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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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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5월 28일 14시 06분 등록

단식 마지막 날.
어젠 비가 그렇게도 내리더니 오늘은 완전히 갰다.
하늘엔 구름이 잔뜩 꼈지만 푸르고 예쁘다.
어디에 숨어있었는지 모를 새들이 여기저기 날아다닌다.

남편과 아이들은 광명실내체육관으로 인라인을 타러 나갔다.
내가 단식을 하면, 남편과 아이들은 아주 많이 친해진다.
어제도 셋이서 외식을 하고 놀이터에서 한참을 놀다가 왔다.
아이스크림을 빨아먹으며 싱글벙글 시끄러운 소리가 새삼스럽다.

남편은 여전히 `마누라`보다 `술`을 더 좋아하지만,
아이들 챙겨가며 놀 때 보면 참 좋은 아빠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다가도 아이들이 잠들면, 바로 중환자가 된다.
여기저기 안 아픈 곳이 없고, 온몸을 늘어뜨리며 앓는 소리만 한다.

어제도 약속한 것보다 더 마시고 와서는 술냄새를 풍기며 뻗었다.
한참을 자다가 `환자`가 되어 깨더니 하소연을 한참 늘어놓는다.
남편의 말에 공감을 하면서도 늘 똑같은 레퍼토리에는 짜증이 난다.

스트레스 받는다고 술을 마시고, 술 마시면 매일 그 노래다.
그저 그걸 즐기는 악순환에는 답이 없다.
간혹 바른 소릴 했다가는 당장에 내게로 화살이 꽂혀 싸울 뿐이다.

남의 돈 벌기가 왜 어렵지 않겠는가.
남들과 반대로 살아가는 일상이 왜 힘들지 않겠는가.
술과 담배로 찌들은 몸이 왜 정상적이길 바라는가.
나이 마흔은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찾아오겠는가.

나를 욕한다한들 무슨 뾰족한 수가 나오겠는가.
나와 결혼한 것을 후회한들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아이들은 눈에 보이게 커가는데 언제까지 술로 해결이 되겠는가.
내년에 끊겠다고 피워대는 담배의 해악은 안중에도 없지 않는가.

가진 것 없는 사람에겐 몸이 재산이다.
자기 몸을 자기가 지키지 않으면 누군가에게 해를 끼칠 뿐이다.
육체의 피로는 정신을 갉아먹는다.
자신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하고 가까운 사람을 괴롭힌다.
가진 것 없이 몸을 축내면 결국 혼자일 수밖에 없다.

어느 누굴 욕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설사 누군가의 잘못이더라도 그건 결코 용납되지 않는다.
마흔이란 나이에는 어울리지 않는 일이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을 책임진다는 서늘한 해답은 그냥 생기지 않았으리라.

오늘이면 단식이 모두 끝난다.
물론, 단식보다 더 중요한 회복식이 기다리고 있다.
갓난아이 이유식하듯 조심조심 해야만 한다.
미음부터 시작해서 죽을 먹기까지 2~3일이 걸린다.

단식의 성패는 회복식이다.
회복식에서 만들어진 나의 몸은 또 다시 살아가는 힘이 된다.
몇 달을 못 가서 욕심으로 가득차곤 하지만, 늘 경계하게 한다.
그러다가 내 의지가 지는 날이면 버릇처럼 단식을 하게 될 것이다.

이번 가을엔 내 의지가 이겼으면 좋겠다.
그래서 내년 봄쯤에 다시 단식을 하게 되면 좋겠다.
그렇게 조금씩 내가 이기는 날이 많아지면 좋겠다.
욕심을 버리는 연습을 하다보면, 나는 꽤 건강해져 있을 것이다.
건강하게 내 나이에 책임지며 살고 싶다.


IP *.210.111.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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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
2006.05.28 21:08:15 *.180.9.109
회복식도 성공하셔서 좋은 성과를 얻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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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아이드잭
2006.05.29 00:28:04 *.140.145.120
미영님에게 꼭 만나게 해주고 싶은 분이 있답니다..
제 첫번째 고객이자 국내 최초의 '멘탈 디자이너'를 선언하신
분인데 아마 원잭보다 더 좋은 친구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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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영
2006.06.02 01:18:00 *.210.111.168
어부님, 반갑습니다.
덕분에 회복식 잘하고 있습니다..^^

원잭님, 안녕하세요?
저도 꼭 만나고 싶은걸요, 어떤 분일지 무척 궁금합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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