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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경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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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5월 28일 23시 20분 등록
친구 형의 결혼식장에서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어렸을 적부터 한 골목에 살던 친구들이라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사이지만 자주 보기는 어렵습니다. 모인 곳이 결혼식이다 보니 자연스레 결혼 얘기가 오갔습니다. 저를 포함하여 몇 명이 결혼 준비를 하고 있으니 서로간의 관심사였지요. 얘기를 하다가 저에게 주례 선생님이 있느냐고 묻기에 ‘잘 아는 선생님’이 있다고 얘기했습니다. 어떤 선생님이냐고 또 묻기에 엉겁결에 그냥 개인적으로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이것을 도와주시는 선생님이라고 얘기했습니다. 이번엔 어떤 스터디냐고 물었는데, 여기서 저는 잠깐 말문이 막혔습니다. 그냥 처음부터 변화경영연구소의 구본형 소장님이고 그 분은 나로 하여금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게 도와 주신 사부님이고 나는 그곳의 2기 연구원으로 수련을 하고 있다고 얘기하면 될 터인데 그런 말이 밖으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얘기를 하게 되면 변화경영연구소란 어떤 곳이고 선생님은 어떤 분이고 나는 그곳과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었고 또 연구원 수련은 어떤 것인지에 대해 설명을 해야 할 텐데, 왠지 이런 자리에서 얘기하기엔 쑥스럽기도 하고 동떨어지기도 한 것 같았습니다. 또 얘기해 주어도 알아듣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 나는 친한 친구들에게도 쉽게 납득시키기 어려운 일을 하고 있나 봅니다.

지금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은 현재 나의 생업과는 조금 동떨어진 일입니다. 이것이 내가 대답을 망설인 첫번째 이유일 겁니다. 보험회사의 영업교육을 맡고 있으니 어떻게 하면 설계사들이 영업을 잘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궁리를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하지만 나는 이 일을 계속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즐길 수 있는 일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직업을 소홀히 선택한 것은 나의 잘못이지만 그것을 알게 된 이상 엉뚱한 길에 머물러 있을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이것이 내가 연구원 수련을 시작한 동기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내 안의 변화를 주위에 납득시킬 수 없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러한 일련의 과정들에 대해 친구에게 또 직장동료에게 동의를 구할 수 있다면 나의 변화는 조금 더 수월할 것입니다만 왠지 얘기하기가 낯설고 쑥스럽습니다. 주변 사람들과 조금 다르게 산다는 것, 그 괴리감을 극복하고 즐길 수 있어야 나의 변화가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두 번째,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해 스스로가 납득하는 분명한 이름을 붙이지 못한 것, 이것이 내가 대답을 망설일 수 밖에 없었던 또 하나의 이유입니다. 나는 내 자신의 변화에 대해 목마를 정도로 관심을 가지고 있고, 나에게 가장 어울리는 직업을 찾기 위해 항상 안테나를 세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조금 더 영역을 확장하여, 개인의 직업을 찾아주거나 아니면 직원 하나 하나의 자리를 찾아주고 그로 인해 회사는 성장하고 직원은 행복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드는 일도 해보고 싶습니다. 이것은 남을 위해서라기 보다 스스로를 구하기 위한 것이고 나를 구할 수 있다면 그때는 남도 도와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것들을 아우를 수 있는 나만의 이름을 다시 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것이 늘 아쉬웠습니다.

문득, 사부님은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자신의 일을 어떻게 얘기하시는지 궁금해 졌습니다. 꿈벗과 연구원에 대한 얘기를 스스럼없이 하시고 ‘나는 어제보다 아름다워지려는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하고 있어’라고 얘기하실까요 아니면 ‘그냥 책도 쓰고 강연도 해’라고 하실까요. 행복 숲을 꿈꾸시는 김용규님은 그것을 어떻게 설명하실까요. 승완이는 ‘나는 마음과 경영의 길잡이야’ 라고 편안하게 얘기하고 있을까요. 이러한 언어들이 이 안에서만 통용되는 것이 아니라 밖에서도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면 그제야 비로서 ‘이것이 나의 일이다’ 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는 그것을 향해 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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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동
2006.05.29 00:05:53 *.142.141.28
비슷한 경험을 했지... 나도 정작 친하다고 얘기하는 친구들한테도 '연구원 활동'에 대해 자세하게 얘기하지는 않았지.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내놓고 나서 얘기하면 모를까. 그렇게만 된다면 내가 부러움의 대상이 되겠지만 그 전에는 잘해봐야 '괴짜' 정도로 인식될테니 말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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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아이드잭
2006.05.29 00:11:36 *.140.145.120
경빈.. 그대의 속내가 느껴지는 글이로구만.. 난 말야..
그런 마음이 들때면 원잭에게 전화 한통 때려서 만나자고
해줬으면 좋겠어..^^ (그리고 모임에서 어렵게 기록했던 내용은
언제쯤 볼 수 있을지 궁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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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아이드잭
2006.05.29 00:12:03 *.140.145.120
아참 핸폰 번호를 남겨야지..^^ 019-218-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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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형
2006.05.29 08:35:28 *.116.34.141
가까운 사람에게는 어떤 정의도 필요없어. 시간이 아주 충분하고 그들에게 나는 '정의'가 아니라 이야기며 일상이기 때문이지. 내가 그들에게 설명해야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나를 규정해 주어야지. 나에 대한 정의는 그들의 몫이야.

나는 친구들에게 변화경영전문가라고 말하지 않아. '어제보다 아름다워지는 사람을 돕습니다'라고도 말하지 않아. 그건 내가 내 입으로 할 말이 아니라 그들이 말해줘야하는 것이지. 가까운 사람들, 그들에게 나는 기억이고 공범자고 이야기고 생활일 뿐이야.

