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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재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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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6월 9일 10시 08분 등록
얼마 전, 우리는 한차례 지방선거를 치루었다. 그때, 온 국가의 시선은 누가 우리 시(市)의 장이 되었는가였다. 작년 4월, 요한 바오로 2세의 서거 이후, 전 세계의 이목은 바티칸으로 몰렸다. 바로, 후임 교황 선출을 위해 115명의 추기경들이 모여 차기 교황을 위한 비밀 투표를 하기 위한 것이었다.

콘클라베– '추기경단 비공개 비밀회의'를 뜻하는 이는, 교황선출 권한을 지닌 추기경들이 비밀투표장인 시스티나 성당에 모여 투표를 진행한다. 전임 교황 서거 후 15일에서 20일 사이에 소집되는 콘클라베는 투표기간 동안 해당 추기경들은 물과 빵만 주어지며, 외부와 철저히 격리시킴으로써 공정성을 기하고, 투표인단 중 2/3이상의 득표를 얻은 인물을 교황으로 선출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콘클라베가 정착하기까지 천 년의 세월이 흘렀다.
초기 카돌릭 정착단계에서, 로마 주교가 교황으로서 서구 가톨릭교의 총대주교라는 권위로 그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교황선거에 외부 세력이 간섭하게 되었다. 4세기부터 로마 황제, 로마 귀족, 독일 제왕들이 교황 선출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동로마 황제는 교황선거의 승인권을 요구하였다.

이에 따라 6~8세기의 교황들은 그들의 당선을 황제에게 보고하고 그 승인을 얻어야 했다. 9세기부터 11세기까지는 로마 귀족과 독일 왕들이 교황선거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고, 특히 독일의 하인리히 3세 때에는 한 해에 3명의 교황을 해임하고 독일인을 새 교황으로 임명하는 사건이 있기도 했다. 이러한 황제의 행위로부터 교회의 자유를 지키고 되찾으려는 교회개혁이 안에서 나타났고, 그 일환으로 교황 니콜라우스 2세는 마침내 교황선거를 추기경 주교들에게 국한시키는 교황선거법을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1059년).

그리고 1179년 제3차 라테란공의회에서는 3분의 2의 다수결 선출 방식이 결정되었다. 이 결정은 교황 알렉산데르 3세의 교황령에 의해 성문화되었는데, 초기에 2/3찬성의 다수결 방식은 선거의 지연과 아울러 교황의 공석 기간을 초래하는 결과를 낳았다고한다. 이에 교황선거의 안정성을 위해 또 하나의 요소가 첨가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콘클라베’인 것이다. 즉, 추기경들만이 모여서 하는 비밀선거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사실 어원을 보자면, 이 말은 ‘열쇠로 잠근다’는 뜻으로, 유폐당한 교황선거 장소를 가리킨다.

콜클라베의 선거 방식이 확정이 된 후에도 깨끗하게만 치러진 것은 아니다. 인접국 국왕이 추기경단을 매수한적도 있다고 역사는 기록한다. 하지만 천 년이 지난 지금, 현재의 콘클라베는 교단 스스로의 정화 작업을 지속하여 전 세계 카톨릭 신자들이 모두 인정할 만한 행사로 거듭났다.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선거 이후 그 방식을 대중에게 공표하는 방식이다. 콘클라베는 한 차례 투표가 진행되고 나면 투표용지를 태운 연기를 성당 굴뚝을 통해 피워 올림으로써 그 결과를 외부에 알린다. 이때 연기가 검은색이면 교황선출에 실패했음을 알리고, 흰색이면 교황이 탄생했음을 뜻하는 것이다. 2/3이상의 득표에 실패하면 추기경단은 대차 투표에 들어간다.

그럼, 왜 인터넷이 보편화되어있는 지금, 21세기에, 아직도 연기로 공표하는 방식을 고수하는 것일까. 말 한마디만하면 전세계 언론이 와글거리고 전세계의 여론을 움직일 수 있는 로마 교황청에서는 아직도 그러한 비효율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것일까.

아마도 ‘고전의 힘’일 것이다. 가톨릭교단은 한번 교황으로 선출된 인물에 대해서 그가 사망할 때까지 교황으로서의 권위를 인정해 주는데, 이는 교황에 대한 아무런 오류가 존재하지 않는, 신앙와 윤리에서의 최고의 스승으로 모시는 것이다. 이러한 권위와 권력을 인정해 주기 위해서는 역사성을 강조하고, 몇 백 년을 지속해 오고 있는 상징적인 의식이 필요했던 것일 것이다. 일종의 상징적인 행위인 것이다. 바로 추기경들의 비밀회의와 그 회의 결과를 하얀 연기로서 마무리 짓는 것은 새로운 교황에 대한 충성을 맹세하는 것이며 또한 천 년을 지속해온 의식에의 자신감일 것이다.

얼마 전에 지방선거가 끝났다. 그 선거를 두고 누가 잘해서 그렇다는지, 못해서 그랬다는 등 그 후일담이 더 풍성하다. 비록 교황을 뽑는 추기경은 아니더라도 나는 내가 살고 있는 수도 서울의 시장을 뽑으면서, 그리고 우리 고을, 우리 마을을 지켜나갈 대표들을 뽑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나는 내가 뽑은 그들에게 과연 충성의 맹세를 할 수 있는가, 그들에게 무류성(無謬性)을 부여할 수 있겠는가, 라고. 그리고 우리도 또한 그들을 선출한 이후에 마치 흰 연기를 피우는 것과 같은 그러한 의식적인 행위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다. 하다못해 그들에게 꼭지점 댄스를 시킨다거나 흔히 하는 불꽃놀이라도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다. 새로운 시장과 고을 지킴이들이 당선되었다. 그들의 공약대로 살기좋은 나라가 이루어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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