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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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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5월 13일 15시 05분 등록
지난 주말에는 어린이날 핑계로 아이들과 함께 부산에 다녀왔다.
울산, 영덕, 제천, 원주, 이천, 서울의 시댁과 친정까지, 2박4일동안 완전 뺑뺑이를 돌았다.

남편의 제안으로 시작된 짧은 여행은 꽤 긴 일정을 소화하며 진행되었다.
아마도 그동안 `가장의 노릇`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 앞으로도 딱히 자신할 수 없는, 그런 미안하고 복잡한 마음의 표현이었을 것이다.
덕분에 통장은 심하게 구멍이 났다.

벌써 또, 주말이다.
게다가 올해는 스승의 날이 휴업일이라서 3일짜리다.
손가락으로 꼽아보니 5월 한달동안 휴업일이 열흘이다.
`선생님`이란 직업이 이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지난 `근로자의 날`에는 급식을 하지 않았다.
급식 관계자는 `근로자`여서 휴무라는 이유로.
그날 선생님들은 식사를 어떻게 하셨을까?
선생님은 그 많은 휴업일과 방학을 어떻게 보낼까?
누구를 위한 `주5일 수업제`일까?

앞으로 주5일 수업이 되면 어떤 변화를 가지게 될까?
아이들은 학교에서 선생님과 생활하는 시간이 절대 감소할 것이다.
학원의 비중이 늘고, 사교육에 쏟아야할 비용은 당연히 증가할 것이다.
부모는 그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서 또다른 일을 찾아야 할 것이고,
아이들과의 시간은 갈수록 줄어들어 서로 밥상에 마주앉는 것조차 어려워질 것이다.

내 남편은 `근로자`에 포함되지 않는다.
당연히 `근로자의 날` 근무를 했고, 빨강 숫자로 달력에 표시된 날에도 근무하는 날이 태반이고, 그렇게 벌어도 우리 4식구 답이 없다.

`맞벌이`라는 답은 간단하지 않다.
나는 특별한 재주가 없어서 벌어봐야 션찮고, 정작 문제는 아이들을 맡길 곳이 없다.
지난 `근로자의 날`처럼 갑자기 급식이 취소되는 날, 학교행사로 수업시간에 변동이 생기는 날, 토요 휴업일이나 수업하는 토요일, 방과후의 시간을 보낼 곳을 나는 알지 못한다.

남편과 가사를 함께 하라는 세간의 조언은 폭력에 가깝다.
가사를 나눌 시간이 절대 부족하기 때문이다.
누가 옆에 있어야 뭐라도 할 것 아닌가.
이 상태로 맞벌이를 감행한다면 나는 분명히 어디론가 도망가 버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답은 늘 `맞벌이`밖에 없다.
그래서 일을 찾고 있다.
주5일 근무, 아이들 등교후 출근, 아이들 방과후 퇴근, 방학기간 유급휴가, 하나 더 늘었다.
스승의 날 휴무까지.

나는, 오늘도, 일을 찾고 있다.
아마도 아이들이 학업을 마치는 날까지 찾아야할 것 같다.
그때쯤에야 직업을 고르는 기준이 달라질테니.

아니, 실현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국가에 기대를 걸어보는 방법이 있긴 하다.
출산율로 고민한다니 말이다.
적어도 내 머리보단 나은 사람들이 수두룩할테니 말이다.
이 상태에서 아이를 낳아 키우라는 건 제정신이 아닐테니 말이다.

오늘, 우리 가족은 또 집을 나선다.
통장의 구멍은 자꾸 커져만 간다.

IP *.210.111.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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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기원
2006.05.13 16:05:57 *.190.172.190
통장의 구멍은 커져가지만 마음의 넓이는 하늘 만큼 커지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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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로
2006.05.15 11:43:02 *.118.67.206
그대, 통장에 목매지 말게.
어차피 구멍난 통장인데 까짓거 없애버리면 어떨까?
비워야 채워지는 것이 글쟁이들의 행로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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