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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6월 2일 00시 47분 등록
젠가
총 54개의 블록을 3개씩 가로 세로를 엇갈려 18층으로 쌓아두고, 차례로 돌아가면서 블록 탑의 맨 위층 블록을 제외한 나머지 층의 블록을 하나씩 빼서 다시 맨 위층에 쌓아 올리는 보드게임이다. 1970년대 초 영국에서 개발된 젠가(jenga)는 '쌓다, 짓다, 건설하다' 등을 뜻하는 스와힐리어에서 유래한다.


2003년 말? 경 보드카페가 생겨나면서부터 우리나라에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게임이다. 회사 휴게실에 마련된 다양한 보드게임 중에서 간단하면서 아무생각 없이 즐길 수 있는 젠가의 인기는 단연 으뜸이다.

작년 12월 31일, 새해 일출을 보기 위해 성산일출봉의 한 펜션에 모였다. 밤새 신나게 젠가게임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젠가 블럭을 쌓아놓고 시작한 우리는, 3게임이 끝나기도 전에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그때 누군가가 새로운 게임을 제안했고, 우리는 그동안 즐겨오던 젠가보다 훨씬 재미있는 젠가를 만났다. 일명 젓가락젠가.

젠가가 18층의 탑을 쌓아놓고 아래의 층에서 하나의 블록을 꺼내 위로 올려 놓는 게임이라면,
젓가락젠가는 3개의 블록으로 바닥만 만들어 놓은 상태로 시작해서 바닥에 있는 블록 중 하나를 젓가락으로 하나씩 집어 탑을 쌓아가 게임이다.



단순한 사고의 전환이었지만, 분명 우리는 젓가락젠가를 오랜 시간동안 잼있게 할 수 있었다. 이것은 그동안 젠가의 단순함에 지겨워하고 있어서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젓가락 젠가 속에 있는 한국인들만의 또 다른 신나는 문화가 있었기 때문이리라.

젓가락 vs. 포크 (or 손가락)
젠가는 블록탑에 있는 블록중 하나를 손가락으로 꺼내어 옮겨 놓는다. 단, 한번 손댄 블럭은 무조건 빼내야 하며, 손가락은 엄지와 가운데손가락 딱 2개만 사용 가능하다.
젓가락젠가는 손가락은 절대 사용 할 수 없고, 모든 블록은 젓가락만을 이용하여 옮겨져야 한다. 옮기다 떨어진 블록은 다시 주울 수 있다.
젓가락은 한국인의 생활문화의 기본이며, 우리는 가끔 젓가락질(?)을 잘 하느냐 못하느냐를 두고, 가정교육을 제대로 받았는지를 판단하기도 한다. 다음글에서 볼 수 있듯이 젓가락 사용은 동양사상의 근간이 되는 '관계주의'의 기본이 된다.
이어령씨는 “우리나라의 젓가락 문화는 상호 관계주의에서 출발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젓가락 문화는 요리를 먹는 사람과 만드는 사람이 같다. 작게 썰어놓음으로써 젓가락으로 먹을 수 있다. 그러나 서양은 고깃덩어리를 내놓음으로써 식칼이 나오기를 기다리지 않으면 안된다. 반면 우리는 부엌에서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 젓가락으로 집어 한입에 먹을 수 있을 만큼의 크기로 잘라서 내놓는다. 젓가락 문화는 음식을 그대로 내놓으면 먹지 못하게 된다.” - 2006년 4월 10일 연합뉴스

젠가를 할때 엄지손가락과 가운데손가락만 사용 가능하도록 하는 규칙은 조금이나마 젓가락젠가와 가까워지기 위한 규칙이 아닌가 한다. ^^;

보태주고 더해주는 vs. 찌르고 뺏는
젠가를 잘 하기 위해서는 예리한 시선으로 블럭간의 간격을 살핀후 하나의 블럭을 선택하여 빼어 낸다. 그리고 그 블럭을 블럭탑의 가장 윗층에 올려 놓는다.
젓가락젠가는 아무것도 없는 탑을 하나하나씩 쌓아올려가는 게임이다.
한국인은 기본적으로 무언가 보태고 더해주는데 익숙하다. 결국 쌓아놓고 보면 54개의 블록으로 이루어진 탑이라는 것은 똑같지만, 젠가는 이미 54개의 블럭을 이용해서 쌓아진 탑으로 또 다시 다른 모양의 탑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면, 젓가락젠가는 아무것도 없는데서 시작해서 탑을 쌓아가는 게임인 것이다. 따라서 젓가락젠가는 자신이 무언가를 더하고 만들어 간다는 느낌에 더 재미있고 신나는 것이다.

기초를 쌓는 vs. 기초를 무너뜨리는
젠가게임의 소개 페이지에는 상대방이 탑을 무너뜨리도록 하는게 게임의 목표라고 씌여있다.  하지만 젓가락젠가는 최대한 높은 층수를 쌓는게 우리의 목표가 되었다. 물론 마지막에는 탑을 무너뜨리는 팀이 지게 되는 게임이지만, 우리는 더 높은 탑을 쌓기 위해 다음 순서의 사람이 안정적으로 잘 쌓아갈 수 있도록 블록을 놓아주었다.
한국인은 상대방을 공격함으로써 게임을 이기는 것보다는 함께 하나의 목표를 이뤄가는 데 더 재미를 느낀다.


소심 덧붙임 - 그리고, 이렇게 쌓기 게임을 하는 것이 어쩌면 젠가가 원래 의미하는 '쌓다, 짓다, 건설하다'의 의미에 좀 더 가까운거 아닌가? ^^;;
IP *.228.94.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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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깽이
2006.06.02 08:52:35 *.116.34.153
그대가 다시 다뎀뵤라는 호칭을 쓰게 된 것을 환영한다. 다시 돌아 왔지만 과거와는 조금 달라졌을 것이다. 5월의 보름달과 6월의 보름달이 좀 다르지. 8월의 보름달은 더 다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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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빈
2006.06.02 09:48:27 *.217.147.203
놀이에서 찾는 놀인가? ^^ 이거 아주 재밌는 놀이가 되겠구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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