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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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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6월 22일 00시 56분 등록
※ 이 글에서는 내향적이라는 말과 내성적이라는 말을 동의어로 사용합니다. 혹시나 잘못된 적용일지 몰라 서두에 밝힙니다.

성격유형검사 프로그램으로 잘 알려진 MBTI에서는 '선호 경향'이라 하여 '에너지의 방향', '인식기능', '판단기능', '이행양식'에 따라 사람의 유형을 분리한다. 이중 에너지의 방향에 따라 다시 '외향형(Extraversion)' 또는 '내향형(Introversion)'으로 구분한다.

MBTI에 따르면 외향형의 사람은 자신의 외부에 에너지를 집중하며 말하기를 좋아하고 활동적인 반면, 내향형의 사람은 자신의 내부에 에너지를 집중하며 말하기보다는 쓰기를 즐기며 조용하고 신중한 성향을 지닌다고 한다.
굳이 MBTI에 대한 이해가 없더라도 많은 이들이 사람의 성격을 외향적인 성격과 내향적인 성격에 대한 기준을 가지고 있다. 가장 흔한 판단법으로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은 외향적인 사람, 말을 잘 하지 않는 사람은 내향적인 사람으로 판단한다.
굳이 MBTI를 들먹이는 이유는 권위 있는 성격유형검사의 이론으로 볼 때 내향적인 사람이나 외향적인 사람이나 모두 나름대로의 장점과 단점을 지니고 있으며 어느 한쪽 유형이 더 우수하다거나 모자란다는 근거는 없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 속에서 이에 대한 편향된 의견과 맞닥뜨리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 엄연히 존재하는 시각

포털 사이트 한 곳에 '내성적'이라는 단어를 입력하고 검색해 봤는데 그러한 지적이 아주 억지스러운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단적이나마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 입력해 확인해 보면 '내성적인 성격을 고치는 법'이라는 제목의 결과물이 적지 않게 검색된다. 반면에 '외향적'이라는 단어로 검색을 했을 때에는 비슷한 류의 결과물이 전혀 발견되지 않는다.

이러한 결과는 무엇을 의미할까?

지극히 단편적인 한 부분을 확대하는 면이 없지 않지만 내성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나 혹은 그러한 사람과 함께 지내야 하는 사람들이 '내성적인 성격'이라는 것에 대해 뭔가 불편함을 느낀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다.

내향적인 사람이 느끼는 불편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 나 스스로도 느끼는 불편함

이를테면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때를 놓쳐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과거의 경험을 예로 들면, 소시적에 마음에 드는 이성을 보아도 좋아한다는 말 한 마디 제대로 못했고, 재밌게 TV 보고 있는데 누군가 와서 채널을 다른 곳으로 돌려도 미처 내 의사를 밝히지 못했고, 누군가에게 오해를 받을 때 그것을 제때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못했다.
(예를 들자면 한도 끝도 없겠다. 읽으면서 답답한 느낌이 드는 사람도 있을 듯.)

이러한 반응들은 말하기 전에 한번 생각해 보고나서 말을 하기 때문에 나오는 반응들이다. 외향적인 사람들의 경우 외부 반응에 즉각적인 반응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지만 내향적인 사람들의 경우는 그것을 감지하고, 판단하고 하는 데에 다소 시간이 걸리는데 그러다가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이러한 면에서 볼 때 내성적인 사람들이 종종 외향적인 성격의 사람들을 부러워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하고 싶은 말 하지 못해 끙끙 앓는 것보다는 언제 어느 자리에서든 자신의 생각을 숨김 없이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훨씬 속 편해 보인다.

또한 글 서두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내성적인 성격을 심하게 말해 성격장애인양 바라보는 시선이 적지 않다.
나 자신에 대한 정체성이 확고해지기 전까지 그러한 시선 때문에 적쟎은 부담을 가졌다. 바로 위에 적은 것처럼 말을 아끼는 사람보다는 할 말은 하고 사는 사람을 볼 때 뭔가 시원한 기분을 느낄 것이다. 그렇기에 은연 중에 말을 잘 못하는 것에 대한 열등 의식이 생겨났고 이러한 나의 성격이 점점 불편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주변을 돌아 봐도 내가 별로 나쁜 짓 안한 것 같은데 내 주위에는 사람이 별로 없고 말 잘 하는 사람 주위에는 언제나 사람이 몰려 있었다. 그것은 학교에서나 회사에서나 비슷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이 좀 옆으로 샌 느낌이다.

어쨌거나 이런 저런 이유로 사회에서는 내성적인 사람보다는 외향적인 사람에게 더 점수를 주지 않나 싶다. 특히나 회사같이 이윤을 추구하는 곳에서는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원하는 경우가 많고 그런 일에는 아무래도 외향적인 사람이 내성적인 사람보다 유리하기 마련이다.

어린 자녀를 키우는 부모라면 아이가 조용하고 묵묵한 성격을 지니기 보다는 활달하고 아무하고나 잘 어울리는 모습을 지니길 바랄 것이다.

한편으로 사회에서 그 구성원들에게 요구하는 인재상이 있기는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러한 모습을 지닌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고 한다면 이러한 것도 사회에서 은연중에 획일화를 강요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생태계에는 다양한 생명체가 존재해야 그 생태계가 건강하게 유지된다고 하는데 말이다.

