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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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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5월 29일 10시 54분 등록

<산나물 뜯기 경영학>



화창했던 지난 화요일 가족 중 일부와 친척 아지매 두 분과 근처 산에 올랐다.
우리에게 내려진 특명, “고사리를 꺾어라.”
베테랑인아주머니들의 지휘와 조언을 받으면서, 목표물을 찾아 하루 종일 산을 다니며 산나물을 뜯었다. 나는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하면서 이거야말로 한편의 경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잊어버리기 전에 필살의 칼럼 한편을 써봐야 겠다는 생각이 번뜩 지나쳐갔다.

이름하여 ‘산나물 뜯기 경영학’.




<산나물 경영학: 모두가 가는 길엔 산나물이 없다.>

오늘의 고사리 팀은 가족 4명과 친척 2명으로 구성되었다. 엄마는 경험자로 길잡이 역할을 맡고, 큰집 아지매는 풍부한 경험을 통해 우리를 고사리로 인도하시고, 작은집 아지매는 활달한 성격으로 팀내 분위기를 이끌었다. 우리의 목표는 산천구경과 함께 고사리를 가능한 한 많이 꺾어, 가족의 식생활에 이바지 하는 것이다. 각자 목표를 입력한 후, 참외를 깎아 먹으며 오늘의 일정에 대해 간단히 대화를 나눴다.




경영수칙1. “목표를 가지고 행동하라.”

AM 11시. 각자 할당된 가방을 가지고 산을 올랐다. 길은 순탄치 않았지만 즐거운 산행이었다. 고사리를 꺾는다는 세부 목표를 입력한 탓에 우리의 정신과 뇌파는 목표를 위한 ‘정보수집’에 들어갔다. 무수한 수풀의 페이크(fake)에도 우리의 눈은 여리디 여린 고사리 한줄기를 발견할 수 있을 정도로 예리해졌다.

PM 12시. 때마침 점심시간이라 목도 축일 겸 모였다. 각자 상황을 점검해보니, 예측대로 꺾은 고사리의 양이 형편없었다. 그러나 작은집 아지매의 낙천성은 여기서 빛을 발했다. 실제로는 한줌 정도뿐인 고사리를 두고, 너무 무거워서 못 가져갈 것 같다고 끝없이 넉살을 떨었고, 우리는 웃으면서 상황에 적응하였다. 웃음의 위력은 대단하여우리가 단기적인 결과에 실망하지 않고 다음 작업을 위한 힘을 비축할 수 있게 해주었다. 작은집 아지매, 그녀는 ‘Fun 경영’의 핵심을 알고 있었다!




경영수칙2: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비하라.”

얼마 못가 우려했던 상황이 나타났으니, 고사리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고사리가 이미 다 피어버렸거나, 이미 누군가 꺾어버렸거나 해서 가뭄에 콩 나듯 발견되었다.
여기에 대한 대응책은 저마다 달랐으니.
①차선책: 엄마는 고사리 대신 다른 산나물을 열심히 뜯음.
②집중획득: 큰집 아지매는 목표에 집중해 고사리를 하나라도 더 꺾기위해 더욱 부지런히 다님.
③목표변경: 작은집 아지매는 목표를 고사리에서 산천구경으로 변경하고, 완상의 즐거움을 택함.




경영수칙3: “길은 만들어 가는 것.”

산나물을 위해 걸어가는 길은 가깝고도 험하다. 우리는 대부분 수풀을 헤치며 길을 만들어 나갔고, 때로는 옆도 보이지 않을 만큼 빽빽한 나무 사이를 지나기도 했다. 거기에는 정해진 길도, 방법도 없었다. 오로지 ‘고사리가 있다’는 목표와 정보만이 있었을 뿐이다.
거기에는 따로 길이 없다. 모두가 가는 길에는 고사리가 없는 까닭이다. 단순하지만,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아무도 가지 않은 길,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며 가야 했다.




경영수칙4: “주도적이 되라.”

우리 팀은 이날 8시간 산을 쏘다니며, 중노동을 했지만, 고사리는 목표한 바대로 많이 꺾지 못했다. 이를 단순히 돈으로 환산한다면, 이는 매우 고가가 될 것이므로 시장에서 경쟁력이 없다. 경제적으로만 따지자면 우리는 매우 효율이 떨어지는 ‘헛고생’을 한 셈이다. 또한 예상보다 훨씬 적었던 고사리에 대해서는 누가 책임 질 것이냐?
고사리를 꺾으러 가자고 선동했던 큰집 아지매의 잘못인가, 제대로 길을 인도하지 못한 엄마의 잘못인가, 고사리의 시기에 맞추지 못한 우리의 잘못인가.
그러나 우리는 팔기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었다. 우리가 직접 먹고, 스스로 즐기기 위해 택한 일이었다. 만약 누군가 돈을 주고 시켰다면, 값어치 하느라 악착같이 일에 매달려 금세 지치거나 즐겁게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행동의 동기는 우리의 내부에 있었고, 모두가 주도적으로 임했기 때문에 결과에 상관없이 끝까지 즐거울 수 있었다.






<속편: 인생은 즐건 소풍이다.>

고사리를 많이 꺾은 사람을 승자라 할 수도 없고, 고사리 대신 다른 산나물을 꺾어 대체했던 이를 승자라 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고사리는 조금 꺾었지만 즐겁게 산천구경 한 이들을 두고 패자라 할 수 있겠는가?
인생은 미묘한 것이다. 행복은 소유물이나 우리가 획득한 것보다, 우리의 감정과 의식에서 오는 만족감과 더 가깝다. 산나물의 집중획득과 완상의 즐거움, 무엇을 택할 것인가? 무엇을 하든, 결국 즐기는 사람이 장땡이다. 천상병의 시, ‘귀천(歸天)’을 다시 음미해보기 좋은 순간이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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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연설명) 우리들이 흔히 먹는 고사리는 털이 보송보송난 여린 놈으로, 그 기간이 짧다. 이 시기를 놓치면 번개같이 고사리가 피어버리는데, 이때는 질겨져서 이미 먹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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