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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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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7월 7일 17시 22분 등록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
누군가 말하는 그런 사람 아니야
나는 단지 꽃을 보는 것이
잠깐이면 되는 사람이기도 해
그 겉.. 껍데기 형태만에
깊은 만족을 누리는 사람은 아니야

어느 순간 홀연히 나도 모르게
온 맘을 바쳐 홀리기도 하지
그것만은 사실이야

나는 누군가 말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
그럼 나는 누구인가.
아직은 말할 수 없어.
그러나 누군가가 나에 대해 자세히 말해주는 것을 듣고서
어느 정도가 내 모습인가는 가늠해 볼 수 있다는 것을 알았어.

나도 언젠가 나는 누구라고 말할 수 있기를 바래
이십대초반 나의 묘비명을 쓰고 building confidence의 시간을 가졌던
명륜동 153번지 다락방에 딸린 기도실에서
2월밤의 눈보라를 바라보면서 생각했던 나는 이제는 없지만,
나도 위대함을 꿈꾸고 있다는 것을 망각할 때,
한없이 자신이 초라해지곤해

세상에 태어나
나를 가르치려드는 사람은 많았어. 내 자신이 소중하다고... 하면서.
그것은 관심이었고 사랑이었고 때로는 절규였고
때로는 일기장을 대신 버려버리는 것과 같았어.
그들의 공통 언어는 [청산] 대차대조표를 분기별로 마감하고
다시 새로운 회계년도를 열어가듯이
내 삶의 부채와 자산 이익들을 제대로 똑바로 보게 했었지.

그러나, 내가 꽃보다 더 소중한 존재임을 느끼게 해주는 사람은 없었어.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도 자신의 인생역사의 한계내에서 나를 바라보기 때문에
자신의 율법의 둘레에서 나에게 다가오는 것에 자신도 모르게
벽을 치고 있었고

지금에야 알겠지만 인본주의를 강하게 미워하는 그들의 문화도
결국 다분히 인본주의적이었어.
나는 누군가 말하는 그런 사람 아니야
단지 내가 속한 사람들이 가는 방향으로 가기는 싫어서 억지로 억지로
참고 가는 길이지.
가는 길에 핀 꽃 한송이에 감동했고
나를 억지로 억지로 내가 원하지 않는 곳으로 이끄는 그 사람들을
미워하기는 싫었어.
그들은 과학적이고 이성적이고 논리적이었지만 늘 자유로이 변이를 추구했어
그 변이가 결국 자기중심적이라는데에 나의 놀라움은 있었지만.

자기 생존의 의미에 나를 깊이 생각할 겨를이 없는 이들이었어.
가족 친구 학교 회사에서 그런 존재로 견디어 왔어.

어느날 잃어버린 습관 하나를 찾아냈어.
사춘기시절 조금만 집밖으로 나가도 거울앞에서
미소와 표정까지 준비해서 나가던 내 모습.
연은 어떻게 너는 그런 웃음을 띨 수 있느냐고
내게 보낸 편지 중에 첫번째 편지에 그렇게 썼지.

나는 어려움에도 그렇게 내 자신이 아름답기를 바라고 바랐어.
실제 내 생김과는 다르게.

성장하면서 이십대를 거의 흘려보내던 2001년도 힘들게 시작한
모든 것들이 무너지며 겪어낸 불안과 좌절감이
그동안 저만치 나를 치워놓은 쓰레기 취급했던 - 꿈을 버리고
살 수 있다고 믿었고 꿈을 버린 댓가를 치를 맘에 결심으로
나름대로 비장하게 겪어낸 사회생활속에
스스로에 대해 골몰하는 시기가 필요함과 그 괴로움이 새롭게 닥쳐왔어.
그 때 한 책을 만났는데 내게 내 자신이 소중하다는 것을
보이지 않는 영감으로서 막막함을 그저 견뎌야 하는 것이 아닌 다른 것.
실제 삶속에서 추구하는 책이었어.
그 책은 구본형이라는 사람이 쓴 것이었던 것이야
잊고 있었던 그 습관은 김재열 선생님의 일상과 구선생님의 말씀해주던
선생님- 당신 삶의 일상이 긍정 하나를 던져주면서 시작됐어.
다시 거울앞에 다가가 웃는 연습을 하게 한
어떤 기쁨 하나가 내안에서 솟는 것을 느꼈어.
그동안 보이지 않게 내 삶의 그물망속에서 어깨동무하면서
지지해주던 얼굴들위로 작은 싹이 나오고 있었어.

이제 나는 하나님앞에서 내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게 됐어.
그렇지만 아직 다른 사람들과 늘 의견이 다르고
그 다른 의견을 늘 제도와 사회의 틀속에 썩히고
마음이 소원하는 길로 갈 수 없는 좌절과 싸움과 전쟁, 화해를
번복하는 일상을 꾸려가고 있어.
스스로를 미워하지는 않게 됐지만, 그들과 가까와 질 수 없는
안타까움같은 것이 내 속에서 느껴지고 마치 그것이 대단한 가치인 것 마냥
착각하가다가 깨어나기도 해.
하루하루 물에 기름처럼 겉돌며 살아가지만
그래도 이. 순.간.
날씨와 자연과 꽃까지
도시색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아니면 오래전에 색이 죽어버린
정지된 화면으로 지나치고 싶지는 않아.

아침에 모짜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중에서 편지를 듣다가
갑자기 떠올라 쓴 글.
오늘 나는 또 시간도둑이 되어있어.
IP *.72.66.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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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우
2006.07.10 15:00:14 *.117.159.68
글 잘 읽었습니다. 세상을 보시는 시점이 매우 진지하게 느껴집니다.
조금 엉뚱하지만, 용필이 형님이 부르신 "킬리만자로의 표범"이 듣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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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자식
2006.07.10 20:36:12 *.145.125.146
글의 느낌이 서늘합니다.
그러면서도 치열한 불꽃이 깃들어 있네요.

다 이해할 순 없지만
많은 고민과 그곳에서 피워올린 꽃잎이 아릅답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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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프니
2006.08.10 14:42:05 *.228.66.163
복잡한듯 했지만..
모두 이해할 수 있는건
내 모습과 너무 닮아서인거 같네요
글을 읽는것만으로 뭔가 얻어가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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