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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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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6월 12일 22시 49분 등록
간단한 사진은 http://blog.naver.com/gemskorea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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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스턴 스퀘어

이대 후문 맞은편 골목에 위치하고 있다. 번화가는 아니다. 원래 신촌 대로에 위치했다고 하는데, 카페의 성격이 번잡스러운 거리와 맞지 않아 옮겼다고 한다.

찾는 것이 어렵지 않지만 지하철역에서 멀어 자가용이 없는 사람이 찾아오기에는 번거롭다. 사람이 북적이면 그 매력이 떨어지는 북카페 인만큼 근거리 거주자에게는 좋은 조건이지만, 아무래도 멀리서 찾아오는 손님에게는 불편한 점이다. 사람이 북적북적 붐벼서 돈을 많이 벌기를 바라는 주인이라면 이 곳으로 이전하지 않았을 테지. 일장일단이다.

Book cafe라는 이름을 걸고 제대로 된 ‘Book’을 갖추지 못한 곳이 얼마나 많은가.
프린스턴 스퀘어는 북카페라고 이름 붙이기에 손색이 없다. 이 곳은 지상 1층과 지하 1층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일단 1층에 들어서면 벽을 가리고 있는 거대한 책장에 가득 찬 책들을 만날 수 있다. 대전지법 판사로 재직했던 임동진 변호사가 ‘아이비그 대학가’식 카페라는 아이디어를 착안해 만들어진 공간답게 5천 여권 이상의 책을 보유하고 있고, 매년 천권 이상 책을 산다는 임 변호사가 매주 20권씩 신간을 실어 나른다고 하는데- 그에 비해 신간이 많지는 않다. ‘다빈치 코드’ 정도는 있지만 매주 20권씩 들어온다고 보기엔 비치된 신간의 수가 좀 약해 보인다. 설마, 들어오는 족족 사라지는 건 아니겠지.

이곳에 비치된 책은 예술 정치 문화 사회의 다양한 분야의 ‘양서’부터 만화책, 잡지까지 다양하다. 포인트는 ‘양서’라는 점인데, 주인장의 고급스러운 취향이 엿보인다고 할까, 방대한 분야의 양서- 흥미위주의 책이 아닌 어려운 책! 수준 있는 책! 이라고 하자-가 책장에 가득 하다. 쉽게 페이지를 넘길 수 있는 책뿐만 아니라 끙끙거리며 읽을 책 또한 많다는 점이 이 곳이 Library 카페라고 불리는 이유가 아닐까.

벽면을 가득 채운 거대한 책장으로 흐뭇한 풍경을 연출하는 1층 공간에는 음료를 만드는 바와 소파 자리가 비치되어 있다. 지하 공간으로 내려가면 소파 자리 외에 화이트보드가 갖추어진 16인용, 10인용, 8인용의 세미나 공간이 있고 30분의 시간제한이 있는 컴퓨터가 비치되어 있다. 지하공간은 1층만큼 큰 책장은 없지만 군데군데 작은 책장에 책들이 채워져 있고, 벽을 보고 앉도록 되어 있는 테이블 앞 책장에도 책들이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다.

무선 인터넷 사용이 가능하며, 모든 테이블에 조명이 하나씩 갖추어져 있다. 등받이가 높은 소파로 자연스럽게 개인 공간이 분리되어 있다.

전 공간이 금연이지만, 지하 1층 비상구 앞 책장 옆에는 의자와 앉아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페브리즈와 환풍기까지 구비해 놓은 센스!

커피, 차, 음료 외에 맥주와 칵테일도 판매하고, 간단한 샌드위치와 약간의 파스타류도 있다. 음료를 시키면 세 가지 쿠키가 제공되는데, 하루에 두 번씩 직접 구워낸다는 사실을 몰라도 일단 맛을 보면 뭔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중에 흔히 판매되는 쿠키보다 훨씬 맛있다는 사실!

