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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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날의 나는 통 거울을 보지 않았다. 터덜터덜 걸으면 천상 여자인 언니가 타박을 주곤 했다. “너는 그렇게 걷는 게 멋인 줄 아니?”
나이들고서야 거울이, ‘타자의 눈으로 들여다보는 나’ 라는 사실을 알았다. 미당의 싯귀,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이 비로소 이해되는 기분이었다. 오로지 자신의 마음이 가는대로 밀고 나가면 되었던 젊은 날에서 돌아와, 전후좌우의 맥락을 보고,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 나의 삶을 새겨보는 시간.
내게는 내 마음밖에 없다. 애초에 그렇게 생겨먹었다. 자연히 인사치레나, 격식을 싫어하고 사교적인 어울림을 피하게 되었다. 내 안에 데리고 놀만한 것이 너무 많았던 탓일까, 아니면 소소한 인간 군상들과 굳이 어울려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던 탓일까. 아직도 외부의 필요를 절실하게 느끼는 것은 아니다. 단지, 가슴을 치는 회한 하나, “잘 못살았다!”
나는 본능적으로 혼자가 편한 사람이지만, 살아보니 사람을 빼 놓고 되는 일이 없다는 것을 겨우 알게 된 것이다. 내가 꾸려나가고 있는 조그만 학원조차, 인간관계의 총화인 것을 이제야 아는 것이다.
“우리가 만나는 이유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다. 우리의 목적은 만남 자체에 있다. 그 사람의 존재, 그것이 우리를 기쁘게 한다. ”
소장님께서 꿈벗모임에 대해 말씀하신 것이지만, 이 홈피에 오는 모든 이에게 해당된다고 생각한다. 고백하자면, 그 사람의 존재 자체가 나를 기쁘게 하는 사람을 별로 만나보지 못했다. 내 주변의 많은 사람들은 돈이나 신변에 갇혀 있어, 돈과 신변에 관심이 없는 나와 공통부분이 있을 수가 없었다. 그러니 그들에게도 나의 존재가 기뻤을리 없다. 몬스터 도정일이 말한 인문학의 세 가지 화두 중 “다른 사람에게 나는 누구인가?” 하는 질문 앞에서 민망했던 이유가 거기에 있다. 나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이제 겨우, 꿈이라는 이름으로 일상을 뛰어넘어 일상을 추구하는 그룹을 만났다. 그것이야말로 내 스타일이다. 좋은 만남을 이룬 것은 우연인 것같아도, 내가 그 만남을 이룰만한 준비가 되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좋아한다. 쭈뼛거리며 서툴게 내 마음을 표현하고, 다른 이의 마음을 들여다 보는 훈련을 해야 하리라. 좋은 기억을 많이 공유하도록 부대껴야 하리라. 일상이 섞이지 않고는 어떤 혁명도 어렵다고 했으니, 서로의 언어와 몸짓에 익숙해 지도록 많은 시간을 어울려야 할 것이다.
“우리 속에 있는 것들을 다 모으면 청계천일꺼야. 옛날 청계천에 있는 작은 가게들 것들 다 모으면 로켓을 하나 쏘아 올릴 수 있다고 그랬거든”
뭐가 잘못되었는지 내 컴에서는 작동이 안되어 보지 못했지만, 재동님의 동영상에 쓰여진 덧글은 확실하게 남았다. 로켓을 쏘아올리는 데 필요한 단단한 부속하나 될 수 있도록 내가 가진 것을 닦고 조이고 기름쳐야겠다.
예전 버릇이 남아서 나는 여전히 사람 자체보다는 할 수 있는 일에 촛점을 맞추려 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따로따로 흩어져 있어서는 로켓을 쏘아올릴 수 없음을 이제 안다. 모여 있어야 그것도 아주 단단한 결속력으로 얽혀 들어야, 고공의 압력을 견딜 수 있을 것이다.
서둘지는 않겠지만, 또 ‘사람’과 ‘할 일’이라는 주객을 전도하지도 않겠지만, 이 곳에서 내가 꿈꾸는 로켓 하나 쏠 수 있었으면 참 좋겠다. 그것은 언어와 꿈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함께 연구하고 확산하는 시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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