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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5월 30일 13시 18분 등록
코리아니티가 담긴 한 글자- 한(恨)

우리가 살아오면서 가장 많이 접하는 글자 중에 한(恨)이라는 것이 있다. 나는 글자여행 중 이 글자를 만나면서 우선 떠오르는 것이 눈물이었다. 그 만큼 이 글자가 주는 이미지는 슬픔이었고, 내 눈가에 눈망울을 맺히게 한다.

왜 이 글자가 나에게 그러한 행동을 자아내게 하는 것일까. 그것은 나의 과거가 없음의 세월이기도 하고 슬픔의 나날이기도 했으며 우리 부모님의 고통 그리고 역사속의 한국이 그랬고, 그 역사속의 한국인이 그랬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일 것이다.

나는 이 글자만큼 우리의 생활과 한국인의 삶을 표현해주는 단어는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글자가 주는 무게가 어느 글자보다 크기에 이 한 글자에 대한 수많은 연구가 있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래서 연구논문이나 책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김 열규의 『한맥원류(恨脈怨流) 한국인, 마음의 응어리와 맺힘』
김 영필의 『한국인의 한에 대한 현상학적 분석』
서 광선의 『한의 이야기』
이 규태의 『한국인의 정서구조』
천 이두의 『한의 구조 연구』
최 길성의 『한국인의 한』
고 은의 『한의 극복을 위하여』
정 대현의 『한의 개념적 구조』등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마 내가 찾지 못한 한에 대한 이야기는 끝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 이 글을 읽다보면 한에 대한 글자의 명확한 개념을 정립할 수 있다. 한이 내가 생각하는 슬픔과 눈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한국인의 한은 원(怨)-탄(嘆)-정(情)-원(願)으로 이어지는 다층적 구조로 되어 있으며 한은 개인적 차원에서 경험하는 상처가 아니라 역사적 소산으로 남겨진 민족의 상흔이라는 것이다.

또한 원한의 어두움 속에서도 기원과 희망의 밝음이 얽혀 있고, 탄과 정이 서로 얼개를 나누고 있으며, 노을을 하늘의 배경과 분리할 수 없고 노을 자체를 낮과 밤을 경계지울 수 없듯이, 한은 개념적으로 구획지울 수 없을 정도로 하나의 지향적 통일체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한이 한국인의 가장 일상적인 삶의 양식이고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체험이라면, 한은 바로 우리 민족의 역사의 선험적 조건으로 이미 주어져 있는 역사적 아프리오리(이미 주어진 것)이며, 우리 민족의 역사 속에서 전승되어온 생생한 체험이고 문자 이전에 이미 주어져 있는 생생한 현실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한민족의 역사 속에 생생하게 현전하는 한의 지평 속에는 고통과 슬픔이라는 체념구조와 동시에 이를 넘어서 초월하는 희망적 구조가 함께 현전한다는 사실을 이 글자에서 읽어내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그래서 우리의 한은 자연발생적 촌락의 한 정서가 아니라, 우리 민족의 역사 속에서 형성되어 전승된 역사적 소산임을 밝힌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한은 화해의 지향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인의 한의 정서가 가지는 공동체를 이루려는 본능은 사랑을 통한 타자와의 화해를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선험적이며 이것은 바로 한의 주체가 자신을 넘어 타자의 세계에로 초월하려는 사회화와 세계화의 선험적 동기라는 것이다. 이는 한이 가지는 상호주관적 지향성을 통해 한국적 한의 상생적(相生的) 가치를 확인할 수 있다.

나는 한에 대한 이러한 해석을 읽으면서 이 글자에 대한 상념을 바꾸게 된다. 한의 계층적 구조를 통해 한은 단순한 원한, 애증, 고통에서 희망, 긍정, 기대로 승화되는 복합적이고도 다양성을 내포한 한국인의 삶에 살아있는 글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강영희의 ‘금빛 기쁨의 기억’에서는 한의 승화하는 모습을 ‘흥(興)’이라 표현한 것도 이것과 일맥상통한다.

이러한 사실들에 대한 깨우침이 내가 끊임없이 글자여행을 하는 동기를 더욱 다지게 해준다는 점에서도 매우 뜻 깊은 일이 아닐 수 없다. 한은 한국인들이 사랑해야할 정말 의미 있는 글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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