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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병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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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5월 28일 22시 19분 등록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그 삶에 변화가 없다면
그의 인생은 이미 녹슬어 있는 것과 다름없다.
녹은 어디서 생기는가?
물론 쇠에서 생긴다.
쇠에서 생긴 녹이 쇠 자체를 못 쓰게 만든다.
- 법정스님


변화의 얼굴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단 한가지는 살아있는 모든 것은 변한다는 사실이다. 왜 변화를 해야 하는가? 당신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산이 거기에 있기 때문에 산을 오르는 것과 마찬가지 이유다. 삶은 변화없이 지속되기 어렵다. 변화의 반대는 죽음이거나 서서히 녹슬고 있는 상태이다. 찰스 다윈이 말했듯이 결국 살아남는 종은 강인한 종도 아니고, 지적 능력이 뛰어난 종도 아니다. 변화에 가장 잘 대응하는 종이 종국에는 살아남는다.

변화는 현재 서 있는 지점에서 또 다른 지점으로의 이동이다. 서커스의 공중그네 묘기는 변화하기 위해 필요한 4가지 요소에 대해 적절하게 설명한다. 묘기를 부리는 사람이 첫 번째 그네에서 다음 그네로 멋진 동작을 취하면서 이동하면 관객들은 환호의 박수를 보낸다. 실수를 하여 밑으로 떨어지지 않으려면 적절한 타이밍을 맞추어야 하고, 기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다.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일은 바로 첫번째 그네의 줄을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의 단절이 없이 변화를 꾀하기는 어렵다.

변화는 강물이다. 강물은 한 곳에 머물러 있지 않고 흘러간다. 강물은 모두 같은 것처럼 보이지만 제 각기 무수한 물결을 만들어 가면서 흘러간다. 오래 흘러야 마침내 큰 강이 된다. 변화에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이 강물처럼 흘러가는 존재라는 사실을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변화가 쉽지 않은 이유 – 저항

스스로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이유만으로 행동을 바꾸는 사람은 거의 없다.변화의 필요성을 알고도 변화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항 때문이다. 롤프 베르트는 '84%라는 압도적 다수가 변화를 싫어한다'고 말했다. 또 잭 웰치는 '변화를 추종하는 사람은 없다. 인간은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려고 한다. 변화를 추구한다면 강력한 저항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기본적으로 인간은 변화에 대해 체질적으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변화는 그래서 이성의 문제라기 보다는 감정의 문제로 보인다.

내가 변화하지 않으려고 하는 이유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 보다는 지금까지 내가 줄곧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이다.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쉽게 바꾸지 못하는 것이다. 직장을 나가서 행복을 찾는 희박한 가능성에 기대는 것보다 지금처럼 해온 것처럼 여기서 고통을 피하고 감내하는 일이 훨씬 쉬울 거라는 믿음이 변하지 않은 까닭이다. 다시 말해 변화를 거부하는 것이 일종의 습관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생각한대로 살지 못하고 사는대로 생각하게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잠은 잘수록 더 자고 싶은 것이다.

저항은 여러 가지 얼굴로 우리를 찾아온다. 구본형은《익숙한 것과의 결별》에서 저항의 유형을 다음의 6가지로 정의했다.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대화로 정리해보자.

순진무구형 : 지금이 어때서? 지금은 변화가 필요 없어. 그냥 즐기자.
내일부터 : 지금은 바쁘니까 내일부터 하자. (그렇지만 내일 지나면 또 내일이다)
점진주의 : 조금씩 고쳐 가면 되지. 왜 전체를 흔들려고 해?
경험적 회의주의 : 지난 번에 그렇게 해봤는데 잘 안됐잖아. 그냥 포기하자.
무저항 : 우리가 변화해야 하는 건 분명해. 추진은 너희 팀이 잘 하면 되지. 우리는 그냥 잘 따라갈게.

여기에 두 가지를 더하면 ‘두려움’과 ‘퇴각’(retreat)을 들 수 있다. 변화에 대한 두려움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이다. 두려움은 일상 속에서 뭔가 다른 것이 나타나면 일어난다. 내가 처한 현실이 답답하고 고통스럽더라도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은 있기 마련이다.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이러다 처음보다 더 힘들어지는거 아냐? 내가 원래 갖고 있었던 것도 잃어버리는 거 아냐? 마치 안나푸르나 여행을 꿈꾸면서도 막상 떠나려고 하면 두려움이 생기듯이 말이다. 거꾸로 변화가 없다면 사시사철이 없는 것처럼 인생은 지루하고 삭막해지기 쉽다.

