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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 오병곤
  • 조회 수 2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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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천 수 0
2006년 6월 6일 23시 20분 등록
인터넷 서핑이 기분좋은 적이 그리 많지 않았는데 오늘은 횡재한 날입니다.
유익한 사이트 몇 개도 발굴했고 가슴을 파고 드는 글귀도 만났기 때문입니다.
무료함을 달래기 위한 킬링 타임이 아니라 적당한 예화를 찾던 중에 예기치 않았던 보물을 만났습니다.
역시 목적이 있어야 효과가 잘 나는 법인가 봅니다.


☞좋은 책의 증거는 그 책이 당신의 이야기가 되었을 때 얻게 된다.
- 키에르케고르

책의 좋고 나쁨을 가르는 기준은 그 책에 자신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지가 핵심이다. 단순히 정보를 수집, 가공하여 그럴듯하게 포장하여 제공하는 것은 눈속임에 지나지 않는다. 자신의 경험과 생각이 자신의 언어로 표현되어야 살아있는 책이 된다. 책을 쓰면서 나만의 몇가지 원칙을 정해 보았다.

1. 질문을 품기 : 왜?라는 물음없이 해답을 풀기는 쉽지 않다. 좋은 질문이 좋은 답을 이끌어낸다.

2. 내 자신의 문제, 불편을 해결하기 : 살면서, 일하면서 부딪혔던 문제, 불편, 애로사항을 다 끄집어내서 개선을 모색해본다.

3. 감성과 재미 : 내 글은 가슴으로 다가설 때, 톡톡튀는 익살과 반전이 꿈틀대야 맛깔난다. 또한 책을 잘 읽지 않은 독자들을 위한 배려이기도 하다.

4. 독자의 입장 : 늘 두 명의 후배를 마주 보고 이야기하듯 글을 쓴다. 말하듯이 글을 쓰자.

5. 음악과 술 : 가끔 필받는 도구를 이용한다. 한 줄도 쓰기 힘들 때 눈물나게 도와준다.


키에르케고르의 명언은 비단 글을 쓸 때뿐만 아니라 책을 읽을 때도 마땅히 그러해야 함을 일깨워준다. 책을 많이 읽는 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더 중요한 것은 내 생각으로 이해하고 나아가 생활에 적용하고 실험할 수 있는 깨달음을 얻는 것이다. 그러므로 책은 독수리의 눈매를 가지고 내 언어로 재해석할 수 있어야 읽었다 할 수 있다.


☞영원히 살 것처럼 꿈을 꾸고, 내일 죽을 것처럼 오늘을 살라.
- 제임스딘

얼굴만 멋진게 아니다. 어쩜 이리 말도 가슴을 후벼파게 한단 말이냐?
내 인생의 꿈을 그릴 때 가장 어려워하는 점이 과연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계속 차고 일어나는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밥먹고 살 수 있을까라는 회의주의가 고개를 들면 다시 그저그런 일상으로 파묻힌다.
내가 영원히 산다는 확신(?)에 찬 가정하에 꿈을 꾼다면 분명 그 꿈은 대담하고 환상적일 것이다. 꿈은 그래야 한다. 나의 가슴을 벌렁벌렁하게 만들어야 한다.
내일 죽을 것처럼 오늘을 살라는 말은 하루를 치열하게 살라는 말에 다름 아니다. 다른 명언이 갑자기 생각난다.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오더라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오늘 내가 헛되이 보낸 시간은 어제 죽어간 이가 그토록 바라던 내일이었다.'
정말 내가 바라는 것은 오늘 하루를 잘 보내는 것이다.


☞너무나 바쁜 삶의 허망함을 경계하라.
- 소크라테스

바쁨은 본래 허망한 것이다. 바쁠 망(忙)자는 마음(心)이 없음(亡)을 뜻하는 것으로 마음이 되돌아 갈 곳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바쁘게 한 해를 보내고 일년을 되돌아보면 남는 게 별로 없다. 그러니 허망할 수 밖에...바쁜 삶은 패스트푸드적인 삶을 살고 있는 것과 같다. 패스트푸드는 신속함 이외에는 장점이 없다. 몸을 상하게 한다. 인생을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늘 품고 살아가자. 사랑, 우정, 가정, 희망, 꿈과 같이 슬로우에 의해서만 가능한 가치를 잃어버리지 말자.


☞기술 수련의 6가지 전제조건
-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중에서

1. 규율 - 규율에 맞게 하지 않으면 어떠한 것도 절대로 향상되지 않는다. '하고 싶을' 때에만 하는 것은 즐거운 취미는 되겠지만, 그러한 방법으로는 절대로 그 기술을 습득할 수 없다.

