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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경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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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5월 10일 00시 06분 등록

오늘은 뜻밖에 아주 흥미로운 일을 하게 되었다.
요새 한창 대졸 신입사원 서류전형을 진행하고 있는데, 인사 담당 부서에서 나더러 심사위원회에 참가해 달라고 연락을 해왔다. 할 일이 만만찮았지만 왠지 이 일만은 꼭 해보고 싶었다. 이는 나의 최고 관심사가 아니던가? 그래서 이 참에 우리 회사의 인력 채용 기준도 한번 알아 보고, 이력서에는 어떤 내용을 적도록 하고 있는지도 보고, 또 지원자들은 어떤 내용을 적는지도 보면 되겠다 싶어서 흔쾌히 승낙을 했다.

반나절 정도 투자하여 200명 정도의 이력서를 세 명이 나눠서 심사하였는데, 그 일이 끝나고 나니 입이 근질근질해서 참을 수가 없다. 그래서 그 경험담을 몇 자 적어보고자 한다.


1. 너무나 형식적인 자기 소개서

일단 형식부터 문제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자기 소개서 양식은 질문 자체가 너무 형식적이라 지원자들이 제대로 방향을 잡지 못하고 동문서답하기 일수였다. 자기 소개서는 크게 네 가지 질문으로 되어 있는데, '입사 동기 및 희망 부서, 입사후 포부', '성격의 장점과 단점, 그리고 생활신조', '자신의 강점과 약점 성공이나 실패했던 경험', '대외 활동 경험 및 해외연수 경험' 이 그것이다. 그럼 하나씩 보자.

□ 입사 동기 및 희망부서, 입사후 포부

이 부분은 인사 담당자가 가장 눈 여겨 보는 부분 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지원자들의 대답은 거의 다 성의 없는 용비어천가들이었다. 아직 국내 시장에서도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는 회사를 두고 ‘세계를 선도하는 기업’이네 어쩌네 하는가 하면 홈페이지에 나온 회사 소개를 그대로 옮겨 적은 것들도 태반이었다. 자신이 왜 이 회사에 지원하는지 단 한 시간 만이라도 머리를 식히고 고민을 해봤다면 어떻게 써야 할지 답이 나왔을 터인데 내가 본 70여개의 이력서 중에서 이 부분을 진지하게 작성한 사람은 채 10명도 되지 않았다.
무성의하고 개념 없는 지원자들도 안타깝고 그러한 졸업자들을 매번 만들어내는 교육기관도 문제지만 이 부분은 일단 회사의 인사담당자가 풀어줘야 할 부분이 있다. 사회 경험이 없는 대졸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이력서이기 때문에 적어도 어떤 방향으로 적어야 하는지는 안내를 해줘야 한다. 나라면 이렇게 적어 보겠다.
"OO기업에 지원하게 된 동기와 입사 후 본인이 '진정으로 해보고 싶은 업무'를 적어주시기 바랍니다. 때묻지 않은 솔직하고 진지한 대답을 원합니다."

□ 본인 성격의 장점과 단점

이 부분은 자신의 기질에 대하여 물어보는 부분이다. 사람마다 독특한 기질이 있을 터인데 오늘 내가 이력서에서 본 것은 '성실하다', '부지런하다', '인간관계가 좋다', '긍정적이다' 정도가 전부였다. (그 중 MBTI를 통한 성격유형을 밝힌 지원자가 한 명 있었던 것은 뜻밖의 성과였다) 아마도 지원자들이 본인의 기질에 대하여 체계적으로 알아볼 기회가 없어서 그러할 것이다. 내가 보기에 이 부분은 본인이 기술한 내용 만으로는 변별력을 가지기가 어렵다. 차라리 면접후보자를 대상으로 MBTI 정도의 성격 유형 검사를 실시하여 면접시 참고하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 자신의 강점과 약점, 성공이나 실패했던 경험

