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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5월 2일 09시 30분 등록

나는 조직형 인간이 아니다

아침형 인간이 되라고 합니다. 언론에서 책에서 난리를 피우더니만 요즘은 어떤지 잘 모르겠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자신만을 위한 2시간을 투자하라 배웠습니다. 작년에는 그렇게 하려고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한동안 열심히 하다가 올해 들어서는 잘 되지 않습니다. 밤에 사람 만나는 일을 많이 하다 보니 술자리가 자주 있어서 그런지 아침 일찍 일어나는 일이 자연스럽지 않습니다. 대신 저는 오전이 제일 좋습니다. 아이들도 학교가고, 집사람도 출근하고 나면 집은 조용합니다. 이때의 서너 시간이 ‘어제보다 나아지려는’ 저만의 재테크시간이 됩니다.

먼저 메일이나 기타 인터넷 검색을 합니다. 약 30분 정도 선생님 홈페이지를 중심으로 서핑합니다. 그리고 글을 씁니다. 할 말이 많으면 오래 쓰고 그렇지 않으면 아주 짧게 쓰게 됩니다. 많이 쓰고 싶어도 글이 반대하면 많이 쓸 수 없게 되지요. 그리고 아침 운동을 합니다. 주로 런닝머신을 걷거나 달리는 것인데 평균 1시간 정도 합니다. 그러면서 저는 책을 봅니다. 약 30페이지 정도 보는 것 같습니다. 다른 시간에 추가로 읽는 양을 합하면 대충 1주일에 책 1권 정도는 보게 됩니다.(물론 3, 4월은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고도 시간이 나면 다시 글쓰기나 책을 보기도 하지만 대략 그렇게 지나면 서너 시간이 지나기 때문에 거의 오전이 지나갑니다. 저는 오전 시간을 무척 좋아합니다. 아무도 방해하지 않고 머리가 가장 좋은 컨디션을 나타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오전에는 약속을 잡지 않고 출근도 하지 않습니다. 집중도가 아주 높아지는 시간입니다. 혼자만의 자유분방함을 즐기는 타입이라서 조직에는 하루도 있지 못하고 질식사할 것 같습니다. 이글의 제목을 정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지난 1년 동안 시간 관리에 관한 글을 매달 한 번씩 올렸습니다. 지난 3월과 이번 4월은 사실 시간체크를 전혀 하지 못했습니다. 이것도 장사라고 이일에 매달리다 보니 다이어리가 어디있는지도 모를 정도라서 어영부영 하다 보니 게을러졌습니다. 그래도 대략적인 지나간 시간들에 무엇을 했는지 정리라도 해 두고 싶어 지난 달 몇 가지 떠오르는 일들을 중심으로 정리해 보려 합니다.

마실(한식당)을 개업하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이 메뉴수정과 개발이었습니다. 고객이 좋아하는 메뉴로, 제 나름대로 고객을 돕는 것이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가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 새로운 메뉴로 표현되었습니다. 몇 군데의 전문 한정식 레스토랑을 탐방하기도 하고 고객들의 불만도 서치해 보았습니다. 재작년 한정식을 하겠다면 배워두었던 당시의 메뉴를 일부 차용하기도 하였고, 인근 괜찮은 한정식 레스토랑을 주방식구들하고 같이 가서 먹어보며 벤치마킹도 해 보았습니다. 하다가 바꿔 보기도 하였고 엄청 좋다고 해서 재료를 잔뜩 사다 놨다가 다음 날 내려다 문제가 생겨 통째로 포기한 경우도 있었지요. 3월에 1차 메뉴세팅을 했고 4월에 2차 메뉴수정을 다시 하였습니다. 어느 정도 적응이 될 무렵 몇 가지 요리를 교체해서 오픈하였습니다. 아직까지 반응이 괜찮습니다. 토, 일요일에는 순순한 일반 고객들로만 목표치를 넘었습니다. 일회적인 반응일지 어떨지는 5, 6월이 지나봐야 알 수 있겠습니다만 저는 다음 메뉴를 준비하고 있으니 그리 걱정할 일은 아닌 듯 합니다. 갈수록 잘 나오는 요리, 고객들의 요구가 무엇인지 아는 식당, 고객을 돕는 레스토랑이 되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해야겠습니다.

