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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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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7월 3일 16시 38분 등록

3. 금강산의 웅장한 모습을 보고(3-17)

금강산의 구룡연에서 내려와 들른 곳이 금강산 온천이었습니다. 온천물이 좋기고 소문난 만큼 샤워도 한결 상큼했고, 야외욕도 할 수 있어 멀리서 보이는 금강산을 벗하며 흘러내렸던 땀 흔적을 지우는 데는 제격이었습니다.

오전을 산행으로 채운 우리는 오후 남은 시간에 삼일포를 들렀는데, 삼일포는 관동팔경의 하나로 북한 안내원의 설명으로는 옛날 왕이 경치가 좋은 호수를 찾아 하루를 묵기로 하였으나 너무나 절경이어서 삼일을 머물렀다하여 삼일포라 명명하였다고 합니다.

삼일포에 다다른 우리는 단풍관을 배경으로 사진을 누르고 이어서 안내원동무를 따라 봉래대, 장군대를 거친 후 호수 중앙에 있는 외로운 섬 와우도(소가 누워있는 형상이라 그리 명명함)를 배경으로 예쁜 북한 안내원의 구슬 섞인 노래가락을 듣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북한의 여성안내원은 대부분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을 선발하는 듯 여기저기서 앵콜이 터져 나왔습니다.

노래가 끝난 그녀는 남북통일이 되면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건만 그날이 언제가 될 지는 아무도 확약할 수 없으니 그를 슬어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 먼 동해를 향해 바라보는 삼일포이건만 이는 호수여서 담수로 채워졌다 한다. 그 토록 물은 맑고 깨끗한데 진정한 자유를 누리는 것은 북한 주민이 아니라 호수물이라는 생각에 또 한번의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습니다.

다음날 금강산 관광의 하이라이트라는 만물상 등정이 시작되었습니다. 만물상! 층암절벽과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만물상은 금강산행의 진미를 느낄 수 있는 절정의 코스라 한다. 이 곳은 구룡연과는 달리 계곡은 협소하고 산행이 가파르기 그지없다. 또한 날씨가 흐리고 산무(山霧)가 가득차 먼발치를 알아볼 수 없었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 금할 길 없었습니다.

그러나 만상정까지 버스로 도착하여 삼선암을 거치고 귀면암, 칠층암, 안심대 그리고 하늘문을 지나며 다다른 천선대는 우측으로는 경이로운 만물상과 좌측으로는 아름다운 관음봉 줄기로 금강산의 진면목을 뽐낸다는 곳인데 불행히도 안개로 인해 이 모두를 보지 못한 안타까움이 있었습니다. 또한 이곳은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들이 놀았다 하여 천선대라 하니 내가 바로 선녀들에게 마음껏 안겨봤으면 하는 마음 굴뚝같았습니다.

간간히 구름 속에서 속내를 살짝 드러내고 사라지는 만물상의 기암괴석은 그 가치만큼 바로 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앙큼함이 있어 더욱 우리를 속 태웁니다. 시인 고은은 다섯 번을 올랐어도 안개나 구름이 잔뜩 드리워져 있어 “금강산! 금강산! 금강산! 산신령! 네가 얼굴을 보여주지 않으면 너를 가만 두지 않겠다.”고 소리쳤더니, 구름이 걷히고 잠시 보이다가 이내 사라지는 모습에 “아아! 정말 미치겠구나! 이런 절경을 보고도 실성하지 않는 놈이 있다면 그놈이 실성한 놈이다.”라고 외쳤다는데 글쎄 시적 감각이 무뎌서 인지 간혹 보이는 절경에 실성까지 이르지는 못하였습니다.

천선대를 끼고 내려온 후 들른 곳이 망양대! 이곳은 시간이 없다하여 오르지 못하게 하는 안내원의 말을 뿌리치고 지친 팔다리를 아우르며 간신히 다다른 곳이기에 그 감회가 더했습니다. 내려오는 선행 산행인들의 말과는 달리 우리가 오른 망양대는 환상 그 자체였으니, 구름위에 떠있는 듯한 모습에서 위로는 푸른 하늘이요 아래는 하얀 구름이 병풍을 이루는 데 아마 이곳을 오르지 않았다면 두고두고 후회 막급할 뻔 했었습니다.

비록 망양대에 걸맞은 동해안 조망과 멀리 서 있는 천불산이 여전히 안개에 가려 보이지는 않음이 아쉬움으로 남았으나 하얀 이불위에 살포시 떠있는 듯한 구름 속 바위 위였기에 시정(詩情)이 있었다면 바로 한 구절 떠오를 듯한 감정의 발로를 풍기기에 적격인 곳입니다.

제가 시를 읊지는 못하지만 봉래 양사언의 시를 한번 원용하여 읽어보기는 하겠습니다.

산 위에 산이 있으니 하늘에서 땅이 나왔나.
물가에 물이 흐르니 물 가운데 하늘이로다.
이 몸이 창망히 허공 속에 있으니 연기도 안개도 신선도 아니로다.
내 듣건 데 원생 고려국하여 일견 금강산 이라고 하더니만,
금강산에 와보니 일 만 이천 봉우리는 구슬이로다!

이렇게 금강산 산행은 마무리됩니다.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이 수없이 많겠지만 그것은 금강산을 다시 오게 하는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이념과 삶의 확연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금강산을 잘도 보전해 주었습니다. 곳곳에 우리의 삶과 구별되는 삭막함이 없지 않았지만 자연 그 자체는 변함이 없어, 산과 산기슭에 꼿꼿이 둘러친 병풍같은 소나무들의 절개가 민족의 동일성을 찾으려는 의연함이 서려있고, 깨끗함과 순수성을 가슴속에 품고 저 멀리 동해로 흐르는 금강산 계곡의 정수(淨水)는 우리 한민족의 동질성을 끝없이 말해주는 것 같아 우리의 금강산 등정은 너무 뜻있는 산행이었습니다. 제가 찾은 금강산 아니 봉래산! ‘그대여 다른 이름으로 변절하여도 좋으니 제발 나를 기다려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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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님
2006.07.08 10:38:52 *.23.106.119
금강산 후기록 잘읽었구요.산위에 산이있으니....
내용이 너무 아름다워 한참을 반해서 몽롱한 정신 가다듬고 보니
보고싶은 사진이 아쉽구요. 있으면 올려주심이 더감사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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