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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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부터 나탈리 골드버그의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를 읽는 중이다. 배고프면 밥이 맛있고 술고프면 술이 달듯이 오늘 이 책은 아주 착착 감긴다.
연구원 수련의 양대 축은 읽기와 쓰기이다. 읽기는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하는 일이라 정해진 기간에 진도를 따라가려면 매일 읽어야 한다. 하루라도 놓치면 주말이 버겁다.
쓰기는 내 안에 있는 무언가를 소진하는 작업인 것 같다. 누군가가 우물물을 길어내는 것과 같다고 했던가? 아무튼 응어리진 감정을 뱉어 내는 것일 수도 있고 넘칠 것 같은 기쁨의 표현일 수도 있다. 어떨 때는 배운 것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기도 하고 문득 떠오른 단어들의 이어달리기이기도 하다.
잠시 건방을 떨자면, 이제 읽기는 꽤 익숙해진 것 같다. 여전히 두꺼운 책을 보면 전전긍긍하지만 이제 언제 어디서든 읽을 수 있는 자신감이 조금 생겼다. 가장 선호하는 시간은 새벽시간이지만 자기 전의 밤시간도 괜찮다. 방해 받지 않고 읽기에는 새벽만큼 좋은 시간이 없지만, 흐름을 타기 어려운 책인 경우 애써 깨운 잠이 다시 찾아오기도 한다. 이럴 땐 밤시간이 오히려 더 낫다. 어쨌든 새벽에도 읽고 밤에도 읽는다. 어디 그 뿐이라면 건방을 떨 수 있겠는가? 이젠 앞을 보지 않아도 되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책을 펴든다. 버스에 앉아도 펼치고 지하철은 표끊고 들어간 순간부터 펼친다. 5분이 되든 10분이 되든 읽는다. 이 짜투리 시간이 얼마나 되겠나 싶겠지만 내가 읽는 책의 최소 1/4 이상은 이렇게 짧게 끊어친 것들이다. 어쩌다 멈추기 어려운 부분이면 지하철에서 나와 걸어다니면서 보기도 하니 이러다가 정말 미탄님이 얘기한 '도깨비'가 될지도 모를 노릇이다. 직장생활과 함께 하려면 이러지 않고서는 도리가 없다.
하지만 쓰기는 아직 만만치 않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다. 일단 지나치게 진지하게 임하려다 보니 주제 선정부터 이것저것 처내기 일쑤다. 뭐 그리 대단한 글을 쓸거라고 그러는지. 그런데 막상 쓰기 시작하면 어디든지 달려가는 것을 보면, 굳이 처음부터 그렇게 양반다리 치고 앉을 일은 아닐 성 싶다. 붕붕 떠다니는 얘기거리를 쉽게 잡아 채 올 수 있는 능력, 그것을 갖춰야 겠다.
시작을 잘 못하는 천성도 여기에 한몫 하고 있지 싶다. 나는 아무래도 착상에서 실행까지의 거리가 너무 먼 것 같다. 도대체 뭘 이렇게 미루는지 모르겠다. 이럴때 보면 생각과 동시에 손발이 움직이는 사람들이 부럽고 부럽다. 전화 한 통화를 해도 무슨 말 할지 다 생각해 놓고 하는 노릇이라니...-_-;
현재까지, 그러니까 연구원 생활 3개월째를 돌아보니 읽기가 쓰기보다 조금 낫다고 스스로 평가중이다. 특히 자유 칼럼쓰기가 여전히 쉽지 않은데 (정확하게는 주제잡기가 쉽지 않은 거겠지) 아마 지금 읽고 있는 이 책에서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뭐, 결국 읽기의 도움으로 쓰기를 해결할 모양이군.
이 책을 추천해준 몇몇 분에게 감사의 말씀을 사알짝 전하고 싶다.
IP *.99.185.254
연구원 수련의 양대 축은 읽기와 쓰기이다. 읽기는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하는 일이라 정해진 기간에 진도를 따라가려면 매일 읽어야 한다. 하루라도 놓치면 주말이 버겁다.
쓰기는 내 안에 있는 무언가를 소진하는 작업인 것 같다. 누군가가 우물물을 길어내는 것과 같다고 했던가? 아무튼 응어리진 감정을 뱉어 내는 것일 수도 있고 넘칠 것 같은 기쁨의 표현일 수도 있다. 어떨 때는 배운 것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기도 하고 문득 떠오른 단어들의 이어달리기이기도 하다.
잠시 건방을 떨자면, 이제 읽기는 꽤 익숙해진 것 같다. 여전히 두꺼운 책을 보면 전전긍긍하지만 이제 언제 어디서든 읽을 수 있는 자신감이 조금 생겼다. 가장 선호하는 시간은 새벽시간이지만 자기 전의 밤시간도 괜찮다. 방해 받지 않고 읽기에는 새벽만큼 좋은 시간이 없지만, 흐름을 타기 어려운 책인 경우 애써 깨운 잠이 다시 찾아오기도 한다. 이럴 땐 밤시간이 오히려 더 낫다. 어쨌든 새벽에도 읽고 밤에도 읽는다. 어디 그 뿐이라면 건방을 떨 수 있겠는가? 이젠 앞을 보지 않아도 되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책을 펴든다. 버스에 앉아도 펼치고 지하철은 표끊고 들어간 순간부터 펼친다. 5분이 되든 10분이 되든 읽는다. 이 짜투리 시간이 얼마나 되겠나 싶겠지만 내가 읽는 책의 최소 1/4 이상은 이렇게 짧게 끊어친 것들이다. 어쩌다 멈추기 어려운 부분이면 지하철에서 나와 걸어다니면서 보기도 하니 이러다가 정말 미탄님이 얘기한 '도깨비'가 될지도 모를 노릇이다. 직장생활과 함께 하려면 이러지 않고서는 도리가 없다.
하지만 쓰기는 아직 만만치 않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다. 일단 지나치게 진지하게 임하려다 보니 주제 선정부터 이것저것 처내기 일쑤다. 뭐 그리 대단한 글을 쓸거라고 그러는지. 그런데 막상 쓰기 시작하면 어디든지 달려가는 것을 보면, 굳이 처음부터 그렇게 양반다리 치고 앉을 일은 아닐 성 싶다. 붕붕 떠다니는 얘기거리를 쉽게 잡아 채 올 수 있는 능력, 그것을 갖춰야 겠다.
시작을 잘 못하는 천성도 여기에 한몫 하고 있지 싶다. 나는 아무래도 착상에서 실행까지의 거리가 너무 먼 것 같다. 도대체 뭘 이렇게 미루는지 모르겠다. 이럴때 보면 생각과 동시에 손발이 움직이는 사람들이 부럽고 부럽다. 전화 한 통화를 해도 무슨 말 할지 다 생각해 놓고 하는 노릇이라니...-_-;
현재까지, 그러니까 연구원 생활 3개월째를 돌아보니 읽기가 쓰기보다 조금 낫다고 스스로 평가중이다. 특히 자유 칼럼쓰기가 여전히 쉽지 않은데 (정확하게는 주제잡기가 쉽지 않은 거겠지) 아마 지금 읽고 있는 이 책에서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뭐, 결국 읽기의 도움으로 쓰기를 해결할 모양이군.
이 책을 추천해준 몇몇 분에게 감사의 말씀을 사알짝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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