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흔까지
- 조회 수 1404
- 댓글 수 0
- 추천 수 0
지난 일요일에는 금정산에 갔다.
딸아이와 둘이서 금정산성 동문에서 열리는 풍물패 정기공연을 보러 간 길이다.
아이의 어린이집 담임선생님이 활동을 하는 풍물패의 공연이라 일부러 찾아 나선 길이었다.
바람이 약간 불어대긴 했지만, 모처럼 환하게 빛나는 사월의 오후였다.
봄날 산에는 등산객들로 붐볐고, 산아래에서는 이미 다 지고난 벚꽃들이 산성어귀에는 한창이었다. 진달래도 아직 피어 있었다. 이렇게 가까이에서 같은 공간과 시간을 다른 속도로 지나가는 것이다.
딸아이의 선생님은 풍물패들 가운데서도 가장 빛난다.
이제 갓 스물다섯...즈음의 시간을 보내는 저 아리따운 청춘..
세 시간 가까이 장구를 치고, 북을 두드리고, 이마에 송글송글 맺히는 땀들...
내 스물다섯 즈음이 생각이 났다.
그때 나는 내 안에 갇혀 있었다. 그것만이 생각난다.
나는 진로를 걱정하고,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해 끔찍한 상상력을 발휘해 가면서,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살아지지 않는 것을 원망했었으리라는 기억만 난다.
스물다섯의 나는 무엇을 했었나.
내 삶의 시간속에서 그 무렵의 시간은 흘러갔으나 , 내가 살아 낸 것은 아니었다. 후회라는 단어를 써도 원망이 없다.
딸아이는 일곱 살이 되었고 나는 서른 일곱이 되었다.
서른 다섯은 내게 큰 고비였다.
이제 시간은 나와 무관하게 흘러가지 않고, 나는 삶을 살아낸다.
어떤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깜깜한 동굴속에서 걸어나와 세상에 내 발로 걸음을 내 딛는 것. 오로지 내 힘으로 내 생계를 꾸려 나간다는 것. 그 엄숙함.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나는 이만큼이나 뒤늦게 깨닫는 것이다.
사월의 봄 산에서.
서울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이 나라에서는 오월이 계절의 여왕이라고 하지만,
이 남쪽의 봄은 사월이 절정이다. .. 꽃이 떨어진 자리 자리에 꽃보다 눈부시게 일어서는
초록 초록 초록 초록 초록...
지금부터 나는 봄이다.
IP *.100.65.249
딸아이와 둘이서 금정산성 동문에서 열리는 풍물패 정기공연을 보러 간 길이다.
아이의 어린이집 담임선생님이 활동을 하는 풍물패의 공연이라 일부러 찾아 나선 길이었다.
바람이 약간 불어대긴 했지만, 모처럼 환하게 빛나는 사월의 오후였다.
봄날 산에는 등산객들로 붐볐고, 산아래에서는 이미 다 지고난 벚꽃들이 산성어귀에는 한창이었다. 진달래도 아직 피어 있었다. 이렇게 가까이에서 같은 공간과 시간을 다른 속도로 지나가는 것이다.
딸아이의 선생님은 풍물패들 가운데서도 가장 빛난다.
이제 갓 스물다섯...즈음의 시간을 보내는 저 아리따운 청춘..
세 시간 가까이 장구를 치고, 북을 두드리고, 이마에 송글송글 맺히는 땀들...
내 스물다섯 즈음이 생각이 났다.
그때 나는 내 안에 갇혀 있었다. 그것만이 생각난다.
나는 진로를 걱정하고,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해 끔찍한 상상력을 발휘해 가면서,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살아지지 않는 것을 원망했었으리라는 기억만 난다.
스물다섯의 나는 무엇을 했었나.
내 삶의 시간속에서 그 무렵의 시간은 흘러갔으나 , 내가 살아 낸 것은 아니었다. 후회라는 단어를 써도 원망이 없다.
딸아이는 일곱 살이 되었고 나는 서른 일곱이 되었다.
서른 다섯은 내게 큰 고비였다.
이제 시간은 나와 무관하게 흘러가지 않고, 나는 삶을 살아낸다.
어떤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깜깜한 동굴속에서 걸어나와 세상에 내 발로 걸음을 내 딛는 것. 오로지 내 힘으로 내 생계를 꾸려 나간다는 것. 그 엄숙함.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나는 이만큼이나 뒤늦게 깨닫는 것이다.
사월의 봄 산에서.
서울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이 나라에서는 오월이 계절의 여왕이라고 하지만,
이 남쪽의 봄은 사월이 절정이다. .. 꽃이 떨어진 자리 자리에 꽃보다 눈부시게 일어서는
초록 초록 초록 초록 초록...
지금부터 나는 봄이다.
VR Left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4058 | 2월의 결과 [1] | 홍성도 | 2003.03.03 | 2709 |
4057 | 2월의 결과 [1] | 홍성도 | 2003.03.03 | 3199 |
4056 | 3 월의 주제 - 떠나야할 때와 남아야할 때 [1] | 구본형 | 2003.03.04 | 3831 |
4055 | 3 월의 주제 - 떠나야할 때와 남아야할 때 [1] | 구본형 | 2003.03.04 | 3807 |
4054 | 가치관의 독주 [1] | 문정 | 2003.03.06 | 2658 |
4053 | 가치관의 독주 [1] | 문정 | 2003.03.06 | 3110 |
4052 | 직관 [2] | J | 2003.03.16 | 2576 |
4051 | 직관 [1] | J | 2003.03.16 | 3224 |
4050 | -->[re]3 월의 주제 - 떠나야할 때와 남아야할 때 [1] | 창공 | 2003.03.23 | 2667 |
4049 | -->[re]3 월의 주제 - 떠나야할 때와 남아야할 때 [1] | 창공 | 2003.03.23 | 3096 |
4048 | -->[re]3 월의 주제 - 논점이 빗나간 글일 수 있지만 중대한 고민 [1] | 아줌마 | 2003.03.26 | 2378 |
4047 | -->[re]3 월의 주제 - 논점이 빗나간 글일 수 있지만 중대한 고민 [1] | 아줌마 | 2003.03.26 | 2836 |
4046 | 딸의 입학식 [2] | mediant | 2003.03.27 | 5521 |
4045 | 딸의 입학식 [1] | mediant | 2003.03.27 | 2832 |
4044 | 누구나 떠난다. [3] | 김동석 | 2003.03.27 | 2993 |
4043 | 누구나 떠난다. | 김동석 | 2003.03.27 | 2907 |
4042 | 너무나 쉽게말한다. [1] | 문정 | 2003.03.30 | 3078 |
4041 | 너무나 쉽게말한다. | 문정 | 2003.03.30 | 3067 |
4040 | 인연에 대하여. [2] | 김애란 | 2003.03.30 | 6536 |
4039 | 인연에 대하여. | 김애란 | 2003.03.30 | 475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