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병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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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와의 결전을 하루 앞둔 6월 23일 오후, 꿈벗 & 연구원 1기인 옥균이형이 서울에 올라온다고 자로에게 연락을 받았습니다. 저녁에 직원 문상이 있어서 안양을 가야 하기에 부랴부랴 승완이에게 서울역 근처 장소를 알려주고 뒤늦게 합류했습니다.
옥균이형, 재동, 선이, 승완이가 먼저 와서 엄청난 고기 욕심을 발휘하며 갈비살에 ‘처음처럼’을 한잔 하고 있더군요. 특히 평소 말은 전혀 안하면서 엄청난 안주빨을 자랑하는 재동이와 홀몸이 아닌 선이의 식탐이 옥균이형의 주머니를 휘청이게 하더군요.
2차는 반경 100m 근처에서 해결하는 것이 술자리의 원칙인지라 흑맥주 한잔하러 갔습니다. 예전에 현충사 다녀오다 뒷풀이하러 갔던 곳입니다. 거기서 뒤늦게 요한님과 사부님이 자리를 같이 했습니다.
자로는 끝내 오지 않았습니다. 유한킴벌리 문국현 사장님의 강연이 천안이 열려 못온다고 승완이가 문자메시지를 보여주며 분개합니다. 저야 뭐, 복분자 가로채기 당했고 뭐 워낙 스타일을 잘 아는지라 그리 기대하지 않아 담담했습니다. 오프 사이드 반칙이지 뭐. 푸하하.
아, 오늘의 핵심은 요게 아니라 모인 사람들과 함께 3차로 우연찮게 광화문을 갔다는 겁니다. 선이, 재동부부를 제외하고 5명이 시청을 거쳐서 광화문까지 걸어갔습니다. 경기시간을 무려 3시간을 앞두고 있었지만 걸어가기도 힘들만큼 빽빽하게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습니다. 차량은 통제된 지 한참 되었고 벌써부터 응원열기로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었습니다. 마치 빛고을 광주의 해방구를 연상케합니다.
참, 대한민국 사람 대단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신바람이 나면 쇳덩이를 녹일 듯한 열정을 뿜어내는 그 원동력이야말로 코리아니티가 아닐까요? 세계에서 우리만큼 잘 노는 민족이 또 있을까요? 응원 월드컵이 열리면 우리가 우승은 따논 당상일 겁니다.
월드컵이 열릴 때 광화문에 온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직접 와보니 TV에서 본 것과는 사뭇 다르다는 걸 느낍니다. 소위 편집 없이 있는 그대로를 볼 수 있다는 점이 현장이 갖는 묘한 매력입니다. 오일장이 열리는 시골 장터의 와글와글 북적거림과 비슷합니다. 역동적인 역사의 현장에 내가 서 있다는 것, 그 약발은 상당히 오래갈 것이라 믿습니다. 2006년 또 어느 하루는 멋진 날로 남아있겠죠.
집에 들어가 아내와 와인 한병 비우면서 축구 시청을 했습니다.
이천수가 울었고 나도 억울한 기분에 마음이 편치 않아 밖으로 나왔습니다.
축구경기가 열렸지만 오늘 새벽은 무척 조용합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은 어차피 공평하지 않다.
더티 플레이가 난무하는 게 현실인지 모른다.
마키야벨리가 말한 것처럼 인간은 능숙한 기만자이거나 위장자이어야 할 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나는 푸쉬킨을 따를 것입니다.
‘세상이 더티 플레이로 가득찰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마라. 우리가 넣어야 할 goal은 분노와 울분에 가득찬 그것이 아니라 자기다움이 정점에 달할 때 벼락처럼 쏟아지는 goal일지니 마음은 미래에 살고 현재는 언제나 슬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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