그렇게 준비한 마실이 지난 달 25일 개업하였습니다. 기존에 영업을 하고 있었던 곳이라 새삼스러울 것이 없습니다만 아직까지 알리지 못했던 주변의 지인들에게도 개업을 알리고 직원들과 함께 개업 고사를 지내며 떡을 주위에 돌렸습니다. 많은 분들이 축하해 주셨고 찾아주셨지요. 고맙고 또 고마웠습니다.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과 함께 마실의 앞날에 축복히 가득하기를 기원하였습니다. 고사를 지낼 때 제문에 세 가지를 약속하였습니다. 하나는 언제나 좋은 음식을 만드는 것에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하였고, 둘은 행복한 직장이 되도록 하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친절하고 깨끗한 레스토랑이 되겠다고 하였습니다. 아직까지 부족한 것이 많지만 그렇게 하겠다고 다짐하였습니다. 자주 되돌아보고 반성하고 ‘어제보다 나은 레스토랑’이 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잃어버린 4년’이란 글로 표현했듯이 지난 제 삶에서 많은 교훈과 의미를 생각하게 해 준 한 사건에 대한 유종의 미를 찍었습니다. ‘햇수로 5년이라는 시간동안 내면의 끓어오르는 분노와 자신에 대한 자책감으로 일그러졌던 기억하기도 싫은 삶의 한 단면’이었던 그 시간을 뒤로 하고 지금은 ‘당뇨라는 평생의 질환을 얻었고, 부쩍 늘어난 흰머리는 어쩔 수 없이 늙어가는 중년의 좌절감을 절감하며 선천적으로 긍정적인 사고에서 사람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언제나 이해관계에는 신뢰보다 법의 규칙을 먼저 생각’하던 계산적인 사람이 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좋은 사람은 없는 것은 아니겠지요. 저는 언제나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스스로만은 그렇게 살자고 마음먹고 있답니다. 그래서 며칠 전 부산 꿈두레 모임에서 내 삶이 다해 어느 또 다른 나의 나무속에서 거름이 되어갈 자리에 저의 묘비를 이렇게 쓰리라 하였습니다. 들어라, 내 그리워하는 이 옆에 묻혔나니. 지난 4년은 이 말을 찾기 위한 산통이었나 봅니다.

남해도 갔었네요. 벚꽃이 만개한 남쪽 땅과 바다가 참 좋았습니다. 1, 2기 연구원 모두 17명이 모인 그 날 우리들은 아주 오래된 지인들처럼 편하고 재미있고 진지하게 어우러졌습니다. ‘술이 술에 담겨 옮겨지고 다시 담겨지는 어울림 속에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고 수다’ 속에 ‘평범하지만은 않은 사람들이 모여 창조적 부적응자가 되어가는 과정’들을 즐겼습니다. 그리고 몇몇은 남도 더 깊숙한 곳을 여행하였죠. 장흥과 강진 그리고 나주와 장성을 거쳤습니다. 다산초당과 백련사 구강포, 영산포 홍어와 홍길동을 만나고 돌아왔습니다. 빗속에 함께한 사람과 술 그리고 꿈은 여행이 주는 완벽한 하모니였습니다. 언제나 다시 가고픈 나들이죠. 며칠 전 부산에 갔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자갈치 시장에서 꼼장어를 구워먹는 재미만큼이나 골목길을 더듬는 여행은 그 시절, 그 장소를 호흡하기에 안성마춤인 여행방법인 것 같습니다.

이왕 놀러간 얘기만 하는 김에 파주에 간 이야기도 해야겠습니다. 우리들의 꿈 펀드매니저인 영훈씨와 4월 어느 날 파주에 봄 소풍을 갔더랬습니다. 서울역을 지나 아주 천천히 강북을 통과하는 KTX 열차속에서 봄비를 한껏 음미하며 내린 행신은 색다른 느낌을 주더라구요. 영훈씨를 만나 바로 파주로 가서 어느 출판사를 하시는 분이랑 아주 맛있는 두부집에서 점심을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경기도 영어마을도 구경하고, 헤이리를 구경하였습니다. 마지막 1시간은 어느 음악카페에서 완전 ‘룸펜’마냥 죽치고 앉아 음악을 구경하였죠. 제가 예술가가 된 느낌을 받았습니다. 코앞 북녘 땅을 앞에 두고 이런 곳이 있었다니요? 헤이리 마을은 저에겐 문화적 충격이었습니다. 저도 그렇게 살고 싶은 잠재의식이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으니까요. 그 날 저녁 연구원 번개를 하면서 참 멋진 친구도 새로 사귀게 되는 행운까지 얻었으니 그 날은 행운이 연속한 봄날이었습니다.

이렇게 많은 일들이 있었던 4월이 지나갔습니다. 반성도 되고 다음 달은 더 잘해야지 하면서 어제보다 나은 내가 되려 하는 모습이 기분 좋아 보입니다. 즐거운 한량! 지난 4월을 보낸 저의 모습이었습니다. 5월도 이렇게 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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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승
2006.05.02 16:49:53 *.109.152.197
자로...앞으로는 자네 가는 곳에 나도 좀 데리고 다닐 수 없겠나?
이거 너무 부럽구만...이 화려한 봄날을 사무실 창 밖만 내다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는 사람에게는. 언제쯤 홀가분하게 세월을 낚으며 유유자적할 수 있을까. 요즘은 무슨 일이든지 벌려보고 싶구만. 자꾸 책을 읽으니 마음이 들썩거려...마실에 언제 갈 수 있을까 궁리 중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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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자식
2006.05.03 10:58:30 *.229.28.221
읽는 사람도 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글입니다.
저도 델꼬 다녀 주세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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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영
2006.05.07 11:28:25 *.228.97.32
박사장님의 글을 읽노라면 나도 따라 둥둥~ 봄나들이 다녀온 느낌입니다요~ ^^*
6월 1일에도 이와 똑같은, 이보다 더 나아진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길 바래요~ 화이륑~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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