다.
그럼에도 1년간 지각을 한번도 하지 않았다.
매일 5시반에 일어나 용산에서 6시반에 첫출발하는 통학버스를 놓치지 않았다.
그 전날 술을 마시는 것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어김없이 시간이 되면 잠자리에서 일어났고 학교로 갔다.

그러한 것이 가능했던 것은 물론 체력도 지금보다야 좋았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일종의 '동기유발'이었다.
같은 학과에 매일 첫차를 타고 등교하는 여학우가 한명 있었다. 어느 날 우연히 차를 같이 탔고 2시간 정도 함께 얘기하며 등교하는 것이 매우 즐거웠다. 그래서 그 친구와 함께 등교 하고 싶은 마음에 매일 그렇게 일찍 일어났던 것이다. 그리하여 한동안 그렇게 먼 등교길을 즐겁게 오고 갈 수 있었다.

조금 성격이 다른 얘기일지 모르지만 가끔씩 '참 부지런하시네요'라는 얘기를 듣곤 하는데 평소에 나 자신에 대해 갖는 이미지와 전혀 상반되는 얘기이기에 살짝 놀라곤 했다. 그런데 가끔씩이나마 그런 얘기를 종종 듣는 걸 보면 나에게 그런 요소가 조금 있기는 있나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게 있다면 그것언 어떤 것일지 궁금해졌다.

요즘에는 뜸하지만 2,3년 전만해도 매년 씩 대학 동창들과 함께 서울 근교에 놀러 나가곤 했었다(커플 단위의 모임이라 혼자 참가할 때마다 엄청나게 구박받곤 했다). 사진 찍는 것에 취미가 있는지라 그때마다 사진 찍어 웹에 올리곤 했는데 그것을 본 친구들의 아낙네 몇몇이 나에게 부지란하다는 말을 한 것이다.
물론 특정한 모습 하나로 사람을 이렇다 저렇다 판단하는 것은 불합리하겠지만 적어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때 남에게는 그런 모습으로 비추어지는 것 같다.

요즘 신영복의 「강의」를 다시 읽고 있다. 논어, 맹자를 거쳐 노자 부분을 읽고 있는데 '상대주의' 사상에 대한 얘기를 읽다보니 여러가지 생각이 동시다발적으로 생겨났다 사라지곤 한다.

도라고 부를 수 있는 도는 참된 도가 아니며 인위는 거짓이란다.

그 말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아직 멀었지만 어떤 사람을 말 한 마디로 규정하는 것은 참 조심해야할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 다른 얘기지만 요즘 혈액형으로 그 사람의 성격을 규정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그냥 가볍게 오고 가는 얘기로 넘길 수도 있지만 어떤 사람의 본질을 깊이 들여다 보지 않고 그 사람에 대해 가볍게 얘기한다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IP *.97.22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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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곤
2006.04.04 15:02:44 *.248.117.3
가진 자의 여유를 우리는 게으름이라 한다.
나는 너무 게으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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