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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재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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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6월 28일 13시 47분 등록

대한민국이여, 월드컵 16강 탈락을 축하한다.
그 뜨거웠던 여름의 함성을 이제 잠재울 때가 된 것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모두다 빨간 옷을 껴입고 거리로 뛰쳐나온 그 열기를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음에 감사한다.

어찌 보면 월드컵 4강의 경험이 우리에게는 독(毒)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처음의 단맛이 어찌보면 우리 자신을 볼 수 없었던 방패였는지도 모른다. 월드컵의 거대한 물살아래 문화의 다양성을 부르짖었던 많은 사람들이 있었음을 기억한다. 월드컵의 획일성에 뭍혀버린 많은 사안들이 있었음을 상기한다. 북핵문제가 그랬고, FTA가 그랬고, 사회의 많은 주요한 사안들이 주목을 받지 못한 채 조용히 사라져갔다. 잠시 동안 피와 영혼이 취했던 것을 이제는 16강의 탈락이라는 쓰라린 교훈을 계기로 깨어나야 할 시간이다.

누군가는 이야기한다.
TV를 켜도, 라디오를 들어도,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서도 언제나 월드컵만을 이야기하는데 미쳐버리겠다고. 본인은 다른 것에도 관심을 가져보고 싶은데, 다른 사항도 알고 싶은데, 온 세상이 붉은 악마에 찌들어 있는 꼴을 못 보아주겠다고-. 마치 월드컵에 미치지 않은 사람은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이고, 시청에서 응원을 하지 않는 사람은 대한민국 국민이기를 포기한 듯 한 느낌을 받는 것은 왜일까.

스위스 전을 보면서 어느 해설자는 ‘이건 사기에요!’라는 걸러지지 않은 ‘막말’을 하고, 호주와 일본의 경기를 보면서 호주 팀을 보고는 ‘우리 선수들 잘하고 있어요-’ 라고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어쩌면 아무렇지도 않게 용인하는 것일까. 아무리 시청률이 중요하고, 시청률로 인해 방송의 수입이 늘어난다 하지만, 메이저 방송3사가 모두 같은 채널을 방영 할 필요는 없지 않았을까. 오히려 이럴 때 일수록 중도를 지키는 일, 다양성을 일으켜 줄 수 있는 채널들이 있어 성숙함을 보일 수도 있지 않았을까. 이제 어느 누구도 8강과 4강에 누가 들어갔는지 관심이 없어 보이는 듯 하다. 결국 대한민국의 2002년 4강 신화는 정말 ‘홈 그라운드의 산물’ 이었음을 보여주는 쓸쓸한 해프닝으로 비추어 지지 않겠는가.

그러나 16강에 들어가지 못했다해서, 2002년만큼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해서, 이번에 새로 장만한 붉은 옷을 더 이상 입을 수 없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이러한 실패를 통해서 우리는 우리자신들을 한 번 더 되돌아보고, 실패도 겸허히 받아들일 줄 아는 성숙함을 지녀야 할 것 이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큰 법이다. 성공을 추구하다가 실력에 의해서건 운에 의해서건 일단 실패라는 쓰라림을 맛보았을 때는 일단 받아들이고 냉정히 되돌아보아야 한다.

물을 먹을 때는 과감히 먹자. 그리고 절대 여기서 쓰러지지 말자. 16강의 탈랑이라는 소위 말하는 ‘쪽팔림’을 뒤로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보란 듯이 FTA에서 우리의 실리를 챙기고, 북핵문제에서 강대국의 헤게모니에서 우리의 살길을 개척해야한다. 물 먹은 만큼, 정신차리고 앞으로 나아가야한다. 술 먹은 다음날은 원래 더 괴로운 법이다. 우리는 이제 술 먹은 다음의 고통에 잠시동안 시달릴 것이다. 그러나 술이 완전히 깬뒤 맨 정신으로 사물을 바라보자.

이렇게 새로운 기회를 마련해 준 16강의 탈락. 진심으로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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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자식
2006.06.28 20:27:53 *.145.122.220
절대 동감입니다.
지난 월드컵때 흥분해 날뛰고, 새벽에 한강둔치까지 갔던 저지만 이번 월드컵 한번도 안봤습니다. 그냥 보기 싫더군요.
월드컵을 이용해 돈벌이에 미쳐있는 피파와 방송사, 기업, 개인들의 모습이 너무 싫었습니다.
하나됨, 애국심, 승리감을 조장당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불쾌했습니다. 월드컵 뿐만은 아니겠지요. 돈 때문에 보지 못하는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이번 월드컵은 축제인척 한 축제였습니다.
자발적으로 형성된 것이 아니라
자본이 만들어내고 분위기를, 띄워준 만들어진 돈잔치에 불과했으니까,,,,
전혀 공감가지 않았던 이번 월드컵, 잘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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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아이드잭
2006.06.29 02:16:31 *.108.160.177
많은 부분 공감합니다.. 또 한편으로 저는 이런 생각을 합니다..

우리가 우려하는 바와 우리 눈에 비치는 사실들, 그리고 느껴지는
것들이 전부를 말해주지는 않는다는 생각말이죠.. 모든 것은 상대적
이며 절대적이라는 것이 제가 믿고 있는 진리중에 하나입니다..

그래서 저는 정재엽님이 느끼시는 그런 단상들에서 또 다른 것들을
느끼기도 합니다..

일상의 피곤을 월드컵의 흥분으로 잠시동안 치유하는 사람들,
거대한 기업과 언론의 가면속에 가려진 또 다른 순수함의 개인들,
그리고 이 거대한 자본주의가 탄생시킨 의도한 축제가 던져주는
의도하지 않은 열정과 사랑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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