2. 집중 - 현대 사회에 있어서 집중은 규율 이상으로 보기 드물다. 현대 사회는 그 어떤 시대에서도 볼 수 없을 정도로 통일성 없는 산만한 생활을 조장하고 있다. 누구나 다 한꺼번에 많은 일을 하고 있다.

3. 인내 - 성급하게 결과를 얻으려는 사람은 절대로 기술을 터득할 수 없다. 그러나 현대의 산업 시스템 전체가 인내와는 정반대의 것, 즉 속도를 요구하고 있다. 현대인은 무엇이든 재빠르게 하지 않으면,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번 시간으로 무엇을 하면 좋을지 몰라 그저 허송하기만 한다.

4. 최고의 관심 - 그 기술이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니라면, 그 기술을 익히려 해도 절대로 익히지 못할 것이다. 고작해야 양질의 호사가(好事家)가 될 정도일 뿐, 명수가 될 수는 없다.

5. 그리고 또.
5-1누구든지 그 기술 자체를 배우기 전에 다른 것을, 종종 관련이 없어 보이는 다른 것을 이것저것 배워야 한다.
5-2 어떤 기술이건 익숙해지려면, 자신의 생활 전체를 그것에 바쳐야만 한다. 적어도 생활 전체를 그 기술의 수련과 관련시켜야 한다.


개인적으로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은 대학교 시절에 굉장히 재미있게 본 책이다. 연애를 도와주는 책이 절대 아니다. 우연히 책장을 정리하다가 손에 잡힌 책인데, 이 대목이 눈에 쏙 들어왔다. 그 때는 왜 몰랐을까? 정말 무릎에 탁 손이 가는 구절이 아닐 수 없다. 무릇 기술만이 아니라 배움은 이러해야 한다. 이런 수련 과정이 있어야 진정한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다. 인생이 거듭날 수 있다. 프롬의 혜안에 깊이 감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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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아이드잭
2006.06.06 23:56:48 *.140.145.120
제임스딘 말에 한표..^^ 이미 병곤이의 글에서 첫번째 원칙들이
느껴지는건 원잭만의 생각은 아닐터.. 독수리의 눈매.. 이 대목에
밑줄 쫙이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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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당팔
2006.06.07 14:44:11 *.150.69.246
<내공이 느껴지는 글> 잘 읽었습니다.
제임스 딘이 한 말의 속뜻은 잘 알겠는데
그가 그렇게 짧게 살다 간 것은 말이 씨가 된 것은 아닐까요?
김득구도 맨시니에게 도전할 때 "이기지 못하면 살아 돌아오지 않겠다"고 하면서 관까지 가지고 갔다가 결국......
우연의 일치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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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아이드잭
2006.06.07 17:19:49 *.228.242.24
이 대목에서 꿈꾸는 간디님이 한말씀 해주셔야할 듯..^^
어당팔님.. 잘 계시죠? 조만간 포항으로 한번 놀러가겠슴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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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뎀뵤
2006.06.08 06:50:27 *.228.94.247
좋은 책의 증거는 그 책이 당신의 이야기가 되었을 때 얻게 된다. - 난 여기에 한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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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옥균
2006.06.08 07:29:14 *.62.201.238
난 병곤이에게 수없이 많은 표를 던진다. 인터넷 서핑에서 이런 글귀를 뽑아낼 수 있는 그대가 부럽다. 부단히 수련한 그대의 삶에 경의를 표하며, 요즘 바쁘다는 내 삶의 허망함을 경계합니다. 그대 덕분에 충실한 아침을 열겠습니다. 감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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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곤
2006.06.08 13:31:38 *.248.117.3
다들 감사합니다.
제임스딘 2표, 키에르케고르 1표, 오병곤 많은 표
이렇게 많은 표를 던져주시니 다음 지방선거 출전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듯...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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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완
2006.06.08 17:15:26 *.147.17.135
내가 아는 오병곤의 장점

사람을 보는 눈 / 좋은 장소를 찍어내는 눈 / 시각화-개념을 선명하게 만들 줄 아는 눈

생각해보니, 병곤 형은 독수리를 닮았네. 이제 형의 별명은 독수리다. 독수리가 5형제라면 나머지 4명은 누구일까? (썰렁~ 렁~)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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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자식
2006.06.10 00:58:32 *.145.121.231
앗, 독수리 5형제는 우리집에 다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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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뎀뵤
2006.06.10 10:46:48 *.228.94.247
아... 왜 갑자기 '집수리 5형제'가 생각 나는거야... 미툐...
글을 쓴 사람에게는 글과 관련 없는 이런 댓글 죄송~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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