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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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집이 좋다.
집이 안좋은 사람이 어디 있겠냐마는 어쨌든 좋다. 좋아 죽겠다.
왜 좋은지 별다른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
그저 편하게 누울 수 있으니 좋으려나? 어쨌든 쉬는게 좋아서 좋겠거니 했다.
그런데 오늘 문득 드는 생각. 집이 좋은 이유는 나를 편히 쉬게끔 해주는 사람들이 거기에 있어서 인 것 같다.
어젠 아침부터 많이 피곤해서 일찍 귀가를 했다. 일찍 가서 쉬자며 여자친구도 집으로 보냈다.
아, 쉬어야지 하고 누웠는데 금새 그녀에게 전화가 온다. 얘기하며 놀자고 한다.
내가 한가지 생각하지 못한게 있었다.
그녀는 집에 일찍가도 식구들이 귀가가 늦어 혼자 있어야 한다. 혼자 저녁차려 먹고 혼자 쉬어야 한다.
나는 어머니가 차려주신 밥을 먹고 부모님과 이런저런 얘기하며 쉰다.
알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다. 미안하게도....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집에 식구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어른들도 계시고 형제들도 있고 애들도 바글바글 했으면 좋겠다.
아침에 일어나면 새벽부터 일어나 계신 어른들께 인사하고,
북적북적 요란한 식탁에서 아침먹으며, 학교로 회사로 흩어졌다가
저녁이 되면 다시 하나 둘씩 모여 얘기하고 밥먹고 쉬면 좋겠다.
애들은 어른들의 꾸짖음을 들으며 자라고,
젊은 부부들은 사는 법을 마저 더 배우고,
어른들도 젊음이 떠나지 않고 곁에 있으니 외로워하지 않으실 것 같다.
이미 경험해본 사람들이 들으면 아서라 말아라 할 얘기지만, 오늘은 그냥 그랬으면 좋겠으니 말리지 말도록.
어쨌든 집에 아무도 없지 않았으면 좋겠다.
둘이 살면 한명만 늦어도 혼자 있어야 하잖아.
비가 오는 날, 빗소리 따라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 쓰고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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