가장 교활하고 보편적인 저항은 바로 ‘퇴각(retreat)’이라는 놈이다. 《체인지 몬스터》의 저자 지니 다니엘덕에 따르면 퇴각은 무관심이나 무력감, 혹은 냉소 따위의 다른 무언가로 변신하는 재주가 아주 뛰어나다고 한다. 더욱 골치 아픈 것은, 이것이 ‘긍정적인 결정’이라는 가면을 쓸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 할만큼 했어’라고 승리를 선언하고 대충 넘어가는 것은 아주 매력적이며 일상적으로 흔히 사용되는 방법이다. 변화가 지속되지 못하고 일회용 이벤트로 끝이 난다. 일상으로 침투하지 못하는 변화는 불안정하다. 하루를 변화시키지 못하면 변화했다고 말하기 어렵다.

흔히 볼 수 있는 저항 유형은 바쁘다는 핑계를 대고 ‘내일부터’라고 연기하는 것이다. 특히 내가 일하는 IT분야는 바쁘게 일하는 게 미덕으로 비춰질 정도로 일도 많고 초과근무를 당연시 여긴다. ‘요즘 바뻐?’ 라는 질문처럼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도 별로 없다. 바쁘다고 이야기하면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것 같아 씁쓸한 기분이 들고 안 바쁘다고 말하면 일을 안하는 것으로 비춰진다. 사람들은 저마다 바쁘게 사는 것을 원망하면서도 다른 사람의 바쁨을 부러워한다. 바쁘다는 것은 목적이 아니다. 바쁠 망(忙)자는 마음(心)이 없음(亡)을 뜻하는 것으로 마음이 되돌아 갈 곳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옆을 볼 수 없을 만큼 앞으로만 내딛는 바쁨은 삶의 여유를 상실하게 만든다. 패스트푸드가 건강에 좋지 않듯이 바쁨 속에서 우리는 삶의 건강을 잃어버린다. 그저 바쁜 사람은 막상 한가해져도 자신을 돌보기 어렵다. 시간이 없어서 책을 못읽는 사람은 시간이 있어도 여전히 책을 읽지 못한다. 인생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일 이외에 가정, 친구, 사랑, 우정, 꿈, 건강, 취미 등에도 충분한 관심을 주어야 한다. 중요한 일을 미루는 것은 가장 위험한 정신병 중의 하나다.


기분좋은 변화

변화는 말처럼 쉽지 않다. 변화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고 실제 실행으로 옮기는 건 그리 녹록치 않은 일이다. 타인에 의해 어쩔 수없이 변화하는 것은 불쾌하다. 스스로 자신을 변화시켰다 하더라도 힘든 고비를 만나게 되면 예전습관으로 되돌아 가기 쉽다.

기분좋은 변화의 길을 걷고 싶으면 변화를 절대 두려워하지 마라. 대신 준비하고 훈련하라. 불안을 희망으로 만드는 방법은 준비다. 어떤 일의 결과에 대해 걱정은 되지만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을 때 우리가 느끼는 감정이 바로 ‘불안’이다. 반면 ‘기대’는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기로 마음먹고 최고의 결과를 예상하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왜 변화해야 하는가? 나의 꿈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계속 던져라. 꿈이 있고 목적이 분명하면 두려움은 멀어진다. 희망이 깃들면 불안감도 기대감으로 변하는 법이다.

학습곡선(learning curve)은 새로운 것을 배울 때 일정 시점까지는 배우기 이전보다 능률이 더 떨어진다는 이론이다. 변화도 마찬가지다. 변화는 새로운 상태로 가기 전에 혼돈이라는 과정을 필수적으로 만나게 된다. 새로운 방식으로 일을 했더니 전보다 상황은 더 나빠졌다고 느끼는 순간을 만나게 된다. 그때 당신은 괴로워하고 마침내 ‘변화는 없던 걸로 하자’고 퇴각을 선언할 지도 모른다. 혼돈은 새롭게 변화된 상태라고 절대 착각하지 말자. 변화를 위한 윤활유라고 생각하자.

