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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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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6월 9일 17시 36분 등록
귀자야, 승완 오빠다(아저씨가 아니고).

몇 가지 나누고 싶은 것이 있다(사실은 쓰면서 생각해보려고).


지금의 감정은 자연스러운 거야. 그래서 힘들어하지 말라는 건 아냐.
힘들거야. 슬럼프의 첫맛은 언제나 나빠.
하지만 지금의 감정이나 상황이 비정상적인 것은 아니라는 거야.
나도 겪었고 너도 겪는거야.
앞으로도 겪을 것이고.

이럴 때 나는 세 가지 방법을 쓴다.

하나, 더 열심히 한다.
글이라면, 더 잘 쓰려고 바득바득 노력한다.
자료는 더 찾고 책도 더 읽고 계속 고친다.
가끔 이렇게 갈 때까지 가다보면 풀릴 때가 있다.
아주 가끔.
하다보면 그 가끔이 종종으로 바뀐다.

둘, 그러다가 안 되면 포기한다.
외부 기고라면 평균 수준 맞춰서 넘긴다.
바다를 끊일 수는 없고, 마감은 지켜야 한다.
슬럼프는 바다를 끊이는 것과 비슷할 정도로 힘들어.
뭔가 새로운 것을 하기 보다는 하던 것을 그만둔다.
그리고 내 의욕을 살려주는 것들을 한다.
참고로, 나는 만화책을 본다.
만화방 가서, 라면 시키고 음료수에 과자에 만화책 수십권을 본다.
슬러프가 심하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본다.
이렇게 하면 의욕 업~, 전투력 상승~
영화 보는 것도 괜찮은데, 이건 좀 비추다.
영화가 마음에 들면 좋은데,
혹시 그렇지 않으면 더 우울해지니까.

셋, 다시 열심히 한다.
전투력 상승되면 다시 시작한다.
그래도 안 되면, 다시 포기~
반복이다.
이렇게 하다보면 되더라.

내가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슬럼프를 우습게 보는 것은 절대 아냐.
내가 모난 놈이어서 그런지 슬럼프가 잘 찾아오더라.
그래서 얼마나 힘든지 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끝날 것 같지 않던 슬럼프가 어느날 지나가면
전보다 한층 더 나아진 나를 보게 된다.

잘 쓰고 싶어하는 욕심, 그거 괜찮은거야.
너나 나나 젊다.
젊을 때 욕심 부리지 않으면 노력도 안하게 된다.
양으로 승부하다보면 질 역시 좋아지는 사람도 있고,
반대 스타일도 있어.
근데, 내가 지금의 귀자라면 많이 쓰는 쪽을 택하겠다.

귀자야,
너 내가 예전에 쓴...그 뭐냐... '넌 누구냐'인가(제목도 생각 안 나네 ㅡㅡ;)...
하여튼 '변화경영이야기'에 있는 내 글들 읽어봤지?
그거 완전히 함량 미달 아니냐.
그렇지만 당시에는 그게 내 성과이자 한계였거든.
그런 원고를 갖고 출판사에 보낸 내가 지금 보면 부끄럽거든.
근데 그 때는 몰랐어.
나에 비하면 넌 아주 훌륭하다.

그리고 골수는 살 찟고 뼈 쪼개야 나와.
쉽게 나오면 골수가 아냐.
너 지금 살 찟고 뼈 쪼개는 중인 거야.
조금만 장기적으로 보자.
딱 3개월 후만 봐도,
난 보인다.
귀자가 일취월장한 모습이.

그리고... 이건 비밀인데...
난 아직도
'내가 왜 사나?' 이런 생각에 우울해지곤 한다.
사실은 오늘도 그런 생각했다.
근데 앞으로도 이럴 것 같다.

