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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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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6월 28일 15시 19분 등록
※ 월드컵 열기에 편승하는 것 같아 쓰지 않으려 했는데 아래 글들을 보니 저도 그냥 써보고 싶어지네요.


스포츠 경기를 보면서 오심으로 인해 경기 결과가 바뀌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본다. 앞으로 우리나라 여러 운동 종목의 대표팀이 비슷한 상황을 겪을 때마다, 쇼트트랙 선수인 안톤 오노의 경우처럼 이번 월드컵의 스위스전도 오래오래 회자될 것 같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명언'이 있음에도 우리가 이번 스위스 전에 흥분하는 이유는 그것이 '의도된 오심'이라는 심증이 강하게 들기 때문이다.
경기를 공정하게 진행해야 할 심판이 경기장 밖의 힘의 논리에 굴복하여 불공정하게 경기를 진행했다는 데에 대한 분노인 것이다.

예전에(초등학교 재학시절) 한가지 의아스러웠던 것은 경기 중 오심이 발생하고, 경기 후에 명백한 오심임이 증명되어도 그것이 경기 결과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이었다. 기껏해야 해당 심판에게 징계를 내리는 정도였고 그러한 조치마저도 취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어린 마음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그 당시 받고 있었던 교육으로 인해 생성되어진 가치관으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던 일이었다.
흥부전, 심청전 등의 이야기에서 얻은 교훈대로라면 오심 혹은 불공정한 판정, 부당한 반칙 등으로 인한 수혜자는 없어야 했는데 말이다.

'철이 들다보니' 경기장 밖에서도 그러한 현상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부정행위 혹은 반칙 등으로 명예 대신 실익을 챙기는 사람들을...
그들은 제한속도 100km 이하 인 곳에서 그 이상의 속도로 달렸고, 때로는 중앙선을 침범했고, 때로는 신호를 무시했으며, 때로는 불법 유턴을 하기도 했다.
교통 법규상에 엄연히 금지되어 있는 행위를 함으로써 그들은 남들보다 빨리 그들의 목적지에 도착해 있었다.

분명히 누군가가 이러한 행위를 심판해 줘야 하는데....
하지만 나의 바램과는 달리 결과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억울해 하며 분노했지만, 그러한 나의 기분과는 상관 없이 바깥 세상은 여전히 잘 돌아가고 있었다.
이상했다. 내 기분대로라면 분명 이 세상은 썩어 있었고 그렇다면 어서 망해야 하는데 말이다. 하지만 세상은 나 한 사람의 '불타는 정의감'에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더욱 철이 들다보니 때로는 나 스스로가 '불공정함'의 수혜자가 되는 경우도 생겨났다.
비근한 예로 사회에서는 남자였고, 집안에서는 장남이면서 장손이었다.
학사모를 썼으며, 그로 인해 취업시나 자격증 시험 응시할 때 '학력제한'에 덜 걸렸고 이력서를 작성할 때 뭔지 모를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한 신분으로 인해 얻는 특혜를 마냥 마음 편히 누리지는 못했지만 굳이 스스로 그것을 거부하거나 반납하지는 않았다.

더러는 '불공정함'으로 인해 피해를 입기도 하지만 그것으로 인해 덕을 보는 일도 있으니 어찌 보면 공평한 것 같기도 하다. 물론 항상 피해만 보고 있다는 생각에 사로 잡혀 있는 사람도 없진 않을 것이지만...
어차피 세상이 공정하지 않다면 그러한 환경에서 지혜롭게 처신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하고 있다. 단, 그 '지혜롭게'라는 것을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사람에 따라 많이 다른 것 같다.

미심쩍인 오심의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 우리 나라 사람이 FIFA 회장이 되길 바라는 사람도 적지는 않을 것 같다.
IP *.97.22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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