※ 말 많이 하는 사람과 말 잘 안하는 사람이 모여 있을 때 자주 보게 되는 풍경 하나. 말 잘하는 사람들의 얘기를 한참동안 말 적은 사람은 계속 듣고만 있다. 그 와중에 가끔씩 말 잘하는 사람이 말 적은 사람에게 말을 시키기 위해 뭔가 질문을 한다. 말 적은 사람은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잠시 생각에 잠긴다. 그 사이에 말 잘하는 사람들이 그 질문에 대해 '이렇지? 저렇지?' 하며 먼저 말해 버린다. 그 와중에 말 적은 사람은 또 침묵을 지키게 되고 그 사이에 대화의 주제는 바뀌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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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승
2006.06.22 18:11:17 *.109.152.197
재동님의 의견에 공감합니다.
둘 사이에서 고민이 많지요.
저는 그래서 '저다움'의 길을 추구하기로 전에 마음 먹었습니다.
잘 하고 있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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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탄
2006.06.23 00:08:43 *.199.135.204


지금 읽고 있는 ‘생각의 지도’에 ‘바넘효과’라는 말이 나오는군요. 그것은 뻔한 말을 해 주는 심리학자나 점술가를 ‘족집게’로 믿는 현상이랍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에게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신을 외향적인 사람으로 생각하겠지만, 사실 당신의 마음 깊은 곳에는 내성적인 면도 있군요”라고 말해주면, 대단한 통찰력을 가졌다고 반색을 한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이 사실은 거의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사실이기 때문에 성공할 수밖에 없는 분석인 것이지요.

동감입니다. 거의 모든 사람의 성격은 복합적이라, 내향성이나 외향성의 문제는 퍼센트의 문제인 것같습니다. 제 경우에도 상당히 복합적이라 저는 조금 말이 통한다 싶으면 즉각 오버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는 외향적이고, 내 관심사가 아닌 일에 대해서는 꼼짝도 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자리라도 쉽게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든지, 혼자 하는 일을 할 때 진정 편안하고 행복한 것을 보면 아무래도 저는 내향의 비중이 높은 것이지요.

너무 혼자 잘 놀다 보니, 숱하게 사람을 버렸지요. 동창이나 동료원장들과의 모임도 한 두 번이지, 너무 재미가 없고 시간이 아까워서 어울리지 않다보니, 촐촐할 때 술잔 기울일 사람 하나가 변변치 않은 실정입니다. “친구는 네가 선택한 가족이다”라는 말이나, 우정이 삶의 목표라는 고미숙같은 사람을 보면, 참 민망한 노릇이지요.

구소장님께서 어디에선가 쓰셨듯, 모든 인간관계는 ‘건전한 관심’이 기본이기 때문에 쌍방의 문제라는 것에 동의합니다. 저도 그랬고, 내향적인 사람들은 적절한 타이밍을 놓치거나, 자기 안에 갇혀 있거나, 표현력이 부족해서 ‘건전한 관심’을 표명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이제 외부에 열려있는 시간과 나만의 시간을 조절함으로써, 기질과 세상사의 균형을 잡으려고 합니다.

사람의 기질을 내향성과 외향성으로 양분하는 것은 너무 단순한 분류이고, 그만큼 오해가 있을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회생활에서 요구하는 것은 ‘외향성’이 아니라 ‘건전한 관심, 유머와 배려’일테니까요.
역시 구소장님께서 말씀하시듯, 자신의 매력을 믿고 자신의 감정을 전달하는 방법을 우리 모두 훈련해야 할 것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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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자식
2006.06.23 15:45:23 *.145.120.228
얼마전 서점에서 "내성적인 사람이 성공한다"
란 책을 인상깊게 봤는데, 여기서 그와 같은 글을 보니 반갑네요..

저도 사춘기때 외향, 내향이 굉장히 큰 고민거리였어요.
선생들이나 책에선
자신의 특성을 인정하고 수용해야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론 전혀 그렇지 않았으니까요.
내성적이면 뭔가 손해본다는 생각이 강합니다.
하고 싶은 말도 제대로 못하고,
감정표현도 서투르고....그러다보면 많은 기회를 놓치기 일쑤죠.
고민하면서 친구랑도 여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결론은....그래도 내성적인게 손해다...

고등학교 친구 중에
굉장히 활발하고, 인기많은 친구가 있었거든요.
알고보니, 그친구 굉장히 내성적이었는데
자신의 내성적인면이 싫어서
초등학교때 죽기살기로 앞에 나서고 말 많이하고 그랬다더군요.
나중엔 교내행사서 사회자까지 맡았어요.
이외에서 겉으론 외향적으로 보이지만
내향적인 사람들을 많이 봤습니다.
이는 자신의 기질과 사회의 요구상을
적절히 버무려 나타난 결과란 생각이 드네요.
확실히 외향을 더 높이 사는 사회입니다.

저 역시 내성적인 면을 싫어해서 어떻게든 바꾸려고 노력했지요.
반장도 하고, 발표도 많이 하고, 앞에서 사회도 보고...
덕분에 남앞에 서는 것은 두렵지 않게 됐지만
기질은 여전한 듯 합니다.

저도 미탄님의 견해에 동의.
결국 자신만의 의사소통 방법을 개발하고, 훈련해얄 것 같아요.
저도 속상한 일 많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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