지하철에서 도움을 청하는 사람들 보면,
난 마치 내가 죄인이 된 것 같다.
이상한 놈이지.
내가 뭐 잘못한 것도 없는데, 괜히 미안해.
가끔은 누가 그 어려운 사람을 진심으로 도와주는거 보면,
나는 또 도와준 그 사람을 도와주고 싶어 해.
몇 번은 명함도 준 적 있다(그것도 여자...2명...이건...정말 비밀인데...).

나에 대한 전설적인 이야기가 하나 있다.
너 영화 '선생 김봉두' 아냐?
차승원 나오는거...
내가 그거 보면서 소주 한 병 묵었는데 펑펑 울었다(아 이것도 비밀인데...).
엄마가 놀라서 올라왔어.
엄마가 그러더라
"야~ 그렇게 외로운거야? 그런거야?"
난 아직도 슬픈 영화나 장면, 인간 극장 보면 거의 자동으로 눈물이 나온다.

귀자야, 정말로 글이 안써지면....
술 묵고 써봐.
중독되면 안 도지만, 이 방법 가끔 쓰면 괜찮다.
근데 너는 술이 쎄서 2병은 마셔야 겠네.
난 1병이면 거의 소설가 되거든.
술 먹고 쓰고 그 다음날 잘 다듬으면 작품 나온다.

혼자 술먹기 싫으면 연락해라.
오빠랑 같이 먹고 함께 써보자~(작업 아님~ ㅋㅋ)




귀자야,
이 글 읽으면서 몇 번 웃었냐?


3번은 웃었어야 내 목표 달성인디...

3번






















!
IP *.120.9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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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아이드잭
2006.06.09 21:03:00 *.140.145.120
승완이가 오랜만에 짠한 일 하나 했네 그려..^^
구여운 녀석.. 원잭은 세번 이상 웃었다.. 그래도 아직은
귀자님이 몇번 웃었는지 모르니까 긴장 풀지 말거라..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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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자식
2006.06.10 00:08:51 *.145.121.231
ㅋㅋ 오빠 성공이에요.
읽으면서 ㄱㅖ속 웃었어요.

땡스..아리가또...

비밀얘기 많이해줘서 고마워요.ㅎㅎ
기억해둘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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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곤
2006.06.10 11:55:55 *.51.75.168
하하하. 정확히 3번 웃었다.
약간 엄살을 부리면서도 결국은 다 풀어놓는 솔직함이 승완의 매력이지. 가끔 자신을 비하하면서 사람들을 웃기기도 하지. 이 글을 통해 자신을 알아달라는 승완의 마음이 살짝 보이지. ㅋ
이런 글을 쓸 때 승완은 희열을 느끼지.
착한 승완, 멋지다. 굿~~~

귀자야. 나도 연구원할 때 성격은 좀 다르지만 '슬럼프'라는 제목으로 '살다보면'에 글 하나 올렸는데 동일제목을 보니 기분이 묘하네.
슬럼프를 슬럼프라고 인정하면 더 이상 슬럼프는 아닐터..
승완이가 좋은 방법을 일러 주었으니, 난 술 한잔할 때 참석만하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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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탄
2006.06.11 00:56:02 *.199.134.5

병곤님, 안녕하세요? 촌사람이 모처럼 서울 가면서 술 한 잔 하려고 별렀는데, 약속한 자로님도 안 오고, 이렇게 자발적으로 공약한 병곤님도 안 오고... 날씨가 험한 탓이었겠거니 합니다.

푸르름이 있는 성북동에서, 오붓한 만남이었습니다. 속내깊은 대화에서 '마전터'의 보쌈까지 모두 좋았습니다. 단지 제 직설적인 화법 때문에 마음 상하신 분 있으실까 저어합니다. 제가 시골들판에서 살다 보니 조금 거칠어요 ^^

anyway, 우리 2기는 단합대회 일정 잡았다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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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자식
2006.06.11 08:41:24 *.145.122.202
한선생님은 그게 매력이지요~

정말로 슬럼프라고 인정하고 나니, 더이상 추락은 안하더라고요.
엄살피울 곳이 있고,
엄살피워도 받아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참 좋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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