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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재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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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5월 11일 00시 29분 등록

많은 이유들이 있겠지만, 내가 변화경영연구소를 지원하게 된 가장 커다란 이유는 단순하다.

바로 책을 좋아해서이다.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좋아하지만, 정작 나보고 책을 쓰라면 어떤 책을 쓸까, 라는 막막함 속에서 한동안 글을 쓸 수 없었다.

내가 책을 쓴다는 생각을 하니 문득 떠오르는 한가지의 삽화가 있다.

대학 1학년 첫 강의 시간이었다. 그 여교수님께서는 정년을 얼마남지 않으신 분이셨다. 그 분께서는 막 고3의 티를 벗은 신입생들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다.

“여기에 계신 모든 여러분들은 이제 세 권 이상의 책을 쓰도록 하세요.
첫째는 자신의 전문분야에 관한 책을, 두 번째는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것을 쓰세요. 그리고 세 번째 책은 본인을 위한 책을 쓰세요.”

이제 나는 첫번째 책과 두 번째 책의 챕터를 열기 시작한다. 내 책의 1막이 비로소 시작된 것이다. 아직 어떤 책이 제일 먼저 펼쳐질지 미지수이지만, 그간 묻어두었던 나의 이야기들을 조심스레 펼쳐 보일 예정이다.

첫째는 기업경영에 관한 책이다. 그러나 이 책은 기존의 성공중심의 저서가 아닌 실패를 다룬 책이 될 것이다. 사람들은 실패에 관한 이야기를 본능적으로 싫어한다. 그러나 나는 그런 사람들의 심리를 역으로 정면에서 독자들의 빰을 후려치며 말할 것이다.

‘이렇게 해서 망했어!’

그리고는 마지막에 이렇게 일러줄 것이다.

‘그러니 너도 이렇게 할래?’

둘째, 중소기업을 경영하면서 어떻게 하면 ‘한국형 중소기업’을 만들 수 있는 지, 어느 회사도 두려워하지 않는 올바른 기업 만들기에 관한 책을 저술할 것이다.

이 책 또한 ‘성공사례’가 아니라 이론을 중심으로 저술하는 책이 될 것이다. 가족기업으로 성공한 예를 중심으로 어떻게 기업이 외부환경 변화와 더불어 내부환경을 개선해 나가는지를 하나씩 짚어가게 될 것이다.

셋째, 재미있는 제약산업에 관한 책을 쓸 것이다.

제약업에 종사하면서 비(非)약사로서 전문성이 강한 이 업종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지, 그리고 제약산업과 관련된 일화들 – 예를 들면 페니실린 발견이나 항우울제 프로작과 같은 특정 성분의 약이 개인과 사회에 미친 영향 등 일반인을 위한 재미있는 제약산업에 대한 이야기들을 쓸 것이다.

넷째, 육아에 관한 책을 쓸 것이다.

한 아이의 어머니로서 쓴 책들은 많이 보아왔다. 아무래도 직접 아이를 잉태하고 열 달 동안 받아들이기 어려운 신체적 변화를 겪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여성들의 관점에서 쓴 책들이 많은 것 같다. 그러나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느꼈어야 할 책임과 의무, 그리고 이로인한 정신적 쇼크와 그에 대한 미세한 삶의 변화에 관한 책이 될 것이다.

넷째, 내가 사랑하는 도시 뉴욕에 얽힌 이야기들을 쓸 것이다.

뉴욕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문화와 예술의 향연에 대한 이야기를 쓸 것이다. 내가 느낀 감상이 주가 아닌, 객관적이고 실증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어떠한 노력들이 있었는지를 분석하는 데 많은 부분이 할애될 것이다. 책을 위해 New York University의 Wagner School of Public Service의 Urban planning 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도시계획과 문화예술경영에 관한 자문을 구할 것이다. 필요에 따라서 서울시 프로젝트와 공동으로 작업을 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다섯째, 동화집의 출간이다.

브루노 베텔하임은 The Uses of Enchantment: The Meaning and Importance of Fairy Tales라는 책에서 ‘동화는 문화를 전달하는 강력한 도구이다. 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 두려움을 극복하고, 선과 자신을 동일시하며, 불안한 인간본성을 이겨내는 체험을 선사하고, 악과 대면할 수 있게 해준다’라고 했다. 동화는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꼭 필요하다.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어른들도 두려움과 맞서고, 욕망과 싸우고, 도덕적인 문제와 대면할 기회가 필요하다. 소설이나 에세이 같은 수준의 문학에서 많이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동화 속 등장 인물들이 보여주는 극단적인 대립구도는 우리 내면의 깊은 곳에서 뭔가를 끌어올리는 놀라운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가능하면 영문으로 출간 할 예정이다.

여섯째,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갈 것이다.

이제껏 여러 편의 영화에 관한 책들을 읽었지만, 그 책을 읽는 독자들이 기술한 영화를 보지않았다면 그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 읽는 즐거움을 보지는 못했다. 그럼, 기술된 그 영화를 보지는 않았지만, 어떻게 하면 영화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독자에게 그 책을 읽는 즐거움을 줄 수 있을까, 라는 의문에 답을 하는 책이 될 것이다.

일곱째, 카톨릭 정신을 담은 책의 출간이다.

아직 그 형식이 에세이가 될 지, 동화집이 될지, 아니면 종교입문서가 될지 정해지지 않았다. 그러나 상당부분 종교에 관한 이야기가 될 듯 싶다. 특히 초기 한국 카톨릭의 유입당시 사회적인 배경을 중심으로 한 당시 사회 분위기와 사람들의 반응, 그리고 현재의 모습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을 것이다.

작가 신경숙은 본인의 책이 출판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출판사까지 맨발인 채로 달려갔다고 한다. 그만큼 벅차고 감동스러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책 자체를 출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책을 출간하기 위한 작업과 내 삶의 일부로서의 덤덤함을 잃지 않을 것이다. 내 생활의 중심은 책 안에 있지 않고, 실행과 실천에 있음을 염두해 두고 늘 연구하는 마음으로 살아갈 것이다.
IP *.148.10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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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빈
2006.05.11 09:25:01 *.217.147.199
아주 흥미진진합니다. 책들도. 재엽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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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석
2006.05.11 09:32:26 *.85.148.29
오랫동안 안 보여서 궁금했는데, 반갑습니다. 진취적이고 역동적으로 보이는 한 편, 육아와 동화와 카톨릭이라 ~~ 와우, 재엽님의 안에는 없는 것이 없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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