인사 담당자마저도 과거의 성공,실패 경험을 왜 적는지 모르겠다고 할 정도로 본래의 의도가 훼손된 항목이다. 원래 자신의 성공과 실패 경험을 되짚어서 자신의 어떤 강점이 그 원동력이 되었는지 또 어떤 약점이 실패의 원인이 되었는지 적는 것이 질문이 처음 만들어 졌을 때의 의도가 아니었나 생각 된다. (아마 꿈 프로그램의 3 success 1 failure와 유사한 의도일 것이다.) 처음의 의도를 살려보기 위해 나는 이렇게 고쳐 보았다.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눈부셨던 성공을 세 가지 적고 그 성공을 이끌었던 자신의 강점을 적어 보세요.
또,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비참했던 실패를 한 가지 적고, 그 실패의 원인이 되었던 자신의 약점을 적어보세요. 이 네 가지를 모두 적으셔야 합니다."

□ 대외 활동 경험 및 해외연수 경험
이 부분은 가급적 다양한 경험을 적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그 경험들을 어떻게 현업에서 활용할 수 있을 것인지 연결선을 그리도록 유도해야 한다. 예컨대 다음과 같다.
"자신의 인생에서 겪었던 주요 경험들을 열거하고 그 경험들이 앞으로 현업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 적어보세요"

원래 나는 사부님이 제시한 '기질, 재능, 경험의 이력서'를 처음 접하고 깊이 공감하며 꼭 한번 써볼 것을 다짐하였다. 그런데 현장을 보고 나니 그러한 형식의 이력서가 이미 사용되고 있었고 나 역시 5년전에 그것을 작성하였던 것이다. 다만 그 형식만 남아있고 본래의 기능은 이미 퇴화되고 없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는 것은 안타까웠으나 ‘기질, 재능, 경험의 이력서’가 생각보다 쉽게 도입될 수 있을 것 같아 반가웠다.



2. 이력서는 진심으로 써야 한다.

이력서가 진지하지 않다는 것은 스스로가 자신의 직업에 대해 제대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얘기다. 아무리 좋은 미사여구들로 범벅을 한다 해도 가려질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이력서는 진심으로 써야 한다. 많은 입사 지원생들이 한 개의 이력서를 가지고 요리조리 붙여 넣기 일수지만, 적어도 그렇게 하려면 제대로 된 이력서를 한 번이라도 써놓고 해야 할 노릇이다.
먼저 자기 자신에 대해 집요할 만큼 연구하라. 자신의 기질과 재능을 알지 못하고서 과연 내가 어떤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할 지 알아낼 방법이 있는가? 스스로 하기 힘들다면 주위사람들의 의견도 들어보고 책도 읽어보고 몇가지 성격 유형 검사를 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게 어렴풋이라도 ‘내’가 그려진다면 그제서야 이력서를 쓸 자격이 되는 것이다. 내가 그 회사를 왜 지원하려고 하는지, 그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에 대답은 그 때 비로소 할 수 있을 것이다.



3. 좋은 인재를 데려 오려면 매력있는 회사가 되어야 한다.

솔직히 말하면 200명 중에 마음에 드는 지원자는 10명 안쪽이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당연한게, 좋은 인력들은 이미 자신의 직업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고 그 고민을 해결해 줄 역량있는 회사를 찾아 떠난 지 오래다. 남아 있는 사람은 졸업이 임박하고, 대기업은 가고 싶고, 자신의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방법은 모르는 그저 그냥 무난한 졸업생들뿐이다.
좋은 인재들 중에서 고르고 싶다면 먼저 회사가 매력적이 되어야 한다. 매력적인 회사를 선망하는 능력 있는 지원자들로 인해 회사는 더욱 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이고 이는 곧 선 순환의 시작이다. 그렇지 않고서 그저 그런 지원자들에게 눈높이가 맞춰진다면, 눈 앞에 뛰어난 인재를 두고도 지레 겁먹거나 알아보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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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원자라면
2006.05.10 00:52:41 *.118.67.206
아, 힘든일이네요.
그렇다하더라도 조금 더 꼼꼼히 봤을 거예요.
내가 좀 더 매력적이어야 한다는 것은 인정해요.
나도 그렇게 살았으면 ...
인생이 이렇게 힘들지 않았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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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자식
2006.05.10 12:25:53 *.229.28.221
음..취업을 앞둔 저에게 도움이 많이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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