가끔 그들이 내게 물어. 난 네가 사는 방식이 좋아. 강연은 많아 ? 먹고는 사는거야 ? 책은 잘 써져 ? 너처럼 살았으면 좋겠어. 그런 정도야. 그리고 나서 우린 먹고 떠들고 웃지.

내 친한 친구가 하나있어. 나는 그가 선생이라는 것을 알아. 그리고 자기 제자들 이야기와 일상에서 있었던 이야기들을 들으며, 그가 아주 좋은 선생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지. 그건 그가 아주 잘 살고 있다는 뜻이지. 삶의 단 하나의 목적은 잘 사는거야. 자신의 거리와 골목을 걸으면 되는 것이지. 내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모르는 그 무명성 - 그것이 자유야. 친구는 말야. 그 무명성을 공유하지 못하면 멀어지는 것이야. 유명함이 가지고 있는 치레를 벗어두어야 좋은 친구로 남는 것이지.

가까운 사람들에게 우리는 긴 이야기와 어떤 장면들로 남게되는거야. 가까운 사람들에게 우리는 직업으로 남지않아. 우리가 만날 때는 언제나 일을 벗어 놓은 상태에서 만나잖아. 우린 명함으로 만나지 않지.

살아가는 모습을 직접 보여주기 때문에 가까운 것이야. 그들에게 그대는 경빈이지. 그것이 전부지. 경빈이가 열심히 살고있어. 아침에 일찍 일어난데. 무슨 연구원도 한다는군. 일주일에 한 권 책을 읽어야하고, 나중엔 책도 써야한데. 어, 책이 나왔네. 잘썼다. 그래, 이제 인사 관계 전문가가 된거야 ? 이런 대화면 좋은 것이라네.

아, 참 한가지 더. 잊을 뻔 했네. 그러나 그대는 그 길에 이름을 붙여둘 수 있어야 해. 자신이 걸어 간 길과 걸어 갈 길에 대한 명료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야 해. 친구들은 그 길과 골목에서 만난 사람들이므로 그곳의 풍광을 공유하면 되는 것이지 설명하려하면 안돼. 현장에 같이 있는 사람 -그들이 아내고 친구들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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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자식
2006.05.29 09:07:12 *.145.123.218
호오~~~~
사부님은 '언어의 베스트 쿡'입니다.
마음속에 있는 말들을
이렇게 군더더기 없이 맛있게 표현할줄 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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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명수
2006.05.29 09:22:24 *.57.36.34
경빈님 총무일 맡으랴, 책 읽고 요약하랴, 컬럼쓰랴
정말 고생이 많지요

직장생활과 연구원생활의 병행이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함을 솔직히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환경이 우리를 더욱
단련시키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나는 이제야 내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발견했지만 경빈님은 저보다 훨씬 젊은
나이에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 지를 발견
했기에

그리고 나의 변화가 어떤한 결과를 초래할 것인지
찾았기에 앞으로 커다란 보람이 기다릴 것입니다.

특히 구 선생님의 가장 많은 조언의 중심에 있기에
달성의 기간은 더욱 짧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조직의 목표와 나의 목표의 상생적 조화가
오늘의 경빈님의 또다른 숙제가 될것이지만
그것을 능히 극복하리라 믿습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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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기원
2006.05.29 09:38:07 *.190.172.201
친구들에게 명함(건설회사 대표)을 주고나서 난 붙여둔다.
이것은 여러분이 원하는(이해하기 쉬우며 지금 내 밥벌이의) 명함이고
내가 내자신에게 붙여둔 명함은 LPM&G이라고 독백을 한다. 그 순간 나는 나를 설득하고 내면의 나와 대화를 한다.

세상적인 유행에 딸려가기를 거부한다고... 독백을 하는 것은 이런 말까지 친구들에게 설명할 필요는 없다.
가까운이들이 이해가 가지 안는다고 말을 할때 설명을 해줄 수있다. 내가 나에게 붙여준 직업은 내삶을 잘 살아보고 잘 산것이 이웃에게 도움되는 것이면 더 좋겠다. 그래서 하루를 행복하게 보낼 수있는 것을 하며 잘 살아야며 많은 무리가 쫒아가는 유행보다는 다른 삶을 시도해보려 노력한다. 일반적으로는 모두 열심히 살아보았을 것이고 잘 안되는 일반적이지않은 삶에서 일반적인 뭔가를 만들어내면 그것은 나만의 방식으로 만들어진 나의 창조일 수있을 것이다.
이 창조를 하기위해 스스로에게 질문을 한다. 너는 누구냐구? 그리고 그 질문을 가지고 하루에 2시간이상은 책을 보고 내면과 대화를 한다 그순간 행복한 삼매에 빠져서 약간의 실마리라도 잡으면 그 실마리를 모아서 현실에서 실행해본다. 잘되면 잘되는데로 배우고 안되면 안되는 데로 배울 수있다.

경빈님에게서는 나를 볼 수있는 거울 같은 부분이 있었습니다.
할까말까 망설이는 부분이 없으면 없을 수록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냥그런데로 자연스럽게 자연처럼 경빈님답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좀 외로우면 이 홈피에오는 우리가 있잖아요.

그 우리가 나가 될때 멋진 세상은 이미 우리에게 와 있는 것이 되겠지요? 모두의 이해를 바탕으로 삶을 살려면 참 힘들거예요. 자신의 이해와 우리의 이해가 기초가 되면 좋을 것 같아요.
좋은 질문은 훌륭한 답변보다 좋을 때가 있다고 합니다. 멋진 질문이었습니다. 저에게 다시 그 질 문을 해보겠습니다.
늘 원하시는 나날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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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빈
2006.06.01 10:05:55 *.217.147.199
언제나 방향을 잡아주시는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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