참, 주말에는 3시간 이상 머무르면 시간당 천원의 부가요금을 받는다. 다른 음료를 추가 주문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다른 사람과 분리된 조용한 공간에서 개인 조명까지 받으며 책장을 마주 보고 앉아 노트북을 두들기다가 심심하면 책 꺼내보면서 하루 종일 놀 수 있는 곳은 수익성이 나지 않을 것이다-

라고, 손님으로 봤을 때는 아주 적절하지만 주인장으로서는 낮은 테이블 회전율로 수지타산을 맞추기 힘들지 않을까 내심 생각하고 있었는데, 나름의 해결 방법인 듯하다. 그래서인지, 들어오는 현관에 커다랗게 ‘외부 음식물 반입 금지’라고 붙여놓았다.

‘조용히 책을 읽기 위해 오는 손님‘ 의 입장에서 이용에 최대한 불편이 없도록 꾸며놓았다는 것이 이 곳의 가장 큰 장점이다.

내가 원하는 공간과 가장 닮아있는 듯한(아직까지는) 이 곳의 손익계산서가 불현듯, 아주 궁금해졌다.


p.s

1. 까페에 대한 글을 쓰면서 인터넷을 검색하다보면 기가 죽을 때가 많다. 이미 다양한 카페에 대한 리뷰를 전문적으로 축적해놓은 분들의 블로그가 엄청나다. 도움도 많이 받지만, 남이 밟은 길을 또 가는 기분은 왠지 힘이 빠진다. 나는 ‘가지 않는 길’을 좋아하는 인간형인걸까? 나이가 들어가면서 스스로 모험형이 아니라 안정지향헝이라고 느끼고 있었는데, 이 기분은 단순한 실망감인가??

2. 연구원 모임, 저 빼고 아주 즐거우셨겠군요!(엉엉)
우유부단한 성격은 저를 파탄으로 몰고 갑니다. 둘 다 잘하지 못하면 하나만 선택해야 할까요? 현 시점에서 최선이 무엇일까- 잠깐 잠깐 고민하다 맙니다.
(이것이 더 문제--;)

3. 누군가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느낌은 항상 마음에 남습니다. 그 사람이 나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람일수록 더욱 그렇습니다. 안 맞는 인간형이란 원래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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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간디
2006.06.13 08:31:14 *.200.97.235
소정님, 이상하게 보기 싫은 사람은 누구에게나 있다고 생각됩니다. 소정님만의 문제가 아닐겁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내게 꼭 필요하다면 혹은 그 사람을 싫어하는 것이 내게 득이 없다면, 그때는 어떤 다른 방법을 찾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 아닐까요?

제 경우에는 그런 경우 그 사람과 그 사람으로 부터 얻을 수 있는 부분을 분리하여 생각합니다. 어떻게 분리를 하느냐구요.

먼저 그 사람을 싫어한다면 그 느낌을 갖게 하는 나의 긍정적 의도를 찾아 보세요. 다시 말해서 무엇이 나로 하여금 그 느낌을 갖도록 했을까? 나에게 어떤 것을 주려고 그런 것일까? 를 찾는 작업이 필요할 듯 합니다.

그리고 그 긍정적 의도를 찾으셨다면 당장 최근에 발생한 그 사람과의 만남의 장면을 떠올려봅니다. 그리고 그상황에서 상대방의 표정이라든가 목소리 톤 제스쳐등을 관찰합니다. 그때의 자기 대화가 있다면 그것이 무엇인지 들어보세요.

이 작업을 마치셨다면 이번에는 동일한 장면에서 그 상대방이 되어 봅니다. 마치 사랑과 영혼의 영화처럼 내 영혼이 쑥 상대방으로 들어가서 그속에 나같이 생긴 나를 봅니다. 그리고 그 나같이 생긴 나가 어떻게 보이는지 무슨 말을 하는지 표정은 어떤지 그것이 어떻게 느껴지는지 관찰합니다. 무엇을 경험하고 그 경험으로 무엇을 배웠는지 경험합니다.