어릴 때 무언가를 배우는 것은 어른이 되어서 배우는 것보다 훨씬 쉽다. 어른은 ‘잘못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과 웃음거리가 될 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아이들처럼 섣불리 뛰어들지 못한다. 아이들은 전혀 그런 생각을 하지 않기에, 즉 실패의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기에 빨리 배운다. 만약 변화를 하다가 슬럼프가 찾아오면 즐겁게 포용해줘라. 변화는 약간의 실패와 혼돈을 감수하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변화가 없는 따분한 일상이 계속되면 사람들은 무료함을 느끼고 매너리즘에 빠진다. 매너리즘은 모든 것을 하찮게 만들고, 게으르게 하고, 감성의 칼날을 무디게 한다. 이런 경우에 쓰는 처방은 ‘벼랑 끝 전술’이다. 나의 스승이신 구본형 변화경영전문가는 때때로 자신을 벼랑에 세우라고 한다. 먼 훗날 자신의 장례식장으로 자신을 보내라고 한다. 벼랑을 피하지 말고 뛰어 내려야 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한 가지 당부를 한다.

“절박함이 변화를 쉽게 하지만, 그 때는 이미 늦은 경우가 태반이다. 현명한 사람들은 모두 미래의 절박함을 현재로 이끌고 들어와 지금 변화를 모색한다.”

미래의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미래의 절박함을 현재로 데려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죽음이다. 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라)는 역설적으로 우리에게 진정한 삶을 선물한다.

일상에서 변화의 작은 기쁨을 맛보면 변화의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변화를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변화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카운터 펀치를 날리기 위해서는 수많은 잽을 날려야 한다. 인생은 하루가 모여서 이루어지므로 하루하루를 마지막 날처럼 의미있게 사는 게 인생을 잘 사는 것이다. 하루 2시간을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쓰자. 자신이 진정 하고 싶었던 것에 2시간을 아낌없이 투자하자. 만약에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바빠서 평소에는 보지 못했던 영화 목록을 만들어보고 매일 한편씩 보고 간단한 평을 기록해보자. 잠깐 여유를 갖고 어제와는 조금 다른 오늘의 모습을 만들어보자. 오늘 출근 길은 어제와 다른 길로 가보고, 오는 주말에는 가족들과 시원한 전나무 숲을 가로질러 내소사에 다녀오자.

《꽃들에게 희망을》이라는 책에 보면 변화의 과정에 대한 다음과 같은 멋진 대화가 나온다.

“나는 지금 고치를 만들고 있단다. 내가 마치 숨어 버리는 것 같이 보이지만, 고치란 피해 달아나는 곳이 아니란다. 변화가 일어나는, 잠시 머무는 여인숙과 같은 거야. 그것은 하나의 커다란 도약이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동안 너의 눈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이미 나비가 만들어지고 있는 거란다. 다만 시간이 좀 걸린다는 것뿐이지!”

누에고치는 일상이다. 하루의 변화가 차곡차곡 쌓이다보면 어느 시점에는 질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스스로의 자발적인 의지에 의해 이루어진 변화는 기분좋다. 변화는 세상이 요구하는 성공기준에 맞추기 위해 어떤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는 문제라기 보다는 잃어버린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가장 자기다운 것을 찿아 나서는 과정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편지를 받은 것처럼 설레이고 흥분되는 일이다. 자신을 찾아가는 여행이 변화이므로 자신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듬뿍 가져라. 현재 자신에 대하여 무관심의 단계에 있는 사람은 스스로 변화할 수 없다. 그들은 자신의 지금 생활이 문제가 있는 것임을 인식하지 못한다. 왜냐면 그들은 자신을 둘러싼 불행한 환경과 자신을 분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신에 대한 연민과 사랑이 있으면 두려움은 눈 녹듯이 사라진다.

전용석은 《아주 특별한 성공의 지혜》에서 이렇게 말한다. “그렇게 자신에 대한 사랑 속에서 변화는 마치 봄날 햇살 속에 녹아 내리는 강물처럼 시작됩니다. 다그치고 밀어붙이는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박해 속에서 진정한 내면으로부터의 변화는 일어나기 힘이 듭니다. 변화를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스스로를 비난하기를 그치는 일입니다. 자신을 사랑하는 일인 것입니다.”

이왕이면 절망과 고통을 가져다 주는 쪽보다는, 활력과 기쁨을 가져다 주는 쪽으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사랑하고 칭찬해라. 사랑하면 알게 되고(자신에게 멋있는 구석이 있다는 걸), 알게 되면 보이나니(당신만의 멋진 미래가),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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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동
2006.05.29 00:07:52 *.142.141.28
변화의 당위성에 관해 논리정연하게 풀어 놓아 주셨네요. 그것(변화)을 수행하는 혹은 실천하는 다양한 사례에 대한 연구가 더해진다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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