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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재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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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6월 9일 11시 22분 등록
지난달에 9개월 된 딸아이의 유아세례식이 있었다.

유아세례는 '어린아기를 모든 죄에서 성별시킴으로써 하느님께 바쳐 하느님의 법도대로 기르겠다'는 부모의 서약 밑에 시행된다. 내가 속한 서초동 성당에서는 매달 짝수 달 마지막주 토요일에 세례식을 거행하는데, 지난 4월에 거행했어야 하는 것을 황사가 심하다는 이유로 이번달로 미루어져서 받게 된 것이다.

유아세례에 대한 기록은, 크리스찬으로 개종한 온 가족에 대한 동시세례, 헤브라이의 가족적 종교제도와, 할례(割禮) 등으로 미루어볼 때 초대교회부터 있었던 것으로 짐작된다고 교회에서는 전한다. 이 전례(典禮)는 185년경 이레니우스의 글에 처음으로 나타난다.

기원은 《요한의 복음서》(3:5)에서 유래했다고한다. 이를 반대하는 개신교의 결교와 례교에서는 세례의식이 회개의 징표(徵表)요, 새로 태어남의 상식적 의미를 담고 있으므로, 믿음에 입각하여 행해져야 하는 것인데, 유아는 그같은 자각 의식이 없음을 이유로 든다.

그러나 내가 속한 가톨릭에서는 유아세례를 행하고 있는데, 몇가지 조건이 있다. 부모가 모두 반드시 세례를 받았어야 하며, 부모가 본인 대신 신앙적 성장을 기약(期約)하는 약속을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그리고 아이가 성년이 되면 신앙고백과 함께 서약을 하고 정식 교회원으로 받아들인다. 유아세례를 받는 연령은 보통 갓난아이부터 만 3세까지이다.

그리고 평생 신앙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역할 모델'로 삼을만한 성인, 즉 세례명을 정하는데, 어떤 성인이 가장 적합할까 싶어 한참을 고민했다. 800페이지가넘는 가톨릭 성인집을 들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결국에는 ‘성녀 헬레나 황후’로 정하였다. 성녀 헬레나는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어머니이다.

그녀는 밀라노 칙령 반포 이후, 로마 제국 내에서 그리스도교를 인정하고, 투옥된 모든 신자들을 석방한것으로 유명하다. 그녀는 이때부터 그리스도교적인 모든 일을 도우면서 수많은 성당을 짓고 가난한 이들을 도와주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들인, 콘스탄틴누스가 동서 로마제국 모두를 장악한 뒤에 만년에 접어든 헬레나 성녀는 325년경에 예루살렘을 순례하고 성지에 오래 머물면서 갈바리아(Calvaria) 언덕에 성당을 세웠다. 전설에 의하면, 그녀가 예수님께서 돌아가신 십자가를 발견하였다고 한다.나는 우리딸 소영이가 언제나 신앙을 지니고 가난한 사람을 도우면서 본인의 자녀를 대제로 키워낸 것 처럼 그렇게 아름답고 훌륭한 인물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세례 도중에 신부님께서 이런 말씀을 해 주셨다.

“신앙은 인간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입니다. 그러므로 유아세례는 또한 부모의 책임을 요구합니다.”

싱그러움과 파릇함이 넘실대던 5월의 마지막주에, 나는 우리딸 소영이가 ‘헬레나’로 다시 태어나는 모습을 보았다. 성유를 머리에 바르고, 흰옷을 입히고 촛불을 건네는 의식을 치르면서 나는 보이지 않는 내 내면의 평온함을 느꼈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아버지로서의 가장 뿌듯한 선물을 준 것 같은 커다란 기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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