마지막입니다. 이제 그 장면을 원래의 장면으로 돌립니다.
이제는 그 장면의 두 인물을 소정씨가 쳐다보는 것을 상상합니다.
방법은 여러가지입니다. 영화스크린으로 만들 수도 있고, 약간 높은 공간에서 그 장면을 내려다 볼 수도 있겠죠...
소위 객관적 위치, 3차적 위치에서 그 그림속의 두 인물의 행위를 관찰하는 겁니다. 그리고 무슨 배움을 얻는지, 어떤 깨달음을 얻는지 확인합니다.

이 과정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여러번 해 보시면 됩니다. 그럴 수록 얻게 되는 배움이 있을 테니까요...

덧글이 너무나 길어졌습니다. 소정님의 똑 소리나는 현명함이 답해 줄 겁니다.

꿈꾸는 간디 오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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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엽
2006.06.13 09:09:05 *.118.101.211
제가 수업하는 건물에서 바로 보이는 곳이 바로 프린스턴 스퀘어인데, 저는 그곳은 안가고 항상 그 옆건물에 있는 신촌설렁탕만 갔었지요-. 아, 그 안이 그렇게 좋군요. 소정씨의 글만으로도 그 공간의 향기가 느껴지는걸요? 감칠맛 나는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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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빈
2006.06.13 09:21:47 *.217.147.199
무선인터넷이 되는 북까페라...이 곳은 한번 가봐야 겠구만.

1.남이 이미 쓴 글을 되풀이 하는 건 누구나 하고 싶지 않은 일일 것임.하지만 천재적인 창조력이 아니라면 누구나 다른 사람이 쌓아 놓은 돌위에 자신의 돌을 쌓기 마련이라 생각됨. 어디에서나 수련이 필요함. 처음엔 많이 보고 많이 쓰고 그러다 보면 불룩불룩 튀어나오는 놈들이 있을게고 그놈들을 따라가면 소정만의 새로운 공간觀이 나오지 않을까? 함.^^

2.토요일에 들은 사부님의 얘기를 전하고 싶다. 우리들은 이미 짐을 싸서 집을 떠난 사람들이다. 여기서 다시 돌아간다면 또 머지않아 고민하고 힘들어 하다 다시 떠나야 할텐데 그리 하고 싶진 않을테지. 상황을 잘 몰라 속단하긴 어렵지만, 둘다 버릴 수 없는 것이라면 당분간 같이 가자고 하는 것은 어떨까. 힘내쇼 우리의 여행에는 안내자도 있고 친구들도 있잖소. ioi

(난 왜이렇게 늙은이 같은거야??-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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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석
2006.06.13 12:56:54 *.199.135.41
인사동의 Vooks, 한 번 가 보려고 기억해 둔 곳이지요. 예대 교수 하는 주인의 소장품 visual books만 모아둔 곳이라네요.

일간지에서 관련기사를 읽어 옮겨 봅니다.
최근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마친 신라와 롯데호텔의 공통점, 바와 카페를 책 중심으로 꾸몄답니다. "더 라이브러리" 라는 이름이 이토록 럭셔리할 수 있다는 것, 차별화의 중심에 문화가 들어선다는 것이 인상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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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정
2006.06.13 20:34:39 *.141.32.190
간디님. 성의있는 답변 너무 감사. 집중하려니 좀 힘들긴 하지만, 노력해서 꼭 해보겠습니다.

재엽님이 바로 근거리 거주자(?)셨군요~ 방문하기 괜찮은 공간입니다~

조교님. 아무래도 그래야겠지요?
(센스있는 그대의 문자는 젊은이라서 가능한거 같은데^^)

한 선생님. 저도 vooks 체크해놨습니다. 꼭 가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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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엽
2006.06.19 14:03:58 *.73.91.163
소정님? 제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곳이 바로 프린스턴 스퀘어입니다. 오늘 기말 레포트를 제출하러 왔다가 조금 손볼데가 있어서 여기서 작업중이랍니다- 강의실에서 바로 5분거리에 이런 카페가 있다니, 정말 좋네요. 글로 표현하신 것처럼 정말 책과 카페가 공존하는 아름다운 곳이네요. 여기서 소정님이 쓰신 글을 다시 읽으니 더 새로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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